신의 존재, 그리고 죽음과 삶의 의미를 묻는 대목으로까지 이어져 저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소설적 깊이를 증명

출처 창비

[문화뉴스 MHN 김다슬 기자] 제 47회 동인문학상 수상자인 권여선 작가가 3년 만에 책 '레몬'을 펴냈다.

삶의 불가해함을 서늘한 문장으로 그려내며 특유의 비극적 기품을 보여주며 독자를 매료시켰던 권여선 작가의 이번 소설은 비극 '미모의 여고생 살인사건'과 이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의 삶을 그리며, 애도되지 못한 죽음이 어떤 파장을 남기는지 집요하게 파고들어가 삶의 의미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2002년 여름, 19살 해언이는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고,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17년의 세월이 흐른다.

소설은 사건의 용의자, 한민우를 형사가 취조하는 모습을 해언의 동생인 다언이 상상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언니의 죽음을 아름다운 형식의 파괴로 받아들였던 '다언'은 17년이 지난 후에야 완벽한 미의 형식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내용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한다. 언니의 죽음이 모두를 나머지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생각했지만, '다언'은 이해할 수 없던 죽음을 애도하게 되면서 삶의 숨겨진 의미와 진실을 찾게 된다.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종내에 신의 존재, 그리고 죽음과 삶의 의미를 묻는 대목으로까지 이어지며, 이 흐름은 저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소설적 깊이를 증명한다.

한편, 권여선 작가는 19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제2회 상상문학상을 수상하여 등단한 이래, 솔직하고 거침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상처와 일상의 균열을 해부하는 개성있는 작품세계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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