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작 - 대한민국희곡작가전' 기획사 아이디서포터즈 이은선 대리 인터뷰

   
지난 6월 29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아이디서포터즈 이은선 대리

[문화뉴스] '이루지 못한 자여, 꿈꾸세요. 우리가 그대를 응원합니다!"

사회적 기업 '아이디서포터즈'의 의미 있는 페스티벌이 지난 6월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에서 진행됐다. 2015년 창단된 아이디서포터즈(I.D.Supporters)는 예술가들에게 마음껏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작가, 배우, 프로듀서 등이 모여 만든 기획사다. 기획사명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인상 깊게 읽어낸 키워드 'Impossible Dream'의 약자로 지어졌다.

이들이 지난 6월 2일부터 26일까지 톡톡 튀는 기획력으로 마련한 페스티벌은 '불후의 명작 - 대한민국희곡작가전'이다. 페스티벌은 20대부터 70대까지 각 연령대를 대표할 수 있는 대표 희곡작가 6인을 선정해, 그들의 지난 작품을 젊은 극단과 함께 낭독극으로 다시 불러내는 자리였다.

 

   
 

'청춘 단막극장', '페리클레스' 등의 김세한 작가, '목란언니', '달나라 연속극' 등의 김은성 작가,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의 최치언 작가, '돐날', '첼로와 케찹' 등의 김명화 작가, '오구', '문제적인간연산', '혜경궁홍씨' 등의 이윤택 작가, '백마강 달밤에', '태',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의 오태석 작가가 각 연령대를 대표하는 대표 희곡작가로 뽑혔다.

이들의 작품과 만난 극단은 여행자, 창작집단 LAS, 상상두목, 청우 등의 유명 극단부터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한 젊은 극단까지 다양했다. 그간 조망 받지 못했거나 다시 무대에 올라오지 못했던 불후의 명작들을 찾아 재조명하고자 했던 이번 페스티벌은 낭독극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6월 29일 본지는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이번 페스티벌의 기획을 담당했던 아이디서포터즈의 이은선 씨를 만나 페스티벌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이번 페스티벌의 최종 우승 극단에게는 낭독작의 무대화 지원을 약속했었지만, 최종 우승팀 창작집단 LAS의 낭독작 김은성 작가의 '목란언니'는 저작권 관련 문제에 의해 무대화 작업이 무산됐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인터뷰 맨 마지막에 싣는 사과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문화뉴스 독자들을 위해 '불후의 명작'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간략히 소개 부탁드린다.

ㄴ '불후의 명작'은 아이디서포터즈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국내 대표 희곡 작가 여섯 명을 선정해 그분들의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한 작품, 혹은 희대의 명작들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 기획됐다. 희곡 작가들을 기리기 위해 시작됐으나, 현재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젊은 극단과 함께 콜라보레이션 해보자는 취지가 덧붙여졌다. 노련한 여섯 작가들과 젊은 극단이 함께 작업해서 시너지 효과를 얻고자 했다.

그렇다면 '희곡작가' 버전 외에도 다른 컨셉으로 '불후의 명작' 시리즈가 진행될 수 있나?

ㄴ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그러나 아이디서포터즈가 추구하는 바가 신진 연극인들에게 '우리는 젊고 해볼 기회가 많으니 같이 으쌰으쌰 하자'는 것이다. 다음 페스티벌도 이와 같은 취지로 진행될 것 같다. 컨셉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청년 연극인들을 위한 페스티벌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선정 작가로 오태석(70대), 이윤택(60대), 김명화(50대), 최치언(40대), 김은성(30대), 김세한(20대)이 선정됐다.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ㄴ 사실 저희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 위주로 미팅이 이어졌다. 이동근 CP가 개인적으로 이미 김세한, 김은성, 최치언 작가를 알고 계셨다. 김명화 작가님은 우리의 워너비같은 분이셔서 연락을 드렸다. 연락 못 드린 작가도 있어 참 아쉬웠는데, 우리가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우리 입장에서 섭외 연락이 가장 잘 닿을 수 있는 분들을 위주로 미팅을 잡게 됐고, 우리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존중해주실 수 있는 분으로 섭외가 진행됐다.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아이디서포터즈 사무실 내부

극단 청우, 상상두목 등 쟁쟁한 극단과 여섯 명의 대단한 작가 라인업이 눈에 띤다. 섭외가 어떻게 이뤄졌나?

ㄴ 작가 선생님들은 이 페스티벌을 주도한 이동근 CP가 직접 만나 섭외했다. 한 분 한 분 인터뷰 진행하면서 부탁드렸다. 모든 작가 분들이 흔쾌히 수긍하셨다. 이윤택 선생님이 미팅 때 말씀하신 부분이며, 우리의 취지가 이렇다. 그분들의 희곡이 공연으로 만들어져야 작품 자체가 살아 숨 쉰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작가님들의 좋은 작품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리고 싶다는 우리의 마음을 이해해주셨다.

솔직히 말하자면, 극단들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좋을지 몰랐다. 한 팀도 신청 안 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시작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집공고를 내자 창작집단 LAS나 극단 청우 등의 유명한 극단들이 신청했다. 사실 아무도 신청 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몇 극단은 초청을 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 극단 라인업은 초청과 선정으로 이뤄졌다. 대신 선정할 때는 유명한 극단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뽑지는 않았다. 신진 극단들을 주로 채우고자 애썼다. 막내 기수 연극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주(main)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1회 낭독극'이라는 포맷으로 끝나 아쉬웠는데, 정기 공연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만한 작품 있을까?

ㄴ 아직 섣불리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이번에 함께 작업을 했던 극단들과의 작업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협업하면서 각 극단의 정체성을 작품에 녹여내는 방법, 작품 해설 방법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작품을 어느 극단과 함께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같이 작업했던 극단들이랑 다른 작업을 해볼 충분한 기회를 엿봤다.

사실 '불후의 명작'에 신청해준 극단이 고맙게도 60여 팀이나 됐고,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20여 팀이 뽑혔다. 신청주신 분들은 모두 만나 미팅했고, 우리의 의도를 말씀드렸다. 우리한테 신청해주었던 극단들과는 결국 나중까지 꼭 다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신진 기획사이다보니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협업할 극단들이 꽤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프로그램 진행했었는데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극단과 작품의 매칭은 어떻게 이뤄졌나?

ㄴ 극단들에게 신청 받을 때부터 하고 싶은 작가와 작품의 순위를 기재해달라고 했다. 각 극단마다 원하는 작품이 다르기 때문에, 아예 신청할 때 우선순위 정해 달라 했고,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배정됐다. 너무 뻔한 매칭은 일부러 피했다. 가령 최치언 작가와 극단 상상두목의 매치 말이다(웃음). 이번에는 상상두목은 이윤택 작가의 작품으로, 최치언 작가는 다른 극단들과 협업하게 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창작집단 LAS(이하 라스)가 일등을 거머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사평이 궁금하다.

ㄴ 라스는 A부터 Z까지 너무 꼼꼼하게 잘해줬던 극단이다. 공연 진행 뿐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작업 과정에 대한 모든 것들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기획부터의 꼼꼼함이 공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러한 점들이 너무 감사하다. 라스 뿐만 아니라 다른 극단들 또한 열심히 준비해주었는데 신기한 것은 23팀의 낭독극이 전부 다 달랐다는 것이다. 낭독극 내에서 할 수 있는 여러 형식을 시도했고 전형을 깨부수는 기회가 됐다. 23팀 모두 재밌게 잘 봤다.

 

 

   
 

아이디서포터즈의 향후 계획과 꿈이 궁금하다.

ㄴ 우리는 '이루지 못하는 꿈을 응원하는' 집단이다. 이루지 못한 개인들의 꿈을 응원한다. 이동근 CP가 예전에 사고를 겪어 전신 화상을 입었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든, 본인이 겪은 정신적 아픔 때문에 사실상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근 CP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화상환자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베스티안' 재단과 소방호스를 재활용해서 옷이나 가방, 등의 잡화를 팔아 소방관한테 기부하는 '파이어마커스'라는 단체와 콜라보레이션 한다. 화상환자와 소방관을 위한 토크 콘서트다. 이후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서 화상환자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연극을 제작할 것 같다.

그리고 '불후의 명작' 페스티벌에서 1등을 한 창작집단 LAS의 공연이 다음달 20일부터 10월 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우리의 미숙한 대처로 인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무대가 불발됐다. 이 자리를 빌어 김은성 작가님과 저작권 보유 단체인 두산아트센터, 그리고 무대화 선정 단체인 창작집단 LAS에게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 전한다.

우리의 잘못으로 무대화가 불발된 무대화선정단체인 창작집단 LAS에게는 '목란 언니'의 무대화 지원으로 약속했던 1000만원 상당의 공연제작비 지원을 상금의 형식으로 일괄 지급하고자 한다. 한편, 다음 달 21일부터 23일까지 소극장혜화당에서 '헬로 119(가제) 제작발표회'가 준비돼 있다. 낭독극으로 제작 발표한 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오는 12월 중에 대학로에서 공연으로 무대에 올릴 계획에 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아래는 아이디서포터즈의 사과문 전문이다.

지난 6월 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었던 [제 3회 아이디 페스티벌 '대한민국 희곡작가전' - 불후의 명작] 의 작품 최종 선정 이후, 저희의 미숙한 대처로 인해 작가인 '김은성 작가'님과 저작권 보유 단체인 '두산아트센터', 무대화 선정 단체인 '창작집단 LAS'에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리게 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합니다.

저희는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김은성' 작가님께 연락을 드려 작가님의 작품들을 '낭독극'의 형태로 공연하는 것을 허락 받았습니다. 이 때 '김은성'작가님께서 [목란 언니], [뻘] 등의 경우 저작권이 '두산아트센터'측에 있으므로 무대화를 결정하기 전에 '두산아트센터'측과 필수적으로 저작권을 해결해야 하는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허나 저희 '(주)아이디서포터즈'(이하 아이디서포터즈)의 미숙한 대응으로 이와 같은 점을 '김은성 작가'님의 작품을 낭독화 하는 4개 팀에 전달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후 이러한 사정을 모른 채 '창작집단 LAS'는 대본 선정을 하고 낭독공연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27일 대한민국 희곡작가전 합평회 자리에 저작권 문제를 간과한 채, '아이디서포터즈'가 최종 무대화 지원작으로 '창작집단 LAS'팀에서 제작한 [목란언니]를 선정하였습니다.

선정 후 작가님이 저작권 관련된 문제를 제기를 해주셨고, 다시 한 번 저작권 문제에 관한 해결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후 '아이디서포터즈'에서는 이러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아트센터'측과의 뒤늦은 협의를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작권 사용이 불가하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최종적으로 [목란언니]의 무대화는 불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은 저와 저희 기획사의 미숙한 행사 진행의 탓으로 보고 이에 대한 모든 비난과 책임을 감수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의 잘못으로 무대화가 불발된 무대화선정단체인 '창작집단 LAS'에게 [목란 언니]의 무대화 지원으로 약속했던 1000만원 상당의 공연제작비 지원을 '상금'의 형식으로 일괄지급하려고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저희는 마음만 앞서 행하는 일이 얼마나 큰 우를 범하게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미숙했던 행정 업무 시스템을 개선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고통과 걱정을 겪으신 '김은성작가님' '두산아트센터' 그리고 '창작집단 LAS'와 많은 연극인분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아이디서포터즈 책임프로듀서 이동근 이하 일동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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