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물섬' 리뷰

   
 

[문화뉴스] 조그마한 시골 마을, 보잘 것 없어 뵈는 소년. 이곳에서 이 소년으로부터 시작한 용감한 여행은 세계가 열광하는 위대한 모험이 된다.

블랙힐에서 보물섬을 찾기 위해 떠난 짐 호킨스의 모험이 지난 달 26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다시 시작됐다. 1881년부터 1882년까지 약 2년간 《영 포크스 Young Folks》지에 연재된 원작 소설은 연재 기간만큼이나 방대한 분량으로 이뤄져 있다. 어린이 관객의 이해를 위해서는 필히 '보물섬'의 세계에 대한 안내자가 필요했다. 여기서 이들이 택한 존재는 바로 캐빈보이다.

캐빈보이는 항해하는 배에서 선원들의 잔심부름을 하면서 밥과 잠자리를 제공받던 소년들을 말한다. 보물섬의 지도를 가지고 있던 건 다름 아닌 짐 호킨스였지만, 그는 히스파니올라 호에서 캐빈보이 역할을 하며 항해를 시작한다. 모든 배우들은 캐빈보이가 돼 서사의 간극을 메우기도 하며,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나 배경에 대해 설명을 돕는다.

 

   
 

"이 책이 아이들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 어린 시절 이래로 아이들이 썩었다는 뜻이다."

원작 소설 '보물섬'을 출간하면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자신만만했다. 그의 자신감은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 실제로 스티븐슨의 말대로 시대를 초월한 수많은 소년, 소녀들이 이 이야기에 열광했으며, 여전히 '보물섬'은 다양한 장르로 각색되기도 하며 다른 작품들의 모티브를 제공하는 거대한 영향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이번 연극은 '가족 연극'으로서 어린이 관객과 어른 관객을 모두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선보여졌다. 우선, 밴드의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 연주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모험의 긴박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또한 연극배우들의 어색하면서도 진솔한 라이브 노래 실력은 모험을 떠나는 뱃사람들의 투박한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더불어 스크린으로 비춘 시각 자료, 수직과 수평을 아우르는 무대 동선, 역동적인 사건들을 표현하기 위한 다층적인 구조물 등. 연극은 대사와 노래, 그리고 행동 외에도 이 세계의 구현을 돕기 위한 많은 보조 장치를 함께 두고 있었다.

어른 혹은 아이, 둘 중에 어느 누구에게만 포커스를 집중하지 않고 둘 모두를 만족시키는 '가족 연극'이 되기 위해 연극 '보물섬'은 화려하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단조롭지는 않은 방향으로 무대를 꾸미고 있었다.

 

   
 

짐은 3부에서 이런 생각을 떠올린다. '아름다운 보물섬을 꿈꿨지만 현실은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라고 말이다. 실제로 캐빈 보이는 관객들에게 "보물이 정말 존재할까요?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등 아름다운 보석들은 정말 '보물'일까요?"라 묻기도 한다. 흥미롭고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현실을 재고할 여지도 남겨 놓는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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