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를 무용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로 변모시킨 벵자멩 밀피예

   
 
[문화뉴스] 지금 세계 무용계에서 가장 높은 관심과 큰 기대를 모으는 이를 꼽으라면 단연코 벵자멩 밀피예라고 할 것이다.
 
프랑스 출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시티 발레단 최고의 스타 무용수로 활약했던 밀피예는 이후 안무가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그 후 그는 나탈리 포트먼 주연의 영화 '블랙 스완'에 안무가로 참여해 널리 이름을 알리며 대중적인 인기까지 누리고 있다.
 
아직 37세에 불과한 젊은 나이의 그가 2014년 가을부터 세계적인 명성의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맡게 되었다는 소식은 세계의 무용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으며, 그 놀라움만큼 밀피예가 지닌 예술적 카리스마와 지도력에 대한 기대가 더욱더 커지고 있다.
 
밀피예에 관한 많은 기사에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새로운 수장'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여배우 나탈리 포트먼의 남편', '제2의 바리시니코프'와 같이 화제성 높은 단어들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셀레브리티로서가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그를 더욱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일찍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안무가 중 하나인 제롬 로빈스의 눈에 띄었고, 세계적인 로잔 콩쿠르의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을 만큼 뛰어난 신체적 기량과 음악적 감각을 지닌 무용수였던 밀피예는 2001년 안무를 시작하면서부터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움직임을 통해 자신이 지닌 예술적 비범함을 더욱 더 잘 드러내 왔다. 그가 안무한 작품은 뉴욕 시티 발레단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인기 레퍼토리로 손꼽힐 정도이고, 그 외에도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 파리 오페라 발레단, 리옹 오페라 발레단,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 스위스 제네바 발레단 등 세계적인 무용단들이 그에게 앞다퉈 작품을 안무를 의뢰해 그의 작품을 레퍼토리로 공연하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예술적 탁월함을 차근차근 드러내며 널리 인정을 받게 된 밀피예가 2012년 새로운 예술적 열망을 불태우며 전혀 새로운 장소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야심 차게 출발시킨 자신의 무용단이 바로 L.A. 댄스 프로젝트(이하 LADP)다. 
 
사실 로스앤젤레스는 첨단의 발전 속도를 자랑하는 영화나 영상 예술과 비교하면 무용에는 미국 내에서도 그리 두드러진 인상을 주지 못하던 도시였다. 그러나 밀피예의 시각은 남달랐다. 그곳의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활짝 열려 있는 가능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예술가들과의 만남, 젊고 새로운 관객 개발 등으로부터 오히려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밀피예는 재능과 실력을 갖춘 무용수들에 더해 필름 메이커, 뮤지션,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등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치는 예술가들을 모아 창조적인 협력 작업을 통해 무용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로 LADP를 설립했다.
 
이후 LADP는 위대한 무용가들의 걸작들과 다양한 아티스트의 참여로 제작된 신작들을 균형 있게 선보이며 불과 창단 2년 만에 바다 건너 유럽의 까다로운 평론가와 관객들마저도 사로잡을 만큼 무섭게 성장했다. 세계 무용계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지지만 LADP가 미국에서 일으키고 있는 무용의 지형 변동은 특히나 더욱 주목할 만하다.
 
밀피예와 LADP가 LA에 성공적으로 기반을 잡고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한 이후 많은 실력 있는 안무가와 무용수들 역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LA와 인근 서부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뉴욕 타임즈지는 이러한 현상을 주목해 최근 기사에서 의미 있게 다루기도 했다.
 
   
▲ 벵자멩 밀피예
 
분명한 것은 그만큼 밀피예가 예술적인 선구안과 과감함을 겸비하고 있으며,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예술감독이라는 막중한 책임에도 LADP의 창단 예술감독으로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앞으로 무용단의 성장을 위해 계속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LADP가 보여줄 성장과 혁신은 미래진행형이다. 
 
LADP의 이번 첫 내한공연은 모두 3개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먼저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세계적인 개념주의 미술가 바바라 크루거의 타이포그래피가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가운데 감각적인 움직임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펼쳐지는 밀피예 안무의 'Reflections'(2013), 이어 검은 여백 위를 생동감 있게 유영하는 무용수들이 돋보이는 엠마누엘 갓의 안무작 'Morgan’s Last Chug'(2013),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세기 최고의 안무가 중 하나인 윌리엄 포사이드가 불치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 편지와도 같은 아름다운 걸작 'Quintett'(1993)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무대를 통해 자신들만의 엄청난 저력과 가능성을 무대 위에서 당당히 과시할 LADP는 신선하고도 창조적인 에너지로 한국 관객들을 매혹할 것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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