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이후 3년 만의 신작... "읽히는 재미보다 어떤 얘기 전할지 중점을 두고 써"
"페미니즘 작가 부담감 없는데, 페미니즘 소설 쓰는 엄마라는 점엔 여러 생각"

출처 : 민음사

[문화뉴스 MHN 김재정 기자] '82년생 김지영'으로 한국 사회에 돌풍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작가 조남주가 3년 만의 신작 장편으로 돌아왔다. 

'사하맨션'(민음사)이다. 

28일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신작 소설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가진 조남주는 '역사의 진보'라는 주제의식을 소설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녀는 이야기의재미나 형식적 완성도, 문학 자체의 성취보다도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내가 가진 질문을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도 이런 질문을 가졌는지 궁금한 것 같고, 그게 내가 소설을 쓰도록 만들어요. 소설의 형식, 장르에 대한 생각, 이 소설이 어떻게 읽힐지, 기술적으로 어떻게 진행할까 하는 생각보다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가 저에게 우선이에요. 저는 읽히는 재미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소설을 쓰는 작가인 것 같아요."

그녀의 신작 소설 '사하맨션'은 기업 인수로 지어진 가상의 도시국가와 그 안에 있는 기괴하고 퇴락해버린 공동주택을 통해 국가 시스템 밖에 소외되는 난민 공동체의 삶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으로 그린 작품이다. 

국경 밖으로 쫓겨난 난민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작가적 감수성으로 풀어낸 조남주의 소설은 시장 논리가 공공영역을 잠식하고 파괴한다는 구조주의적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이 밀입국해 들어온 인물이므로 최근 난민 이슈와 연결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난민뿐 아니라 주류에 포함 안 된 사람들, 흔히 소수자 비주류라는 사람들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주인공처럼 밀입국한 인물들, 노인들, 여성들, 아이들, 성 소수자, 장애인 등이 맨션 안에 사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출처 : 민음사

'역사는 결국 진보한다'는 주제의식을 전하고자 창조한 공간인 '사하맨션'은 실제 두 장소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舊 영국령 홍콩에 존재한 중화인민공하국의 영토 '구룡성채'와 러시아 극동 연방지구 북부에 있는 사하(Sakha) 공화국이다. 

먼저 사하공화국은 면적이 한국의 30배에 달하며 연교차 100℃에 육박하는 극한의 대륙성 기후를 가진 나라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살기 힘든 지역에 전 세계의 50%에 달하는 광물이 매장되어 있다는 점에서 물질만능주의적인 은유를 보여주고 싶어 사햐맨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라고 의미를 밝혔다. 

또다른 모티브인 구룡성채는 사실 영국령 내 중국 영토일 당시에도 홍콩과 중화인민공화국 양측의 주권이 모두 제대로 행사되지 못한 특수 지역이었다. 

그로 인해 거대한 무허가 건축물이 들어서고 상상을 초월하는 인구 밀도를 지닌 슬럼이던 이곳은 마굴로 불리다가 1993년 중국에 의해 철거되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불법 난민이 모여들며 인구 밀도가 자꾸 높아져 결국 철거되었다고 한다"면서 "이렇듯 버림받은 이들이 모여 공동체를 구성하고 살아간다는 게 가능하다는 개연성을 준 지역이다. 외부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이발소와 양로원 등을 갖추며 자경단을 꾸려 치안을 돌보던 공동체의 모습을 참고했다"며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그녀는 이번 소설이 화제작인 '82년생 김지영'보다 먼저 쓰기 시작했으며 2012년 3월 첫 원고가 나왔다고 전했다. 

페미니즘 소설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82년생 김지영'의 경우 "논리적으로 진행된 소설", "밑그림을 그려놓고 구석부터 색칠해나간 소설"인 반면, 이번 신작인 '사하맨션'은 "덧그리고 지우면서 최종의 모습을 예상하지 못하고 쓴, 계획하지 못한 소설에 가깝다"며 두 작품의 차이를 밝혔다. 

"이 소설은 저에게 '오답노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속한 공동체와 한국사회가 뭔가 문제를 잘못 푼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내 방식대로 풀어가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오답노트 같아요."

조남주는 이번 신작 역시 사회의 부조리를 그린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주제의식을 포함했다고 전했다.

다만 "페미니즘적 주제만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라고 전하며 "작품을 쓰며 관심을 가졌던 의문이 소설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었다. 그 과정에서 여성 간의 연대, 낙태, 보육 등의 이슈가 포함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페미니스트 작가의 대표로 불리는 것에 대해 "페미니즘 작가라는 데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데 페미니즘 소설을 쓰는 엄마라는 점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라면서 "청소년 문화라는 것이 굉장한 상반된 의견을 가진 친구들이 충돌하는 장인데, 내 아이가 그 사이에서 저런 소설을 쓰는 엄마의 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 대해서는 생각하게 된다"고 말하며 엄마와 작가라는 정체성 사이에서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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