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되어 가는 재개발 지역의 빈집들을 사진에 담다

   
 
[문화뉴스] 사진가로 활동하는 박기호와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최지원이 함께 'One Season' 전시를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한다. 전
 
시 제목 'One Season'이 한글로 한철, 한 계절을 말하듯, 박기호는 지난 2년간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가지고 철거되어 가는 재개발 지역의 빈집들을 사진에 담았다.
 
박기호가 촬영한 지역은 서대문구 안산 자락에 자리 잡은 북아현동이다. 1940년대부터 서울의 주요한 서민촌이었고, 서울 시내 한가운데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달동네다. 6·25 전쟁 직후 피난민들이 하나 둘 모여 언덕에 집을 지으면서 지금의 마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신촌 대학가와도 가까워 가난한 자취생들이 모여들기도 했다. 경제개발 시대 보따리를 들고 서울역에 내린 시골 사람이 제일 먼저 걸어와 방을 구한 곳도 이곳이었다. 2003년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뒤 재개발 움직임이 일면서 마을 풍경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2013년 5월에는 주택재개발 관리처분인가 처리가 되어 재개발도 본격화되는 과정에 있다.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한 계절 피고 지는 꽃'처럼 서민들의 주거공간을 장식했던 곧 사라질 꽃무늬 벽지를 소재로 삼는다. 위태롭게 빽빽이 들어선 회색 콘크리트 집 내부의 주거 공간을 분홍빛 자줏빛 꽃무늬 벽지로 메운 삶의 미감들에 이번 전시는 주목한다. 압구정동에 있는 전시 공간은 북아현동의 시각적 미감을 담는 통로가 된다. 
 
   
 
 
사진가 박기호는 1960년 서울에서 출생했으며, 1973년 도미, 1986년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세계적인 사진가 브루스 데이비슨의 어시스턴트로 발탁되어 여러 작업에 참여하면서 그는 진정한 사진가의 길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졸업 작품으로 미국에 정착한 캄보디아 난민의 삶을 기록한 '캄보디아 난민전'을 실제 난민의 집을 빌려 전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1987년 '뉴스위크'지의 한국 파견 사진기자로 귀국했다. 이후 20년 동안 한국에서 '비즈니스 위크', '포츈', '타임', '포보스' 등의 잡지들과 다양한 커머셜 작업을 박기호만의 시각으로 작업해 왔다.
 
2007년 인물 사진에 오브제를 덧붙인 3차원적 사진을 시도한 'Photography & Texture'로 첫 개인전을 가진 후, 미흡한 본인의 미적인 감각을 되살리기 위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년 동안 미국 전국을 돌아다니며 비어 있는 가게를 중심으로 침체에 빠진 미국경제를 다큐멘터리화한 'Everything Must Go'는 그가 그동안 그의 사진의 중심에 있던 인물에서 사물 또는 공간으로의 전환된 그의 시각을 말해준다. 빈 곳이 말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듣기를 시도한 이 작품들은 2011년 뉴욕과 보스턴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최지원은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공부했다. 벽과 공간, 이미 익숙해져 있는 주위의 것들에 대해 조금 더 집중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고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곧 사라질 벽에 입혀진 꽃'을 평면적 이미지로 바라보고, 이것이 품고 있는 공간과 확장된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재 홍익대와 한양대에서 미디어아트와 인터랙션 디자인, 스토리텔링을 강의하고 있으며, 최근 코드와 결합하는 다양한 매체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인 'Form+Code, 코드에서 만들어지는 예술'을 번역했다. 또한, 미디어아트 작가공동체인 'node.class'의 멤버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미디어 기반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18일 오후 7시 오프닝과 함께 시작되며, 11월 8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에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전시된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개관되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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