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라운드별 최고의 선수를 뽑는다는 생각으로 지명권 행사

▲ 드래프트 이후 사진촬영에 임하는 신인들과 구단 관계자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지난 22일, 서울 양재동 '더 케이 서울 호텔' 그랜드불룸에서는 내년 시즌 신인으로 활약하게 될 선수들을 뽑는, '2016 제2차 신인지명 회의(이하 드래프트)'가 열렸다. 늘 그렇듯, 드래프트 현장은 어떠한 구단이 어떠한 선수를 뽑을지 알 수 없는, 상당히 역동적인 현장이다. 그 현장에서 어느 팀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지명권을 행사하느냐의 여부가 드래프트가 지닌 매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동적인 공간에서 전체 1번 지명권을 보유한 kt 위즈는 마산용마고 투수 이정현을 시작으로 투수 4명과 포수 1명, 내/외야수 5명을 지명하는 등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우수 인재를 뽑는 데 주력했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야구 보여주는 남자 18번째 이야기는 바로 '신인지명회의. 그 후' 두 번째 이야기, kt 위즈의 신인지명 리뷰에서부터 시작된다.

kt 위즈 드래프트 키워드, '최선의 선택'

사실 kt 위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변경된 드래프트 방식에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는 팀이었다. 홀수 라운드에서는 전년도 성적 역순으로, 짝수 라운드에서는 전년도 성적순으로 지명권을 행사하는 것이 기존 방식(이른바 'ㄹ자' 방식)이었던 반면, 올해부터는 아예 1~10라운드 모두 전년도 성적 역순으로 지명권을 행사(이른바 'Z자' 방식)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조찬관 스카우트 팀장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지명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지명 전, '포지션에 관계없이 각 라운드별로 최선의 선택'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kt는 각 라운드별로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수를 뽑으며 만족할 만한 지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전체 1번으로 선택한 유망주, 마산용마고 투수 이정현은 2차 지명 회의의 '블루 칩'이었다. 그만큼 어느 팀이건 탐을 낼 만큼 올 시즌 내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최고 구속 140km 후반대에 이르는 빠른 볼이 일품이며, 변화구 제구력 역시 보통 이상이라는 평가다. 조찬관 팀장은 "미래를 보고 (이)정현이를 뽑았지만, 내년 즉시 전력으로도 투입될 수 있는 선수다."라며 1라운드 지명의 변을 밝히기도 했다. 유급 경력이 없었다면, 연고팀 NC 다이노스가 김해고 김태현을 두고 1차 지명권 행사를 고민했을 법한 선수이기도 하다.

▲ 전반기 주말리그 직후 만난 대구고 이종혁. 이때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못 받았으나, 날씨가 더워지면서 구속도 증가, 그 기량이 급증했다. 사진ⓒ김현희 기자

2라운드에서는 대구고에서 에이스 역할을 했던 우완 이종혁에게 지명권을 행사했다. 박성환(두산 지명)과 함께 대구고 마운드를 이끌었던 이종혁이었지만, 사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빠른 볼 최고 구속이 140km 초반대에서 형성될 만큼 크게 매력적인 인재는 아니었다. 그러나 날씨가 더워지면서 볼에 힘이 붙었던 것이 결정타였다. 빠른 볼 구속도 140km 중반 대까지 올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단숨에 지명 순번이 당겨진 케이스이기도 하다.

1차 지명과 2차 1, 2번 지명을 통하여 투수 보강에 성공한 kt가 3라운드에서 주목한 선수는 지역 연고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유망주였다. 유신고 홍현빈이 그 주인공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빼어난 기량을 바탕으로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던 홍현빈은 고교 입학하자마자 1번 중견수 자리를 꿰차며 발전 가능성을 선보인 바 있다. 빼어난 기량 탓에 별명도 많은 편. 동문 선배이기도 한 정수빈(두산)의 이름을 딴 '리틀 정수빈'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용규와 플레이 스타일이 판박이라 하여 붙여진 '리틀 이용규', 3학년부터 이치로의 타격폼을 따라하면서 안타를 많이 생산한다고 붙여진 '홍치로(홍현빈+이치로)'라는 별명도 있다. KIA에 1차 지명을 받은 유승철은 홍현빈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고 아오키를 닮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 '홍오키(홍현빈+아오키)'도 있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 중 가장 별명이 많다는 한화 김태균처럼, 언젠가는 '홍별명'으로 불릴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발 빠르고, 방망이 중심에 맞출 수 있는 재주가 뛰어나 향후 이대형의 뒤를 이을 kt의 톱타자로 거듭날 수 있는 재원으로 손꼽힌다.

▲ 팀 동료, 2학년 김민(사진 우)과 함께 한 유신고 홍현빈(사진 좌). 이용규+정수빈+이치로+아오키의 재림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야구 센스가 탁월하다. 사진ⓒ김현희 기자

이번 신인지명 회의에서는 유난히 대졸 선수들이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경희대 투수 한승훈(4라운드)과 건국대 투수 이성욱(10라운드)이 kt 지명을 받았다는 점에는 주목해 볼 만하다. 부산고 졸업 이후 경희대에서 그 기량이 급증한 한승훈, 부상을 극복하고 극적으로 프로행에 성공한 이성욱 모두 내일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유망주들이다. 7, 8라운드에서도 경성대 내야수 이재근과 홍익대 외야수 김민섭이 지명을 받는 등 kt는 10명의 선수 중 4명을 대졸 선수들을 뽑는 데 주력했다. 고졸 예정 선수들을 대상으로 지명권을 행사한 나머지 구단들과는 분명 다른 행보를 선보인 셈이다.

5라운드에서 경남고 포수 문상인을 선택한 것은 일정 정도 운이 따른 부분이었다. 당초 고교 포수 빅3로 불릴 만큼 빼어남을 자랑했고, 지난해부터 경남고 안방을 책임지며 전국구로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동문 대선배이기도 한 故 최동원 감독을 닮은 듯한 이미지도 그에게는 플러스적인 요인이다. 스타로 거듭날 경우, '미소년 이미지'로 야구팬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깨가 강하고, 경기를 읽어내는 능력 또한 빼어나다는 점이 강점이다.

의외로 하위 라운드까지 지명 순번이 밀린 부산고 내야수 한기원은 키(180cm)에 비해 몸무게(130kg)가 많이 나가 일찌감치 '리틀 이대호'로 평가받은 바 있다. 부산고 4번 타자로 지난해 청룡기 대회에서 '고척돔구장 개장 2호 홈런'을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1루수로 최적화된 선수지만, 프로에서 몸을 잘 만들 경우 이대호처럼 3루 수비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kt 위즈가 6라운드에서 지명권을 행사한 북일고 내야수 안치영도 발 빠르고, 방망이 컨텍 능력이 빼어난 선수로 알려져 있다. 마운드 높이에 비해 타력이 좋은 북일고 특성상, 라인업 필두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육성 결과에 따라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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