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해설(解說)은 기사 특성상 '컬러풀 웨딩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화뉴스] 클로드(크리스티앙 클라비에르 분)와 마리(샹탈 로비 분) 베르뉠 부부는 3명의 딸이 각각 아랍, 이스라엘, 중국 출신의 남성과 결혼한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합니다. 넷째 딸 로르(엘로디 퐁탕 분)만큼은 가톨릭교를 믿는 백인 남성과 결혼하기를 베르뉠 부부는 바랍니다. 하지만 로르가 데려온 신랑감은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흑인 샤를(눔 디아와라 분)입니다. 베르닐 부부는 낙담합니다.

다민족 사위들의 갈등

필립 드 쇼베롱 감독의 '컬러풀 웨딩즈'는 딸만 넷을 둔 집안에 각양각색의 인종 및 인종의 이민자 사위들을 맞이한 뒤 벌어지는 갈등을 묘사하는 프랑스의 코미디입니다. 오랜 세월 견원지간이었던 아랍인과 유태인은 물론 중국인과 아프리카인까지 어우러져 사위들 간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물론 사위들이 탐탁하지 않은 장인장모까지 가세한 갈등구조를 앞세웁니다.

이슬람식 풍습에 따라 도살하는 할랄, 유태인의 율법이 인증한 코셔, 유태인의 풍습 할례가 소재로 활용되며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아랍인 및 유태인과 달리 즐기는 중국인의 문화적 대비는 선명합니다. 가톨릭이 구세주로 신봉하는 예수를 이슬람교와 유태교에서는 예언자 이상으로 간주하지 않는 종교적 관점 차이도 반영됩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으나 독립한 코트디부아르의 아픈 역사가 유발하는 갈등까지 인종, 종교, 민족 등에 대해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컬러풀 웨딩즈'는 매우 흥미로운 코미디입니다.

대담한 시도 돋보이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의 1997년 작 '원 나잇 스탠드'에서 흑인 배우 웨슬리 스나입스와 백인 여배우 나스타샤 킨스키의 사랑은 할리우드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백인의 짝은 백인, 흑인의 짝은 흑인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것을 할리우드 영화조차도 은연중에 금기시했기 때문입니다.

인종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민족과 종교까지 아울러 웃음의 소재로 삼는 '컬러풍 웨딩즈'의 대담한 시도는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갈등을 전면에 부각시켜 현실을 비판하는 정극보다 오히려 특정 민족이나 인종을 희화화하는 시도는 자칫 엄청난 파장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컬러풍 웨딩즈'는 절묘한 외줄타기에 성공합니다. 모범 답안과 같은 결말을 예견하기는 매우 쉽지만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매력적입니다.

'관용의 나라' 프랑스답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이민자들의 유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갈등 심화에 따른 우경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즉 '컬러풍 웨딩즈'는 프랑스에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인종 및 민족 간 갈등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계몽적인 코미디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상당합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컬러풀 웨딩즈'가 묘사하는 프랑스의 가족은 대가족주의가 잠재의식 속에 아직도 남아 드라마의 소재로 곧잘 사용되는 한국의 가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부모는 사윗감을 부정적으로 인식해 결혼에 반대하고 손위 사위들과 언니들이 나서 막내 사위 후보와 막내딸에 압력을 가하는 장면은 결코 낯설지 않습니다. 집안에서 가장 완고한 것이 아버지라는 설정도 친숙합니다.

결혼식 며칠 전부터 몇날며칠을 함께 지내며 먹고 마시는 프랑스의 풍습은 한국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한자리에 모여 갈등과 화합을 반복하는 장면은 한국의 설날 및 추석 명절을 연상시킵니다. 가족이란 어디든 비슷한 모양입니다. 대립했던 남자들끼리 술을 마시고 어린애처럼 눈싸움을 하며 가까워지는 전개도 익숙합니다. 역시 남자들은 단순합니다. 단일민족이 과거의 신화가 되며 점차 다민족 국가로 탈바꿈하는 현실 또한 한국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컬러풍 웨딩즈'는 한국에서 흥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라 마르세예즈 장면 아쉽다

러닝 타임이 97분으로 짧고 전개 속도가 빠른 것은 장점입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에게 개성을 부여하거나 생활의 냄새를 배이게 못한 약점은 엿보입니다. 지나치게 가족 간의 관계와 인종 및 민족만 부각시킨 측면이 있습니다.

클로드와 세 명의 사위가 술을 마시다 의기투합해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는 장면은 '프랑스는 하나다'라는 주제의식을 부각시켜 프랑스인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드는 연출 의도가 반영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국인 관객의 입장에서는 거북살스런 장면입니다. 보다 간접적인 연출을 통해 사위들이 프랑스인이 되었음을 암시하는 편이 나았을 것입니다.

[글] 아띠에터 이용선 artietor@mhns.co.kr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운영자. 영화+야구+건담의 전문 필자로 활약.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