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동원한 150m 인천 지하호...곳곳에 남은 일제 강점 흔적
  • 박현철 기자
  • 승인 2019.06.0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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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함봉산 일대 24개 지하호…1940년대 무기 보관, 생산용으로 조성된 것으로 추정
부평 함봉산 일원에 위치한 지하호
출처: 연합뉴스

[문화뉴스 MHN 박현철 기자] 인천시 부평구 함봉산 자락에 있는 지하호 입구에 도착하니 낮 기온이 25도임에도 불구하고 스산한 한기가 느껴진다. 이 지하호는 'C구역 6번'으로 불리는 지하호로, 성인의 키 정도 높이에 150m나 이어진다.

인천 부평문화원은 지난 2016년 인천시 부평구 산곡 1ㆍ3동 일원에서 24개 지하호를 파악했다. '부평토굴 생활역사문화콘텐츠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견한 것이고 발견된 지하호를 A·B·C·D 4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별 번호를 붙였다.

지하호 중간 중간이 막혀 있는 곳도 있어 전체 길이 등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는 못한다. 또한 지하호가 사유지에 위치한 경우도 있어서 주인 동의를 얻어 들어가야 하는데, 지하호 가운데 주인 동의를 얻어 들어가 볼 수 있는 곳은 C 구역 6번 지하호밖에 없다.

조사 결과, 이들 지하호는 일제가 조선인을 강제 징용해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부평문화원이 이 일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을 때,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징용자 상당수를 차지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조성 시기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가장 유력한 것은 1940년대 후반이다.

지금도 그곳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뤄진 강제노역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70년의 세월도 역사의 아픔은 지우지 못했다.

 

폭약을 터뜨리기 위해 만든 지하호 암벽 구멍
출처: 연합뉴스

지하호 끝에는 암벽에 있는 길쭉한 형태의 구멍을 볼 수 있다. 당시에 각종 굴착 장비로 구멍을 낸 흔적이고 폭약을 터뜨리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구멍에 폭약을 넣은 뒤 터뜨려 지하호를 넓혀갔던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폭약 구멍뿐 아니라, 지하호 곳곳에서 암반에 박혀 있는 둥근 나무토막도 볼 수 있었다. 당시 지하호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암반에 나무토막을 박아 넣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규혁 부평문화원 기획사업팀장은 "당시 지하호 조성에 투입됐던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조선인 학생들이 강제 징용돼 하루 2교대로 작업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부평 함봉산 지하호
출처: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지하호를 많이 볼 수 있지만, 이처럼 한 곳에 대규모 지하호가 밀집된 것은 함봉산 일대가 유일하다.

이에 대한 추론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이곳 근처에 한강이남 최대 일본군 군수물자 보급공장인 육군 조병창이 위치해 군수물자 보관 목적으로 이곳에 대규모 지하호를 조성했을 것이라는 것이 유력하다.

물자 보관뿐만 아니라 태평양전쟁에서 밀리던 일본이 본토와 한반도에 최후 방어선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함봉산 지하호에 자체 생산 기능까지 갖추려고 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광복 이후에는 이곳은 폐쇄되지 않고, 새우젓 토굴 등으로 활용되어 지금까지도 원형의 모습을 지켰다. 여전히 지하호 입구에서 새우젓 보관용으로 사용되는 드럼통 등을 볼 수 있다.

"과거 인천 소래포구와 연안부두뿐만 아니라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새우젓이 이곳에 보관됐다"고 과거 지하호에서 새우젓 토굴을 운영했다는 조배홍(77)씨는 말했다.

 

부평 함봉산 지하호
출처: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함봉산 일대 지하호를 주변에 있는 관련 유적과 연계해 역사자원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지하호 인근에 있는 부평미군기지와 3보급단에는 일제강점기 무기 공장인 조병창 관련 유적이 남아있는 것을 염두하고 조언한 것이다.

조건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연구 교수는 "지하호 시설 대부분이 사유지에 포함돼 추후 이 일대를 근대 유산으로 인정받는데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유자·지방자치단체·문화재청 등이 머리를 맞대고 지하호 주변 역사자원을 교육이나 관광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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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철 기자 |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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