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형우 기자] 온몸으로 시를 쓰는 시인 김혜순(64)이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시문학상'(The Griffin Poetry Prize)의 본상을 수상했다.

도서출판 문학과지성사와 문학실험실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표된 올해 그리핀시문학상 국제부문에서 김혜순 시집 '죽음의 자서전'이 수상작으로 발표됐다고 전했다.

그리핀시문학상은 기업가이자 자선 사업가인 스콧 그리핀이 지난 2000년 창설하였다. 국내와 국제 부문에서 한명씩의 수상자를 선정하며 상금은 각 6만5천 캐나다 달러(한화 약 5천750만원)를 지급한다.

이번에 수상한 '죽음의 자서전'은 문학실험실에서 지난 2016년 출간된 시집이다. 지난 2015년 시인이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몸이 무너지며 쓰러지는 경험을 하면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집필한 시집이다. 메르스와 세월호 사건 등 사회에 만연한 비극 속에서 죽음의 시 49편을 '미친듯' 써내려가 완성했다.

이를 영어로 번역한 최돈미 씨도 함께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영어 제목은 'Auto biography of death'(2018).

김 시인은 토론토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밤 열린 시상식에서 "오늘은 대한민국의 국경일"이라며 현충일을 언급했다.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죽어간 많은 불쌍한 많은 영혼들에게 이 수상의 영광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와 호스피스 병동에서 병마와 싸우고 계신 우리 엄마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그녀의 13번째 시집 '날개 환상통'을 발표한 김 시인은 가부장적 논리에 갇힌 여성을 독창적 상상력과 새로운 미학으로 새롭게 재현하여 시에 담았다.

그녀는 지난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 가을호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 외 4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시집으로 '죽음의 자서전', '또 다른 별에서', '피어라 돼지',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았고, 현재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