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홍콩 시내서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열려
주최측 추산 103만 명 참여....홍콩 인구의 약 7분의 1 참여한 대규모 시위

출처: 연합뉴스

[문화뉴스 MHN 최윤진 기자] 지난 9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103만 명(주최 측 추산)의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같은 날 미국, 호주, 독일, 대만, 일본 등 12개국 29개 도시에서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지지 시위가 열렸다. 

지난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CP) 등 외신들에 따르면 홍콩 빅토리아 공원부터 시작해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애드미럴티 정부청사에 이르기까지 약 103만 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참가했다.

이는 740만 홍콩 시민의 약 7분의 1이 참가한 대형 시위로, 지난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일어난 최대 규모 시위다. 지난 10일 새벽까지 이어진 시위는 홍콩 입법회 앞에서 수백명이 경찰과 충돌해 부상자가 발생했고, 약 100여 명이 연행되었다. 

이번 시위는 ‘범죄인 인도 법안’의 개정에 반대해 일어났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범죄인 인도 지역에 중국을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 됐다.

홍콩 야당과 시민 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국 체제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들과 인권운동가, 민주 인사 등이 중국에 송환되는 데 악용될 수 있어 홍콩의 민주주의와 사법 독립을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금서를 판매한 홍콩 서점상 5명을 납치해 조사한 바 있고, 지난 2017년에도 중국 금융재벌 샤오젠화 회장이 홍콩 호텔에서 실종되었는데 중국 본토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 있었다. 대만 현지 매체 상바오 등은 이러한 대표적 선례들이 중국이 개정안을 ‘합법적 인도’ 방식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홍콩 통제와 간섭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시위의 불씨를 당겼다. 

홍콩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보장받고 지난 1997년 중국에 반환됐다. 당시 중국은 “고도의 자치와 사법 독립, 언론 자유 등을 보장한다”고 말했으며, 홍콩은 이후 서구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를 누려왔다. 그러나 중국의 지속적인 간섭으로 인해 이러한 일국양제 체제가 흔들리는 것이 이번 대규모 시위에 영향을 끼쳤다. 

이와 관련해 차이잉원 대만총통은 지난 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국양제 체제의 22년 동안 홍콩인들은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못하게 됐다”며 “대만인은 민주를 소중히 여기고 우리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견지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즉, 대만은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식 통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편 이러한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안 개정을 추진해온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0일 “개정 절차를 계속할 것”이라며, “12일 법안을 심의한 후 회기가 끝나는 다음달 10일 이전에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에서는 이번 시위에 외부 세력이 간섭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의 입법을 간섭하는 어떤 외부 세력의 잘못된 행위도 모두 결연히 반대한다”며 법안 개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다수의 중국 언론들도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0일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외국 세력을 등에 업고 시민들을 움직이게 한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차이나데일리 또한 “야당과 외국 세력이 일부 홍콩 시민들에게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도록 유도했다”며 “홍콩에 혼란을 일으켜 중국에 해를 끼치려는 것”이라는 입장의 보도를 냈다. 

지난달 16일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홍콩 민주회 지도자인 마틴 리를 만난 후 “홍콩 정부가 제안한 인도 법안은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는 우려를 표현한 바 있다. 

이는 홍콩과 대만 문제를 내정 문제로 접근해 온 중국에게 있어 내정 간섭으로 여겨질 수 있는 발언으로, 미국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책을 내세우는 중국을 흔들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홍콩 시위 문제를 다루는 두 국가간의 태도에서 미중갈등이 경제적 문제를 넘어 정치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에 향후 미중관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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