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너'와 '내'가 같은 것을 좋아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우연"을 생각해보자.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에 갔다고 가정해보자. 좋아하는 가수가 있고, 좋아하는 가수가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노래들을 부른다. 그 공간은 모두 좋아하는 것들로 메워져 있다. 하지만 공연장을 이루는 요소는 그 두 가지뿐만이 아니다. 무대를 에워싸고 있는, '나'가 포함된 수많은 사람들의 세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은 퍼즐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별안간 난데없는 이음매가 생겼다. 원래 별개로 떨어져 있었을 사람들은 그 "좋아함"의 공간에서, 좋아하는 것을 통해서 커다란 "하나"가 된다. 라이브 공연이 제공하는 즐거움에는 그렇듯, 내가 아끼는 대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동일하게 소중하다고 확인하는 순간의 환희가 담겨 있다.

이상은 긴 예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조각이 끼워 맞춰지듯 나와 하나로 붙을 수는 없었던 사람에게서도 소중할 수 있다는 놀라운 "우연"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러한 사항은 어느 공간에서든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연극, 영화, 전시회, 연주회. 나열해서 무엇할까. 돌이켜 보면, 좀처럼 있기 어려워 보이는 그 "우연"은 수많은 공간에서 시간 속에서 나날이 반복된다.

3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펼쳐졌던 '에임하이' 파이널 무대를 둘러싼 열기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다. 무대에 새로운 댄서들이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에임하이'의 무대에 서는 두 장르, '스트릿'과 '벨리'가 낯선 조합임을 생각한다면 연이어 열렬한 반응이 나오는 게 오히려 의아했다.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는 두 장르는 어떻게 "어색한" 서로에게 환히 웃어줄 수 있는 걸까.

'제2회 에임하이'의 두 사회자, MC제리와 박지영 교수는 지난해 '제1회 에임하이'에 이어 올해에도 대회의 사회를 맡았다. 원웨이크루 소속 비보이인 MC제리(김근서)와 벨리댄서 겸 호서예술전문학교 교수로 재임 중인 박지영 교수. '에임하이'의 두 축으로 서 있는 '스트릿'과 '벨리댄스', 춤으로 통틀어 설명되기에는 이질적인 길을 걷고 있는 그들에게 2016년 '에임하이'를 물었다.

하지만 사실, 그들의 대답을 듣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은 들뜬 목소리로 무대 하나하나를 소개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공연들을 지켜봤다. 그러므로 그들에게서, "우리"가 같은 것을 좋아할 수 있다는 "우연"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인, '에임하이'를 깨달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들은, 객석의 '우리'는 그렇듯 밝은 얼굴로 대회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양극처럼 보이는 두 장르가 양립하고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놀라운 "우연"을 확인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공간 '에임하이'.

두 사회자에게, '에임하이'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 (좌측에서부터) 사회를 맡았던 MC제리(김근서), 박지영

'에임하이'는 매달 치열한 예선을 거쳤다. 수많은 일정을 치렀던 소감이 어떤가.

ㄴ 박지영 : 또 이 날이, 안 올 것 같던 날이 왔다. 작년에 비해 월등해진, 참가자들의 배틀 실력을 예선을 통해 항상 확인할 수 있었다. 매달 감격했던 것 같다. 퍼포먼스 시합이 끝난 직후나.

벨리댄스 참가자들을 보면서, 이게 '에임하이'의 위력인가, 싶기도 했다. 타 대회와는 다르게 '에임하이'의 벨리댄스 참가자들의 작품들 거의가 창작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고, 연습량이 무대에서 티가 날 만큼 퍼포먼스가 좋은 대회라는 칭찬을 받았을 때에는 기뻤다.

ㄴ MC제리 : '에임하이'는 예선부터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준비하는 대회다. 국내 대회 중에서도 이렇게 긴 시간 준비하는 대회는 흔치 않다.

아무래도, 그러다 보니, 참가자들이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참여율이 저조한 부분도 없잖아 있었던 것 같다. 파이널에 와서, 벨리 같은 경우에는 참가자들이 많아서 좋은데, 스트릿이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대회를 치렀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벨리가 부럽기도 하고.

스트릿 하는 친구들이, 아직까지는 대회 성격이 본인들과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으니까,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스트릿 댄서들이 참여를 해서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회 장소가 작년의 악스홀에서, 올해는 이화여대 삼성홀로 바뀌었다. 어떤 변화를 느꼈나.

ㄴ 박지영 : 작년 악스홀은 스탠딩이어서 같이 즐길 수 있는 무대였던 것 같다.

이화여대 삼성홀은, 처음에 컴피티션 할 때 관람석이 가득 차지 않아서 관객 수가 별로 없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바뀌었던 게, 6시에 메인이벤트를 공지했다. 그래서 실제로 메인이벤트를 관람하러 오는 분들은 6시에 오신다. 그 전까지는 컴피티션이라 참가자가 거의 대부분이다 보니, 그렇게 보이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올해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ㄴ MC제리 : 극장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악스홀 같은 경우에는 콘서트홀이기 때문에 춤, 스트릿 대회를 많이 하는 곳이긴 하지만 시각적인 면에서, 오히려 그때보다는 지금 훨씬 더 관중들이 집중할 수 있고, 극장 자체는 굉장히 더 좋아진 것 같다. 객석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메인이벤트가 시작이 되면 더 좋은 분위기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에는 좀 더 작은 곳으로 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관중들과 조금 더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었으면 한다. 거기에서부터 다시 만들어갔으면,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고 하면.

ㄴ MC제리 : 없었다. 하나 들자면,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스트릿 댄서들의 참가율이겠다. 벨리보다 스트릿이 좀 저조했던, 그게 아쉬웠다. 내년에는 또 달라지지 않을까.

ㄴ 박지영 : 뭐가 아쉬웠나, 생각해보고 있다. 아무래도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 것 같다. 오랜 기간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준비하다 보니,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힘든 건, 몸이 힘들어서. 체력이 아쉬웠다.

기자회견장에서 '격 있는' 대회를 만들어준 것에 대해서 참가자들이 감사를 표했는데, 이에 대한 생각.

ㄴ MC제리 : 개인적으로 그 말 들었을 때 대회 기획자 분들이 너무 기분이 좋으셨을 것 같았다. 그 발언은 '코씨스타일(ko-C style)'이라는 친구가 한 말인데, 기자회견이라는 거 자체를 사실은 많이 하지 않는다. 스트릿 쪽은. 이번 기자회견은 새로운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어색하긴 했지만, 이런 시도가 대중들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시도가 되지 않았을까.

준비가 부족했던 면도 있을 것이다. 각 나라에서 참가자며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 통역 같은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 이외에는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이런 부분만 보완하면 댄서 분들이 참여하는 데,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ㄴ 박지영 : 기자회견은, 스트릿도 그렇지만, 벨리도 거의 하지 않는다.

사실, 벨리댄스는 다 처음이다. 배틀도 처음, 기자회견도 처음, 다 처음이다. 퍼포먼스 대회만 하는 것도 처음이고, 그룹만 하는 것도 하는 것도 처음이고. 그동안은 대부분 솔로 대회였다. 그래서 대회가 생소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다. 인기투표, 조회 수 같은 게 4만이 넘어가니까 조작한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그만큼 인기가 많은 거라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좋다.

ㄴ MC제리 : 그런 의식이 있는 댄서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 그런 생각 자체는, 많이들 하고 있을 거라고 여긴다.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지. 그런 댄서 분들이 마음으로, 대회에 참여해주셨으면.

기억에 남은 관객 반응이라면.

ㄴ MC제리 : 이제 곧 있을 거 같다. 아직까지는 작년이랑 비슷하다. 괜찮다.

ㄴ 박지영 : 예선전에서 벨리 댄서들이, 스트릿을 되게 좋아했다. 되게 긴 시간 대회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즐거워들 하셔서 좋았다.

MC제리 : 스트릿도 벨리댄서 분들을, 춤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낯선 것도 있었는데 이제는.

예선을 거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참가자는.

ㄴ MC제리 : 스트릿에서는 '코씨스타일(ko-C style)'. 벨리에는 '초유어린이들'. 너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내년에는 꼭 파이널에 올라올 수 있었으면 한다. 응원합니다. 초유 파이팅.

ㄴ 박지영 : 나이가 되게 많으신데도 어린 친구들과 같이 무대에 서보고 싶다고 하셔서, 48살에 팀 대표로 계신 분이 올라오셨었다. 굉장히, 그분의 도전 정신에 감탄했었다. 그런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벨리는 대표가 되면 잘 나오지 않는다. 실력자들, 나이가 좀 어린 친구들은 제자를 양성하든 마스터로 다니든 어떻게 하고 있든, 도전을 해줬으면 좋겠다.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도전해줬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대회가 해외에서 개최가 될지도 모르는데, 대회가 어떻게 발전됐으면 좋겠는지.

ㄴ 박지영 : 우선 투자를 많이 받았으면 한다. 처음에 기획했던 건 에임하이 코리아, 재팬, 차이나, 이런 식으로 해외로 돌면서 아시아로 유럽으로 뻗어나가려고 했었는데, 그러러면 많은 스폰이 필요하니까. 열심히 하고 있다.

ㄴ MC제리 : 그렇게 될 거다. 작년, 올해, 힘들게 많은 투자를 끌고 오셨으니까. 사실, 대한민국 벨리도 그렇고 스트릿도 그렇고, 대한민국 최고들은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이 올라와 있다. 아쉬운 건 대중들의 관심인 것 같다. 아직도.

에임하이뿐만 아니라 스트릿 대회든 벨리 대회든, 한국 대회들, 세계로 뻗어나갈 때 대중 분들이 관심을 가주셨으면.

문화뉴스 김미례 기자 prune05@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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