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을 두번이나 받은 오스트리아 거장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해피엔드'

'해피엔드'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문화뉴스 MHN 박현철 기자] 스마트폰 촬영 영상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한 여성의 모습이 보이고 그녀는 화장실에서 씻고, 양치질하고, 빗질한다.

그녀의 13살 난 딸 에브가 바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장본인. 딸은 우울증에 걸린 엄마의 일상을 영상으로 찍으며 마치 누군가에 전달하듯이 그런 엄마가 지긋지긋하다고 한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영화 '해피엔드'는 첫 장면이다. 영화 '해피엔드'는 바로 이 장면처럼 영화 내내 관객과 거리를 유지하며 관조적으로 바라본다.

영화에 감정 개입이 없다는 점이 영화를 다소 무미건조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인생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참모습을 드러내고 더욱 깊이 있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

감독의 건조한 시선과 거리감이 영화 속 인물에 더 집중하게 하고, 그들의 본모습을 엿보게 만드는 것이다.

 

'해피엔드'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우울증 걸린 엄마와 그녀의 딸 에브의 이야기는 놀랍게도 프랑스 부르주아 집안의 이야기다. 소녀 에브는 어느날 엄마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결국 쓰러지자 재혼한 아버지 토머스 로랑 집에서 함께 살게되었다. 토마스는 외과 의사로 프랑스 칼레 지역에 있는 부르주아 '로랑' 가문의 사람이다.

로랑 가문에는 집안의 기둥이자 최고령인 조르즈와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맏딸 앤, 앤의 아들이자 하나뿐인 후계자 피에르가 있다.

이렇게 고상하게만 보이는 가족들에게도 비밀이 하나씩 있다는 사실을 에브는 눈치챈다. 게다가 그 소녀조차 말 못 할 엄청난 비밀을 감췄다.

서로 걱정하면서 가족들은 결국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나아간다. 행복한 결말을 위해 자살 시도, 살인, 불륜, 일탈 등을 마다하지 않으며 자칫 모순적인 모습도 보인다.

영화속에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이중성을 갖고 있고, 일상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위선적으로 행동한다.

집에서 키우던 대형견이 가사도우미의 딸을 물자 앤은 "심각한 상처도 아닌데…"라며 짜증을 내고, 이 상황을 초콜릿 한 상자로 모면하려고 한다.

제목인 '해피엔드'와 달리 영화속 내용은 그다지 행복이 넘치지 않는다. 행복한 결말이라기 보다는 행복이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피엔드'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영화 '해피엔드'는 오스트리아 출신 거장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작품이다. 하네케 감독은 영화 '하얀리본'(2009)과 '아무르'(2012)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받은 거장이다. 그는 2012년 선보인 '아무르'의 뒷이야기를 이번 영화인 '해피엔드'에 담았다.

'아무르'에서 주인공이었던 조르즈는 사지가 마비된 아내를 간호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했었다. 그 조르즈가 '해피엔드' 속에 등장해 손녀 에브에게 자신이 간호하던 아내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비밀을 공유한다.

 

'해피엔드'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의도적으로 관객과 거리 두기는 영화는 로랑 가문이 추진하던 공사장 사고 장면을 CCTV 화면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자살 시도에 실패한 뒤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지나던 조르즈가 흑인 난민 청년들에게 뭔가 부탁하는 장면에서 이들의 대화는 자동차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아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장면도 있다.

사고 피해자를 찾아가 피에르가 흠씬 두들겨 맞는 장면도 먼 거리에서 잡으며 거리감을 의도적으로 부여한다.

이러한 거리감은 비극을 마치 남의 일처럼 여기게 만들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영화를 감독과 관객이 함께 만들어 나가게 한다.

영화는 스마트폰, SNS 등이 바꿔 놓은 인간관계와 소통의 변화도 담는다.

이에 대해 하네케 감독은 제작 노트에서 "잘못된 일을 하고 교회에 가서 고해성사한 것처럼, 요즘은 소셜 미디어로 고백하기 시작했다. 마치 다른 형태의 종교 같다"고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난민 문제, 계급 및 빈부 격차 등 프랑스 사회의 구조적 문제 등 폭넓게 다양한 내용을 담으려 시도했다. 영화의 배경을 대표적으로 난민촌이 있는 프랑스 북부 항구도시 칼레로 선택했고 하네케는 이에 대해 "타인에 대한 경시를 이야기하려 칼레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해피엔드'
출처: 그린나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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