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고인배, 손숙, 이순재 배우가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자네 평생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랑을 용서하지 못해 미안해."

 
한 편의 아름다운 시 같은 무대가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10월 1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사랑별곡'이다. 강화도의 한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우리네 부모님의 정과 한의 정서를 노부부 '순자'와 '박씨'의 이야기로 담아냈다. 노부부 각자의 마음에 묻어둔 진심과 사랑을 가슴 뭉클한 순애보로 그렸다.
 
7일 오후 이순재, 손숙, 고인배 등 명품배우들이 캐스팅되어 이슈가 된 연극 '사랑별곡'의 프레스콜엔 그 인기를 반영하듯 60여 명이 넘는 취재진이 찾아, 평소와 다른 연극 취재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구태환 연출, '박씨'를 연기한 이순재, 고인배, '순자'를 맡은 손숙 배우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살펴본다.
 
   
▲ 구태환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년 만에 재연을 올리는 소감을 들려 달라.
ㄴ 구태환 : 2년 전에 이순재 선생님과 할 때도 좋았는데, 당시 공연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고립문제가 우리 사회 문제로 안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문제를 아름다운 이야기로 펼쳐 보이고 있다. 작품에서 다루는 언어들이 정말 아름답다. 시어와 같은 아름다운 언어들이 배우에 의해 무대에서 구현될 때 나오는 시적 연극성을 관객들에게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박씨'는 사랑 표현에 서툴다. 실제로도 그런가?
ㄴ 이순재 : 나는 그렇게 거친 사람 아니다. (웃음) 표현을 잘 못 하지만 안 그렇다. 마누라한테 쥐어 잡히며 살고 있다. 안 그러면 쫓아낸다. (웃음) '박씨'라는 인물은 아내를 쟁취한 사람이다. 강력한 라이벌이 있었는데, 반강제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표현 방식이 거칠다. 옛날 우리 아버지나 내 또래에게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일반화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내심 깊은 사랑을 가진 역할이다. 아내가 그걸 어디까지 수용하는데 차이가 있지만, 아쉬워하고 진심을 고백하기엔 늦어버리고 만다.

이순재, 고인배 배우와 첫 연기를 펼쳤다.
ㄴ 손숙 : 무대에선 처음이지만, 오래전부터 가족처럼 친하던 분이라 편하다. 별 어려운 일은 없었다. 다만 더블캐스팅이라 보니 연습이 전보다 많았다. 개인적으로 한 달도 안 되어서 '햄릿'에서 섹시한 왕비 역할 하다 갑자기 시골 아낙네를 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더 편하고, 내 모습 같은 그런 느낌이어서 편하게 연습했다. 
 
   
▲ 손숙 배우가 출연 소감을 전하고 있다.
 
초연에 이어 6년 만에 공연을 하는데, 이 작품의 매력은?
ㄴ 고인배 : 이 작품을 6년 전에 초연으로 공연했었다. 누구나 살면서 지나온 날들이 후회될 때가 많다. 이 작품을 보면 삶의 회한을 정면에 내세운다. 그 이면을 일상적인 대사로 풀었다면, 자칫 신파로 넘어가는 위험 요소가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대사를 시적으로 승화시킨 것이 곱씹을만하다. 대사를 암기하고 직접 연기하니, 대사가 상당히 아름다우면서도 정서적으로 포근히 와 닿았다.

2년 전 공연에 비해, 사투리를 좀 더 연구한 것 같다.
ㄴ 구태환 : 장윤진 작가 선생님이 강화도 출신이시다. 지금도 강화도 살고 계시고, 대본도 강화도 말로 됐다. 2년 전 공연할 때 나온 의견이 강화도도 좋지만 다른 지역의 방언이 좋지 않겠냐는 것이 있어서 그쪽으로 공연하게 됐다. 하지만 강화도 사투리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선생님들도 허락해주셨다. 이번 작품엔 강화도 사투리의 매력이 있다.
 
손숙 : 연습하는데 엄청 힘들었다. (웃음)
 
   
▲ 고인배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순재 배우와 더블 캐스팅이다. 이순재 배우의 장점과 더불어 자신이 더 낫다고 장면이 있다면 무엇인가?
ㄴ 고인배 : 이순재 선생님은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이다. 일상적이지만 시적인 대사를 잘 풀어내셔서 배우는 게 많았다. 아무래도 나는 연극 무대에서만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 톤이 연극적이다. 이순재 선생님 연기를 보면서 일상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많이 배웠다. 시적인 대사가 연극적으로 하기 쉬운데, 그걸 쉽게 일상적으로 풀어내시는 것을 많이 배웠다. 그래서 감히 제가 이순재 선생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없다. (웃음)
 
   
▲ 연극 '사랑별곡'의 한 장면.
 
작품을 연습하면서 공감이 많이 된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ㄴ 고인배 : '박씨'가 아내인 '순자'에 대한 회한을 고백하는 장면이 가장 공감됐다. '박씨'가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라는 말을 전혀 못 하는 예전 어르신 모습이다. 물론 아무도 없으니 했겠지만, 겨우겨우 무덤 앞에서 마지막 사과를 하는 장면이 가장 공감 간다.
 
손숙 : 딸이 남편이랑 못 살겠다고 울고불고하는 장면이다. '순자'는 "좀 더 살면, 깎이고 깎여서, 닳고 닳아. 그럼 아무것도 아닌 게 많으니 깎아야지. 그럼 마음이 바위처럼 단단하게 될 것이다"라는 부분이다. 지금은 울고불고 하지만, 세월을 견디면 된다는 대사다. 우리 할머니가 자기 자식에게 늘 하셨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굉장히 가슴에 와 닿았다.
 
이순재 : 아내가 살았을 때 그런 마음을 표현했다면 아내가 더 오래 살았을 텐데, 그때 하지 못하고 아내가 죽은 다음에야 정성을 들인다. 꽃도 심고, 문안을 드린다. 그러면서 마지막 고백을 하는 대사가 나로선 최고의 장면이라 생각한다. "자네 평생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랑을 용서하지 못해 미안해"인데, 아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걸 무시했었다. 그리고 "내 옹졸한 사랑을 용서해달라"고 한다. 사랑의 깊고 큰 것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었다.
 
   
▲ 이순재 배우가 '박씨'로 2년 만에 다시 '사랑별곡'에 출연한다.
 
한국 사회에 이 작품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ㄴ 구태환 : 한국사회가 사실 해마다 많이 바뀌어 나가고 있다. 정신없고, 급변하는 나라인 것 같다. 분명 돌아봐야 할 것이 있는데, 그 속엔 사람이 있다. 사람이 한평생 사는 동안 생각할 게 많다. 담담하게 이 작품에서 담아내고 있다.
 
자식분들이 이 연극을 보라고 티켓을 주시는 경우가 있다. 연극을 자주 보지 않으시는 분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볼까 생각도 한다. '연극이 이런 말을 하고 있구나. 연극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다. 우리의 삶을 그대로 잘 비춰주는 거울처럼 '공감할 수밖에 없는 내 이야기를 연극에서 하고 있구나'를 전달하고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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