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았수다'(성우제, 강) 등 분야별 추천도서

[문화뉴스] 봄 기운이 느껴진다. 이제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외출시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나가보기 좋은 계절이다. 오른손에 책을 들고 다니다 보면, 가방에 넣고 다닐 때보다 훨씬 책을 많이 보게 된다.

어떤 책을 들고나갈지가 어렵다면 아래 권장 도서를 살펴보자. 전문가들이 추천한 분야별 도서 20종이다. 내용도 좋고, 들고 다니면 스타일링하기도 괜찮은 책들이다.   

[문학예술 분야]

   
 

작가란 무엇인가
파리 리뷰/권승혁 외/다른/ 2014.1.31 발행/496쪽/22,000원

뉴욕에서 출판되는 문학잡지 중에 <파리리뷰>라는 매체가 있다. 1953년 창간된 이후 지금껏 세계적인 작가들 수백 명과 심층 인터뷰를 해왔으며 그 생생한 인터뷰가 매호 실리고 있다. <파리리뷰>의 인터뷰는 작가들에게는 일종의 영예이고, 독자들에게는 흠모하는 작가와 작품의 숨겨진 뒷모습을 엿보게 해주는 흥미로운 창문 역할을 해왔다. 이 책 <작가란 무엇인가>는 파리리뷰의 첫 번째 한국어판인 동시에, 출판사와 대학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함께 열 두 명의 '최고 작가'를 선별해 그들의 인터뷰를 모아 발간한 일종의 올스타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의 면면은 이렇다.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E.M 포스터. 이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숨이 막히는 거장들이다. 그들은, 쓰지 못했지만 썼으면 하고 열렬히 바란 책에 대해(움베르토 에코), 새 작품이 들어가기 전 얼마만큼 미리 구상하는가에 대해(필립 로스), 술을 끊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에 대해(레이먼드 카버), 작가의 고립에 대해(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작품이 폭력으로 점철되었다는 평이 대해(윌리엄 포크너) 각자의 언어로 대답한다. 그때 그들은 위대한 작가이지만 동시에 한 명의 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터뷰를 통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작가론'이자 '창작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작가로 구성된 인터뷰어들은 때론 냉철하고 때론 사려 깊게, 공들여 준비한 질문을 던지고 대가의 답을 경청함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곧 출간예정이라는 2권 역시 오에 겐자부로, 스티븐 킹, 살만 루시디 등 12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한다. 작가 선별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파리 리뷰>의 번역본을 제 1호부터 차근차근 읽고 싶은 마음에서는 그 점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이런 책이라면 읽어도 읽어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 추천자 : 정이현(소설가)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악의 즐거움
레너드 번스타인/김형석 외/느낌이있는책/ 2014.1.29 발행/344쪽/17,000원

20세기의 대표 지휘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레너드 번스타인이란 이름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레니'라는 애칭으로도 불린 번스타인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함께 동시대를 양분했던 '스타 음악가'였다. 이 책은 번스타인이 지휘자였을 뿐만 아니라 솜씨 있는 클래식 음악 해설가이자 탁월한 음악교사였다는 걸 보여준다. 그는 음악을 다루는 여러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 음악이라는 마법의 비밀을 친숙한 화술과 명쾌한 분석을 통해서 해설해준 바 있다. 음악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면 그 즐거움은 어떻게 가능한가. 단지 듣고 즐기는 감상의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악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고 또 이해해야 할 것인가.

번스타인은 통상적인 음악비평이 그러는 것처럼 작품과 관련한 숨은 일화나 유명인의 명언을 소개하거나 피상적이면서 현학적인 설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에 작곡자의 머릿속 혹은 내면으로 바로 들어간다. 작곡자의 고민은 무엇인가. 번스타인에 따르면, 주제를 이루는 적확한 음들을 찾아내는 것과 그 주제를 이어받아 하나의 교향곡의 주제를 세울 수 있는 적확한 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로서 작곡자란 "어떤 음 다음에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어떤 음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일례로 번스타인은 음악의 대명사 베토벤의 걸작 "운명”이 쓰인 과정을 추적하면서, 베토벤이 남긴 악보들이 그의 내면에서 벌어졌던 전투의 '피투성이 기록'임을 밝힌다. 음악의 탄생 과정을 번스타인과 함께 되짚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음악에 대한 이해와 함께 한층 배가된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무릇 훌륭한 교사의 역할이란 그런 것이다. 
- 추천자 : 이현우(인터넷 서평꾼)

[인문학 분야] 

   
 

곰, 몰락한 왕의 역사
미셸 파스투로/주나미/오롯/2014.1.29 발행/400쪽/23,000원

우리는 인간이 되기를 소망했던 곰이 고생 끝에 웅녀가 되고 천신의 아들인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안다. 아득한 옛날 곰은 우리 선조들이 숭배했던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곰의 지위는 어땠을까?

유럽에서 곰은 오랫동안 숭배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게르만족이나 켈트족, 슬라브족, 발트족이 사는 지역에서 곰은 동물의 왕이자 전사의 상징이었다. 유럽의 젊은이들은 곰과 싸워 이김으로써 곰이 가진 힘을 얻으려 했고, 곰을 자신들의 상징이자 선조로 생각했다. 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사람은 미래의 지배자나 왕이 될 승리자로 부각되기도 했다. 기독교가 전래되면서 곰은 그리스도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고, 곰을 숭배하는 이교도는 기독교로 개종하기가 힘들었다. 그러자 중세 교회에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곰을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사제와 신학자는 곰을 순종적인 동물로 묘사하여 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고, 게으르고 사악한 존재로 묘사하여 모욕을 주거나 조롱했다. 중세 교회가 곰 숭배의 잔재를 몰아내는 데에는 천 년의 시간이 걸렸고 곰 대신에 왕좌를 차지한 것은 사자였다. 이제 곰은 장터나 서커스단에 끌려 다니며 재주를 부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나 곰의 지위가 완전히 몰락한 것은 아니었다. 곰은 여전히 몇몇 가문과 집단의 문장으로 남았으며, 인간의 상상력에서 중심적 지위를 차지하여 판타지가 만들어졌다. 20세기에 곰은 곰 인형으로 나타나 인간의 절친한 친구이자 수호천사가 되었다. 이 책은 야생동물인 곰을 역사 연구의 주제로 하여 중세 서양의 문화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 추천자 : 김문식(단국대 사학과 교수)

   
 

질병의 탄생
홍윤철/사이/ 2014.1.20 발행/376쪽/18,000원

질병이라는 것은 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상태로 보는 전통과 상식을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최근 유행하는 결정론적인 사고방식을 좇아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해야 하는가?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새로운 시각을 소개하고 있다. 질병이란 빠른 환경의 변화를 인간의 유전자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일종의 부적응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둘러싼 지구의 환경은 지난 1만년 동안 기후, 농경, 도시화, 산업혁명 등 급속한 변화를 겪어왔는데, 인간의 유전자는 오랜 동안의 자연선택을 통해 변화하기 때문에 그 환경에 미처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적응이 바로 질병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질병이란 유전자 자체에 어떤 비정상적인 변화가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변화한 환경에 유전자가 미처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중 하나만을 택하지 않고 이처럼 이 둘이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에게 질병이라는 상태를 만들어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큰 틀에서 질병의 원인, 정의, 특징, 대책에 대해 설명할 뿐 아니라, 질병을 만드는 환경적 요인들(먹거리, 기후 변화, 햇빛, 오래달리기, 술, 담배, 산업혁명, 화석연료)과 특히 문명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질병의 예(전염병, 비만,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알레르기 질환, 암, 우울증)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환경을 개선하고 유전자가 환경에 적응하도록 하는 질병예방책은 개인의 건강을 위한 지침일 뿐 아니라 국가, 인류의 차원에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현직 의사이자 의학자가 쓴 글이지만 인간을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보기 보다는 인류사와 문명사를 통해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과 질병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인문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추천자 : 이진남(숙명여대 교양교육원 교수)

[사회과학 분야]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아만다 리플리/김희정/부키
2014.1.17 발행/432쪽/14,800원

매년 우리나라는 1만여 명의 아이들을 미국이라는 낯선 땅으로 유학을 보낸다. 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려는, 또는 과도한 입시전쟁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학부모들의 안타까운 선택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자체 교육의 낙후에 대해 대통령부터 학부모들까지 온 사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학입시를 위한 입시지옥으로 몰아가는 우리 교육. 과연 무엇으로 우리 학생들을 똑똑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 교육이 갖고 있는 강점은 과연 무엇이고 우리 교육은 앞으로 어떤 과제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인가.

이 책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통해 미국 교육의 현실을 인식한 저자가 장장 3년에 걸쳐 전 세계 교육 강국을 직접 방문하고, 400여명의 교육 관계자를 만나고, 교환 학생들을 상대로 숱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담고 있다. 한국, 핀란드, 폴란드, 미국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미국의 평범한 학생과 교육 전문가들의 눈에 비친 한국 교육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미국의 교육이 실패를 두려워하며 자유를 가장한 안일함을 고수한 반면 한국, 핀란드, 폴란드는 엄격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고 비교했다. 한국이나 핀란드, 폴란드 역시 복잡하고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미완성이지만, 좋은 성적을 내는 똑똑한 학생은 절대 학생 한 사람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음을 지적했다. 교육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부모와 교육의 가치를 이해하는 정부의 노력, 그리고 수준 높고 안정된 교사의 역할이 필수라는 것이다.

부모, 학생, 교사의 삼위일체가 교육의 가치에 대해 동의하고 그 열정이 교육 주체들에게 아로새겨질 때 비로소 세계적인 교육 강국이 탄생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 왕상한(서강대 법학부 교수)

[사회과학 분야] 

   
 

로지컬 씽킹의 기술
HR 인스티튜트/현창혁/비즈니스북스/2014.2.5 발행/244쪽/14,000원

"탁월한 기획을 이끌어 내는 생각정리의 힘"이란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정보의 복잡화, 관련 구성원의 다양화, 의사결정 속도의 가속화를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고의 기술인 논리적 사고, 즉 '로지컬 씽킹(Logical Thingking)'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총 4부로 나누어, 로지컬 씽킹이란 무엇이며 로지컬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지 설명하고 논리적 문제 해결과 로지컬 씽킹을 가속화하는 힘에 대하여 소개한다.

인간관계나 비즈니스 관계나 모두 '소통'이 화두이다. 상대방과의 자연스런 소통은 결국 보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서는 '윈-윈 관계'가 형성되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올바른 소통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논리적 사고다. 최고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인간관계의 향상을 위해 그리고 비즈니스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보면 좋겠다.
논리적 사고능력은 결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연습과 훈련을 통해 누구나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며 습관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30개 핵심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하고 이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나만의 날카로운 비즈니스 무기를 만들어 보자. 전달력, 기획력,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30가지의 생각도구를 통해 최고의 비즈니스 무기인 논리적 사고의 힘을 향상시키기를 기대해 본다. 
- 추천자 : 전형구(독서경영 칼럼니스트)

[자연과학 분야] 

   
 

한없이 작은, 한없이 위대한
존 L. 잉그럼/김지원/이케이북/2014.1.17 발행/448쪽/19,500원

영화 속에서 폭풍우에 난파되어 먼 바다를 떠돌다 간신히 고국에 돌아온 주인공이 으레 맨 처음 하는 행동이 있다. 땅에 발을 딛자마자 엎드려서 흙냄새를 맡는다. 관객도 저절로 떠올리게 되는 콧속으로 들어오는 향긋한 고향의 냄새, 사실 이 흙냄새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위도 아래도 한없이 푸르기만 한 망망대해 위로 피어오른 하얀 뭉게구름도, 어시장 초입부터 배어나오는 짭짤한 비린내도, 유럽 대륙의 많은 부분을 이루고 있는 새하얀 암석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동굴을 볼 수 있는 전 세계의 석회암 지층도 마찬가지다. 미생물은 치즈와 와인을 만들고, 우리가 매일 배출하는 생활용수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우리 몸속에서 음식물 소화도 돕는다.

한편 미생물은 온갖 질병도 일으킨다. 미생물이 많은 질병의 원인임이 밝혀진 뒤로 인류는 주로 미생물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에 따라 우리는 미생물 하면 해롭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과학계가 미생물이 지구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더 올바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말에 들어서였다. 그 전까지 미생물은 우리 같은 몸집 큰 동물과 식물에 비해 하찮은 존재로 여겨졌지만, 새로운 유전자 분석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오히려 미생물이 본줄기이고 우리가 거대한 생명의 나무에서 잔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견해에 반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후속 연구들은 미생물이 지구의 지배자임을 계속 확인해주었다. 이 책은 그런 미생물의 이모저모를 다방면으로 살펴본다. 제목 그대로 한없이 작은 생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적절히 전문 지식을 곁들여서 재미있게 들려준다. 읽다 보면 지구의 지배자 자리를 그들에게 넘겨주어도 당연하다는 마음이 절로 들 것이다.
- 추천자 : 이한음(과학 전문 저술 및 번역가)

[실용일반 분야] 

   
 

폭삭 속았수다
성우제/강/2014.1.10 발행/452쪽/18,000원

우리의 국토는 기록과 각성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1990년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국토와 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 대표적 기록이다. 2000년대 제주올레는 주목받지 않았던 우리 땅 구석구석의 평범한 아름다움에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한 국민적 각성이었다.

전직 기자인 저자는 스무날동안 26개 코스 425킬로미터의 올레코스를 완주했다. 그냥 걷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 길을 만든 사람, 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났다. 제주의 빼어난 풍광, 슬픈 역사, 다양한 풍습도 함께 만났다. 1만8000명의 신과 함께 공존하는 제주도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책이어서 제주올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가이드북 이상의 가치가 있다.

저자는 자신이 걸었던 캐나다의 브루스트레일을 떠올리면서 제주올레길을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외국 트레일의 경우, 길 중간에 동네가 나오면 길은 마을을 우회한다. 가끔 인가를 만나도 문은 꽁꽁 닫혀있고, 사람의 그림자도 볼 수 없다. 반면 제주올레길은 동네 안으로 곧장 들어가 마을과 사람 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사람이 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명숙 이사장이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가졌던 아쉬움을 제주올레길에서 해소한 셈이라고 저자는 정리한다. 외국 관계자들이 제주올레길에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라고 한다.

독자들은 책을 내려놓으면서 유홍준식의 답사문화가 1990년대 마이카 시대의 산물이라면, 서명숙식의 걷이 여행은 21세기형 자아 찾기와 국토예찬이라는 저자의 결론에 쉽게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추천자 : 이하경(중앙일보 논설주간)

[유아아동 분야] 

   
 

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
우현옥 글, 흩날린 그림/개암나무/2014.1.17 발행/160쪽/11,000원

초등학생인 딸아이는 방앗간 앞 참새마냥 학교 앞 문구점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형형색색의 값비싼 장난감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막상 장난감을 사 주어도 이내 싫증을 내고 또 다른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기 일쑤이다. 진짜 멋진 장난감은 자신이 직접 정성들여 만들어 아낄 줄 알고, 그것을 누군가와 함께 가지고 놀고, 그 과정에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애틋한 그리움과 함께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호드기 만들기, 보리 구워 먹기, 감자 서리, 얼음 배 싸움 등 자연 속에서 호기심과 모험심을 자극하던 놀이들, 이웃과 어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따스한 인정을 가슴 가득 담고 살았던 그 때 그 시절 이야기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의 품속에서 우정을 쌓아 가고, 성장통을 겪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향수와 아직 마르지 않은 감수성의 샘물을 선사한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놀이가 주는 색다른 재미와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해 준다. 결국 책 속에 담겨 있는 그 따뜻한 감수성과 마음이야말로 시간의 더께를 걷어내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오래된 미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추천자 : 김대경(서울 성수고 교사)

   
 

괴물이 되고 싶어!
김향수 글, 김효정 그림/한우리북스 스푼북/2014.1.15 발행/44쪽/10,000원

어느 기업체 가족캠프 실화. 전날 밤 흥겨운 프로그램을 즐기며 낯익은 사이가 된, 그러나 서로 조심스럽기만 한 가족들이 아침 배식대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어느 집 아이 하나가 스테인레스 식판을 수저로 땅, 땅, 두들긴다. 두어 차례 소리만으로도 쭈뼛하게 신경이 곤두서는데 아이는 계속 소리를 낸다. 하필 아이 부모는 잠깐 자리를 떴고, 다른 가족들은 아이 마음 상하지 않게 제지할 방법을 몰라 참을성을 다해 견디는데, 모두의 불쾌감이 아슬아슬 위험수위에 이른다. 청정 자연 속에서 사원 가족 간 친목을 도모할 목적으로 열린 캠프가 이제 곧 누군가의 호통과 아이의 울음소리로 무참한 파국에 이를 참이다. 그때 문득 어른 한 분이 아이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는 공손히 절을 하며 말한다. "스님, 어느 절에서 오셨는지요?" 아이는 깜짝 놀란 채 대오각성, 씩 웃고는 정신없이 열중했던 소리내기를 뚝 그친다. 잔뜩 언짢았던 어른들이며 어른들 눈치만 보고 있던 다른 아이들도 한바탕 웃는 것으로 사태가 수습되었다. 멋진 유머는 그렇듯 핵심을 찌르며 우아한 결론을 낸다.

이 책은 아이들 세계의 유머로 말하는 그림책이다. 맨홀 뚜껑을 밀어내며 등장한 악취 괴물이 독자를 향해 "뭐? (나 같은) 괴물이 되고 싶다고?” 라고 물으며 씻지 않고 닦지 않고 몸속에 벌레를 키움으로써 '괴물 되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어린이를 비롯해 이런저런 저급한 욕망을 지니기 마련인 세상 모든 독자들은 괴물 바깥쪽에서 괴물의 마음을 즐기며 '괴물 되기'를 이겨낸다. 반추상화와 만화를 섞은 그림이 반어적 유머를 근사하게 구현한 이 그림책에 '잔소리 부록'을 덧붙인 것은 옥의 티. 
- 추천자 : 이상희(그림책 작가, 시인)

문화뉴스 이밀란 기자 pd@mhns.co.kr ⓒ 도움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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