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학자 및 예술가 100명, 마크롱 대통령에 "영어 쓰지 말라" 경고
  • 김재정 기자
  • 승인 2019.06.1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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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사용하는 25개국 지식인과 예술가 공동서한... "프랑스어 보호하라"
출처 : AFP | 18일 샤를 드골의 대독 항전연설 79주년 기념식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출처 : AFP | 18일 샤를 드골의 대독 항전연설 79주년 기념식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문화뉴스 MHN 김재정 기자]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25개국의 예술가와 지식인 100명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영어에 위세가 눌리고 있는 프랑스어를 보호하는 노력을 배가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공식석상에서 영어를 스스럼없이 쓰는 마크롱에게 "국내외에서 영어를 쓰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스위스 출신 사회학자 장 지글러, 프랑스 가수 피에르 페레 등 불어권 25개국 지식인 100명은 지난 16일자 일간 르 파리지앵에 일종의 '프랑스어 사수 결의문'으로 보더라도 무리가 없는 공개 서한을 게재하며 각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프랑스어가 영어에 질식되어 위태롭다. 영어가 너무 일반화되면서 프랑스어의 입지가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인 1940년 6월 18일 샤를 드골 장군의 독일에 대한 항전 연설 79주년을 앞두고 공동 서한을 작성한 이들은 마크롱에게 "프랑스 전통의 레지스탕스 정신을 따르고 프랑스어를 영어의 식민주의에서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공식적인 석상에서 영어를 곧잘 사용하는 마크롱에게 "모범을 보이라"고 지적하며 "외국에서는 물론 프랑스 국내에서도 어울리지 않는 영어 사용은 중단하라"고 요구한 점이 이목을 끌고 있다. 

한편, 정계에 입문하기 이전 글로벌 기업의 인수 합병 전문가로 일하며 영어 실력을 기른 마크롱은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나 국내에서 영어권 화자들과의 대화에서 스스럼없이 영어를 사용하곤 했다. 

그러나 이는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한 프랑스에서 상당히 이례적이었던 모습으로, 이에 대해 100인의 예술가와 지식인은 또한 "영어의 제2의 공용화론도 거부한다"면서 "중등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도입하려는 계획을 당장 멈추라"고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전과 달리 마크롱 집권 이후 기업과 인재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영어 학습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총리가 고교생과 대학생들의 국제 공인 영어 시험 비용을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고, 브렉시트 이후 국제금융사들을 파리로 유치하여 영어로 금융분쟁을 다루는 특별법원 설치, 파리에 영어로 운영하는 국제고교 세 곳 개교 등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어 보호라는 과제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은 작년 3월 20일 국제 프랑코포니(불어사용권)의 날에는 외국의 프랑스학교 설립 확대와 유럽연합 관리들에 대한 불어강습 확대 등 불어 진흥 30개 대책을 발표했고, 그전에는 프랑스어 진흥 특사로 2016년 공쿠르상을 받은 여성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를 임명했다.

그럼에도 마크롱은 역대 대통령이나 프랑스의 현 정서에 비해서는 영어가 이미 국제어의 지위를 굳힌 이상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편이다.

이런 마크롱의 입장에 대해서도 100명의 예술가·지식인들은 프랑스어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작년 10월 프랑코포니 정상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실용어인 영어와 '창조의 언어'인 불어를 대비한 것을 거론하며 "이는 세계 공용어로서의 영어의 위상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아프리카의 불어사용권과 캐나다 퀘벡의 활발한 경제를 고려하면 실용어로서의 불어의 가치가 더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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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정 기자 |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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