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이우환 공간'(Space Lee Ufan)은 현대 미술의 거장 이우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방탄소년단의 RM(남준)이 방문했다는 사실은 뒤늦게 알려졌다.

RM 측에서 사전 연락을 따로 하지 않고 매니저만 동행한 채 조용히 관람 중이어서, 그의 방문을 나중에 알게된 수석큐레이터 정종효 학예실장은 작품 먼발치에서 그의 뒤를 따랐다고 한다.

그러다 "필요하면 작품 설명에 도움을 드리겠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고,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RM은 "저는 바람시리즈를 좋아합니다"라고 답했다고.

대화를 이어간 정 수석큐레이터는 이우환을 비롯해 미술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감성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정 큐레이터는 RM의 방문 후 당시 상황과 느낌을 소셜네트워크에 올렸다.

그는 SNS에서 "이 시대 대중음악의 별 하나를 맞이했다.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작품에 심취해 있는 모습에 말조차 걸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모노하(2차 세계대전 이후 범람하는 서구 미술 이미지에 저항했던 일본 작가)를 알고 단색화와 작가들을 알고, 동시대 미술 동향을 알고 있는 그였다"고 적었다.

정 큐레이터는 "왜 세계가 BTS에 열광하는가?"라고 물은 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단순한 음악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했다. BTS의 가사와 곡들이 절대 우연이 아님을 보게 됐다"며 RM과 짧은 만남에 대한 느낌을 남겼다.

BTS 남준이 이우환 공간을 다녀간 것이 알려진 후 이곳 관람객은 4배 이상 늘어났다.

미술관 측은 하루 30명에서 50명에 불과했던 관람객이 지난 16일 210명에 이르는 등 매일 관람객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이우환 공간은 명성에 비해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그간 관람객의 발길이 뜸했었다.

부산시의회에서는 2017년 "거장의 전시실 유치만 해놓고 운영은 엉망"이라며 활성화 방안을 촉구하기까지 했다.

부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BTS 멤버의 방문으로 이우환 공간이 최대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해설안내 횟수를 늘리는 등을 관람 편의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