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과 다름 없는 오심 연발, 국제대회 존속 당위성 잃어

▲ 신인지명 회의 직후 선전을 다짐한 청소년 국가대표팀. 선수 구성은 역대급이었지만, 역대 최악으로 진행된 대회 진행 자체가 문제였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프리미어 12,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 올림픽, 아시안게임, 대륙간컵 대회 등 우리나라는 유독 국제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물론 선수단 구성에 어려움이 있거나 비중이 크지 않은 대회일 경우 많은 사람의 '관심 밖'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태극 마크'를 단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우리 나라 선수들의 정서상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경우도 분명 있었다. 최해찬(홍은중)-황재영(휘문중) 듀오를 앞세워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최종 우승을 차지한 경우가 딱 그러했다. 반면, 역대급으로 국가대표팀을 구성했으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경우도 있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전국의 야구돌(야구+아이돌)들을 응원하는 아마야구 팬들 사이에서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는 꽤 의미 있는 대회였다. 평소 응원하는 고교야구 선수들 중 가장 잘하기로 소문난 이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면, 아시아는 물론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진다는 것도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청소년 대표팀은 2009년 이후 두 번이나 아시아를 정복하며, 국제 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올해 열린 아시아 선수권대회 역시 '역대급 국가대표'를 구성했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우리나라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야구 보여주는 남자 스물 아홉 번째 이야기는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의 뒷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역대급 국가대표팀'에 주어진 것은 '역대 최악의 아시아 대회'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인 전력은 경기장 내에서 완벽한 경기 운영이 펼쳐질 때에야 비로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법이다. 특히,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청소년 대표팀의 경기가 펼쳐질 경우, 경기 외적인 개입이 일어나면 더욱 안 되는 법이다. 안타깝게 이번에 타이완에서 열린 아시아 선수권대회는 경기 외적인 개입이 지나치게 많아져 '역대 최악의 대회'라는 평가를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만큼 경기에 투입된 선수 및 코칭스태프 외의 인사들은 최악의 경기 진행을 선보였고, 그 안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게 된 팀이 바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었다.

상황은 이러했다. 전승으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대표팀이 만난 상대는 홈팀 타이완이었다. 시종일관 불균형한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애를 먹은 대표팀은 그래도 이정범의 활약을 앞세워 5-5 동점 상황에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맞이한 연장전에서 대표팀은 상대 공격을 투 아웃 무실점까지 잘 막아내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라고 생각했던' 타이완 선수가 유격수 땅볼을 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듯싶었다. 유격수의 송구는 다소 높았지만, 1루수 이정후(넥센)가 여유 있게 잡으며, 주자를 태그 시키는 것까지 현지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누가 봐도 아웃 상황이었다. 그러나 1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하며, 눈에 보이는 오심을 저질렀다. 그 사이에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끝나야 할 이닝이 종료되지 않았다. 결국, 대표팀은 투 아웃 이후 연속 실점하며 경기 흐름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명백한 오심 탓에 대표팀의 역전승으로 끝날 수 있던 경기 승부가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그리고 이는 '승부 조작'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홈팀에 명백한 어드벤티지를 부여한 이 경기로 인하여 대표팀은 일본전에서도 큰 힘을 내지 못했고, 결국 동메달 획득에 만족하면서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2009년 이후 필자가 경험했던 수많은 국제대회 중 최악이라 할 만큼 이번 아시아 선수권대회는 철저하게 타이완의 우승을 위해 설계된 대회였다(그럼에도, 결승 토너먼트에 오른 타이완도 일본에 패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왜 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슬픈 단면이기도 했다.

동경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다시 퇴출당한다면?'

'나비 효과'의 사전적 의미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가 날개를 한 번 퍼덕인 것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또 이 영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증폭되어, 긴 시간이 흐른 후 미국 뉴욕을 강타하는 허리케인과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라는 뜻이다. 즉, '작은 사건 하나에서 엄청난 결과가 나온다.'라는 의미로, 지구 한쪽의 자연현상이 언뜻 보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먼 곳의 자연과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즉, 이번 아시아 대회에서 나타난 작은 오심 하나가 전체적인 국제 대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비 효과에 비유할 수 있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퇴출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가 '승부 조작'과 비슷한 상황이 사람(심판)에 의해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 올해 청소년 대표팀으로 선발된 2학년 멤버들. 이들이 내년 시즌 고교야구와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 또 다른 주역들이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제는 동경 올림픽을 기점으로 다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야구가 또 다시 퇴출당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이미 '프리미어 12'를 통하여 일본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판정을 내린 심판진의 '볼 장난'이 올림픽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도 대표팀 포수 강민호의 퇴장까지 만들어낸 주심의 볼 판정 역시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넓은 의미에서의 '승부조작'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동경 올림픽 이후 또 다시 정식종목 존속 여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그 누구도 아닌, 야구에 종사하는 사람들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기도 하다.

타이완 프로야구는 한때 도박으로 인한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팀이 해체되는 등 갖은 어려움 속에 지금은 딱 4개 팀만 남게 됐다. 그 승부조작의 본토에서 열린 청소년 대회에서 대표팀이 희생양으로 남게 됐다. 역대 최악의 대회로 남은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서 동메달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낸 대표팀에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WBSC(세계 야구/소프트볼 연맹)는 이를 계기로 야구가 국제 대회에서 긴 수명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주기를 기원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야구의 국제대회는 영원히 '그들만 우승하기 위한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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