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집단 뚱딴지의 김이설 원작 황이선 각색 연출의 환영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김이설(1975~)은 충남 예산 출생으로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열세 살」로 등단했다. 제1회 황순원 신진문학상과 제 3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으며,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 경 장편소설 <나쁜 피>, <환영>, <선화> <빈 집> <오늘처럼 고요히>를 발표했다.

윤영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무능력한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젖도 떼지 않은 갓난아이를 집에 두고 백숙집에서 날품을 판다. 윤영이 견디기 힘든 것은 고된 노동이 아니라 가족이다. 남편은 공무원 시험에 자포자기한 상태, 여동생은 자신의 돈까지 떼어 먹은 주제에 끊임없이 돈을 달라고 전화한다. 암에 걸린 아빠를 내팽개친 엄마는 새로운 남자와의 새살림을 위한 방 한 칸을 구해달라고 윤영을 들볶는다. 지옥 같은 현실은 그녀를 백숙집 별채에서 몸으로 남자를 받아내는 극한의 선택으로 내몬다. 그렇게 윤영의 삶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윤영이란 인물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결국 그 현실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 결국 끝을 낼 수 없는 삶의 고리라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시작이었다'는 문장과 상통한다. 슬프지만 현대인들은 태생적으로 빈부든 계급이든 벗어나기 힘든 굴레를 갖는다. 그런 현실을 생각하면서 인물이 만들어져 나온 소설이다. 이 인물이 벗어날 수 없는 끔찍한 현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설정이다.

   
 

환영은 두 가지 뜻을 갖는다. '오는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맞음'이란 뜻의 환영(歡迎)과 '눈앞에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란 뜻의 환영(幻影)이다. 연극 <환영> 속에서는 이 두 가지 의미가 한꺼번에 겹쳐진다. 지옥 같은 현실이 윤영을 환영하고, 그 지옥 속에서 윤영은 환영 같은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윤영의 모습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외면하고 있던 현실'을 바라보게끔 만든다.

황이선은 원래 사회복지사였다. 일반 회사에도 있었고, 정신병원에서도 근무하다가스물 다섯 나이에 서울예대 극작과에 들어갔다. 공산집단 뚱딴지에 들어가 문삼화 연출가의 조연출을 하다가 극작과 연출을 하면서 기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팩토리 왈츠>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비잔틴 레스토랑> <러닝머신 타는 남자의 연애갱생 프로젝트> <봄은 한철이다> <리어> <모든 건 타이밍II> <앨리스를 찾아서> <프로메테우스>를 집필 또는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건강한 미녀 연출가 겸 작가다.

무대는 입체로 된 정사면체의 조형물 여러 개를 합쳐놓고 방으로 사용하거나 분리 이동시켜 의자로 사용한다. 삼면벽은 각기 두 개의 문이 있어 등퇴장 로 구실을 하고, 문을 모두 닫으면 주인공이 역경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현실을 상징하기도 한다.

출연자들은 낭독공연처럼 시작을 하지만 대사를 암기해 실제 연극처럼 연출된다. 주인공의 감정상승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대사전달은 칭찬할만하다.

   
 

김설이 주인공 윤영 역, 리우진이 왕사장 역, 김지원이 어머니와 공판장 여인 역, 문병주가 남편, 이준희가 아빠, 노준영이 여동생, 문승배가 손님, 이인석이 태민 역을 하며, 출연자 전원이 제대로 된 성격창출과 1인 다 역의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다만 비속어욕설이라든가 외설적 성행위 묘사는 공연예술을 발전시키는데 장애적 요소가 될 뿐이다.

드라마터그 이주영, 무대디자인 김혜지, 조명디자인 김용호, 음악 레인보우99 이성신 박지혜, 조연출 이준희, 오퍼레이터 김용운 신재윤, 그래픽디자인 황가림, 사진 이정훈, 홍보마케틴 나희경 등 스탭 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공상집단 뚱딴지의 무대로 만나는 소설, 김이설 원작, 황이선 각색 연출의 <환영>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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