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느 정도의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윤성희 세 번째 장편소설 '상냥한 사람'
[문화뉴스 MHN 이은비 기자] "인간은 어느 정도의 슬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따뜻한 이야기꾼' 윤성희 작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상냥한 사람'(창비 펴냄)을 들고 돌아오면서 독자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윤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여전히 그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소설을 통해 많은 사람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소설엔 저마다 ‘슬픈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슬픔은 '잘 나갔던 과거'와는 달리 너무도 영락한 현재 모습에 기인한다.
주인공 형민은 38년 전 드라마 '형구네 고물상' 아역배우로 큰 인기를 누렸으나, 애석하게도 영광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드라마 종영 후 오디션마다 번번이 떨어지고 학업 성적도 점점 더 나빠졌다. 어른이 돼 결혼하고 딸도 얻었지만, 불행히도 이혼에 이르고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
'형구네 고물상' 이후 38년 만에 잊힌 유명인 과거를 돌아보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형민은 이런 과거사를 떠올리는 게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불행한 일과 잘못된 선택, 구차한 변명이 그를 괴롭히면서 결국 녹화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만다.
공교롭게도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도 한 때는 잘 나가다 물 먹은 사람이다. 이 프로그램으로 6년 만에 공중파에 돌아왔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방송에서 하차하고 케이블TV에서 일해야 했다.
어린 시절 '형구네 고물상'을 보고 자란 진행자는 형민과 대화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이입한다. 과거 숨겨둔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감정에 북받쳐 눈물까지 흘린다.
대화를 통해 둘의 과거는 자연스럽게 원래 하나의 슬픈 이야기였던 것처럼 어우러지고 이는 곧 형민의 어머니로, 아내로, 딸로, 회사 동료들로 가지를 치면서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형민의 이야기에서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슬픈' 사연들은 독자들에게 형민의 이야기가 개인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에 똑같이 묻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결국 삶이란 성공과 실패, 슬픔과 기쁨의 파도가 번갈아 치는 가운데 속절없이 흘러가고, 인간은 어떤 일이 있어도 ‘삶을 살아내는 미덕'을 갖춘 존재라고 작가는 말한다.
사는 게 별 게 있나. 잘 안 풀려서 슬퍼도 희망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다. 타인의 삶을 가능한 따뜻한 눈으로 관찰하면서 서로 위로하고 용서하며 견뎌 나가는 것이다. 바쁘고 차갑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윤성희 작가가 소설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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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느 정도의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윤성희 세 번째 장편소설 '상냥한 사람'
이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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