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 '아'재파탈

[문화뉴스] 'TV'에서 '라디오'스타를 보며 떠오른 단상
 
   
▲ MBC라디오스타
필자의 집에는 텔레비전이 한 대 있다. 그러나 위치는 안방. 언젠가부터 본!방!사!수!보다는 안방이 비었을 때 IPTV를 통해 재방송을 보거나, 인터넷에 올라온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짧고 굵게 예능을 감상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서 종종 누군가보다는 빠른 속도로, 누군가보다는 느린 속도로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들을 알고 유행어를 따라간다.
 
'라디오스타(MBC)'에 관한 기사를 쓰려던 중에 본인의 미디어 관람 습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라디오스타'는 즐겨보지만 무슨 요일에 하는지 검색을 해야 알았으므로. 
 
'라디오스타'는 생각보다 오래된 프로그램이었다. 2007년부터 시작되었으므로 내년이면 10주년을 맞이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아마 2006년에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에서 따온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 사이에 이준익 감독이 '님은 먼 곳에(2008)', '구르믈 벗어난 달처럼(2010)', '평양성(2010)', '소원(2013)', '사도(2014)', '동주(2015)'를 연출했으니 그동안 '라디오스타' 참 잘 버텼다.
 
   
▲ 영화 라디오 스타 ⓒ시네마서비스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날은 다매체 시대다.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IPTV, 인터넷, 스마트폰. 점점 미디어는 개인에게 가까워지고 빨라지고 많아진다.
 
그런데도 '라디오'라는 고전 매체의 이름을 가진 '라디오스타'는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아래는 '라디오스타' 프로그램 소개 글을 가져왔다. 
 
잘나가는 DJ들이 TV에서 뭉쳤다! 라디오에 "보이는 라디오"가 있다면, TV에는 "들리는 TV" '라디오 스타'가 있다! 그리고 코너 속의 코너! 내 인생의 주제곡을 불러본다~ '고품격 노래방'까지! 부담 없고, 재밌는 TV! '라디오 스타' 
 
'라디오스타'는 '아'날로그 감수성을 가졌다. '라디오' 매체에서 가져온 전체적인 틀을 TV에 녹임으로써 '디지털화된 아날로그'로 잘 적응했다. DJ들(MC)은 다른 예능처럼 몸개그를 선보이거나,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다만 앉아서 웃고 떠들고, 게스트로부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끌어낸다. 
 
프로그램은 아날로그 감수성에 호소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매체의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번 보게 되면 1시간을 잡아야 하는 일반 드라마와 다르게 3분 내외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만으로도 우리는 그날의 '라디오스타'를 볼 수 있다. 자기 전 스마트폰에서도 '라디오스타'를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로 '라디오스타'는 '아'재 DJ들이 주도한다. 규현도 올 하반기만 지나면 30줄에 접어드니 요즘 아이들에게는 나름 아재라고 해보자.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 규현. '무한도전'의 유재석, '1박 2일'의 강호동처럼 굵직한 1인이 주도하는 사회가 아니라 둥글게 수평적으로 앉아서 넷이서 조화롭게 떠드는 그 편안함이 '라디오스타'의 장점이 아닐까.
 
계속해서 변화하는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아재와 아날로그로 가득 찬 '라디오스타'가 서 있을 자리는 줄어들겠지만, 아직도 누군가는 별 밤 지기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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