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천웅-이형종 듀오 타자 전향 성공. 삼성 이현동 타자 전향 시도

▲ 타자 전향 이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LG 이천웅. 사실 그도 안산공고 김광현(SK) 못지 않은 성남서고 투수 유망주였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문화뉴스]전향(轉向, convert)의 사전적 의미는 '방향을 바꾸다, 정신적 지향이나 신념을 바꾸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다.'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전에 나와 있는 의미는 매우 간단하지만, 사실 무엇인가를 바꾼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제껏 경험해 온, 당연시해왔던 일들이 어느 순간 '반드시 바꾸어야 하는 상황'으로 변모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변화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다시 출발을 해야 할 것이다. 말은 쉽지만, 그 과정까지 만만한 것은 아니다. 연예인의 경우를 봐도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미지 탈피를 통하여 한 단계 성장한 이들이 결국 장수를 하기 마련이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1~2년 호성적을 냈다고 해서 그 자리에 안주해 버린다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채 도태되기 마련이다. 국내와 일본무대를 합쳐 총 600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삼성)도 단기적인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에 대응한 결과, 몇 차례 부침은 있을지언정 다년간 임펙트 있는 선수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한 포지션을 꾸준히 소화했던 선수도 장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하물며 포지션을 아예 바꾸는 일은 단순한 '노력'을 넘어 자신의 인생을 걸 정도의 각오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인생을 건 이들의 이야기가 2016프로야구에서 재현되고 있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야구 보여주는 남자 30번째 이야기는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여 또 다른 성공 가도를 꿈꾸는 이들의 사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李)씨 삼 형제'의 타자 전향 이야기
 
지금부터 11년 전인 2005년, 황금사자기 전국 고교 야구대회 준결승전은 성남서고와 안산공고의 맞대결이었다. 안산공고의 선발은 1학년 때부터 초고교급 투수로 정평이 났던 김광현(SK)이었다. 누가 봐도 안산공고의 완승이 예상됐던 터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치열한 투수전 끝에 승리한 팀은 성남서고였다. 그리고 당시 마운드에서 9이닝 완봉을 거둔 투수가 이 날 경기의 히어로였다. 그가 바로 2학년 좌완 이천웅이었다. 김광현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이 한 번의 대결은 고교야구 팬들에게 아직도 회자되는 명승부이기도 했다. 이 당시 활약을 앞세워 3학년 때에는 청소년 대표팀 투수로 선발되기도 했다. 프로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는 젊은 유망주로 손꼽히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고려대 진학 이후 부상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것이 치명타였다. 그나마 투수로서는 크게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간혹 타자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그는 2011 신인지명회의에서 그 어떤 구단의 호명도 받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고교 시절 활약을 눈여겨본 LG 트윈스가 그에게 '육성 선수 영입 제의'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일종의 도박이기도 했다. 하지만, 투수로서 더 이상 좋은 모습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그는 과감하게 타자 전향을 선택했다. 그리고 군 복무를 기점으로 타격에 눈을 뜬 그는 올 시즌 1군에 장착하면서 타율 0.290, 5홈런, 38타점(75안타)를 기록중이다.
 
한편,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07년 대통령배 대회 결승전에서는 두 명의 초고교급 스타가 탄생하여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광주 제일고등학교와 서울고등학교를 대표하는 두 에이스의 이름은 정찬헌과 이형종(이상 LG) 이었다. 150km에 이르는 빠른 볼로 그 해 고교야구를 평정했던 둘은 명실상부 2008시즌 신인지명회의 최고의 블루칩이었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최고의 역투를 선보였던 서울고 이형종은 광주일고 윤여운(LG)에게 결승타를 맞은 이후 그대로 마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 장면이 그대로 방송 중계 카메라에 잡히며, 우승팀 MVP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 해 신인지명회의에서 대통령배 스타 둘을 모두 보유하게 된 LG는 내심 만세를 부를 법했다. 실제로 이형종은 1군 무대에서 승리 투수로도 기록되는 등 투수로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듯했다.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방황의 기간이 길었던 것이 치명타였다. 설상가상으로 프로 골퍼로의 전향을 선언하면서 야구 글러브를 잠시 손에서 내려놓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도 야구는 이형종에게 인생과 같았다. 돌아올 곳은 그라운드밖에 없었다. 다시 돌아올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그에게 주어진 것은 글러브가 아닌 야구방망이였다. 고교 시절에도 5번을 치며 나름대로 제 몫을 다했던 실력을 떠올린 것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자리를 잡으며, 55경기에서 타율 0.281, 1홈런, 11타점(32안타)을 기록중이다. 앞서 언급한 이천웅과 함께 차세대 LG 외야를 이끌 기대주로 손꼽히고 있다.
 
▲ 광주제일고 시절의 이현동. 본인은 투수를 희망했지만, 사실 그는 타자로서 더 빼어난 재주를 뽐냈던 유망주였다. 사진ⓒ김현희 기자
 
앞선 두 이가 올 시즌을 기점으로 서서히 자기 자리를 잡아갔지만, 올 시즌 이후 타자 전향을 선언한 삼성의 이현동은 지금부터 적응기를 거쳐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광주제일고 시절, 주로 타자로 경기에 투입되었던 만큼 성공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투수로 등판했던 것도 3학년 진학 이후였던 만큼, 본인 노력에 따라 충분히 1군 무대에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특히 그는 유창식(KIA)과 함께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었던 2010년 당시 2학년 타자로 유일하게 결승 타점을 기록(당시 광주일고 1-0 승)했던 좋은 기억을 안고 있기도 하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전향/변화'라는 것은 글로 표현이 어려울 만큼 상당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할 경우 기존에 타자로 줄곧 성장을 거듭해 왔던 다른 동료와의 경쟁에서도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의 몸에 맞는 타격자세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총체적인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그 고충을 이겨내고 1군 무대에 정착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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