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불행 사이…시인 장석주의 행복론
산문집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출간

출처=을유문화사

[문화뉴스 MHN 이은비 기자] "행복을 좇지 마라. 우리는 이미 행복하다. 다만 그 행복을 행복으로 느끼고 누리지 못할 따름이다.“

같은 처지에도 누군가는 불행을, 누군가는 행복을 느낀다. 따라서 완벽한 행복이나 불행은 존재하기 어렵다. 행복 뒤에 불행이 있고, 불행 끝에 행복도 온다.
 
시인 장석주는 자신의 산문집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서 행복과 불행의 진자 운동이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약간의 불안과 절망이 행복을 구성하는 성분 중 일부"라고 말한다.
 
일류 요리사기 복어회 풍미를 돋우려고 극미량의 독을 남기는 것처럼, 약간의 우울감이 곁들여져야 행복의 양감이 분명해진다고 그는 주장한다.
 
스무살 무렵의 장석주 시인은 맹렬하게 가난했다. 처지를 비관하고 방황했다. 오로지 문학만 붙잡고 살던 그는 어느 겨울날 꼭 구해야 하는 책을 찾고자 청계천 헌책방 수십 곳을 헤매다 추위에 떨며 집으로 돌아갔다.

처참한 그의 마음을 풀어준 것은 어머니의 얼갈이배추 된장국이었다. "따뜻한 국물이 위장으로 흘러들어가자 나는 세상과 오랫동안 불화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밥과 국물이 속을 덥혔다. 아아, 세상은 그럭저럭 살 만하구나!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밀려와 그 누구라도 용서하고 싶던 그날 밤 나는 혼곤한 잠에 빠졌다.“

 
시인은 "같은 현실 속에서 불행의 냄새를 맡는 자는 불행하고, 행복의 기미를 찾아서 그걸 향유하는 사람은 행복한 것"이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책에서 시인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뿐만 아니라 가난한 어린 시절, 번창하던 사업의 실패, 아내와의 불화, 아이들과 떨어져 지낸 시간 등 불행했던 이야기도 무덤덤하게 담아냈다.

그의 행복하고 불행한 경험은 행복과 불행과도 끈끈하게 묶여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은 자신이 발견한 행복의 원리, 행복의 기술을 소개하면서 독자들도 고개를 들어 주위의 행복을 보길 권한다.

 
장석주 시인에 따르면 새 소리에 잠 깬 여름 아침, 아름다운 시로 가득 찬 시집 한 권, 갈증 날 때 차가운 물 한 잔, 모르는 여인의 친절한 미소부터 우정, 건강, 숙면, 산책 등 행복은 도처에 얼마든지 있다며, 그러한 순간마다 행복을 찾느냐, 불행을 찾느냐는 각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봄날의 화사한 꽃들, 여름의 빛과 영광은 얼마나 빨리 사라지는가?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만난 행복을 꽉 잡으시라. 매화, 산수유, 벚꽃이 벌이는 꽃 잔치와 사방에 넘치는 여름의 눈부신 빛, 살려는 의욕으로 충만한 이 찰나에 누리지 못한 행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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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불행 사이…시인 장석주의 행복론

산문집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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