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상습적으로 성희롱? 블라우스에 돈을 꽂아 주기도 "사랑해 영원히"

블라우스 가슴 쪽에 지폐를 꽂아넣어 "수치심 견딜 수 없었다"

블라우스가 화제의 키워드로 오른 가운데 KBS에서 벌어진 성희롱 사건이 눈길을 끌고 있다.

KBS 팀장급 기자 이모씨가 직장 내 성희롱 혐의로 정직을 당했다. KBS는 지난해 12월12일 이씨에게 정직 6월의 징계를 내렸다.

8일 한겨레는 이씨로부터 수차례 성희롱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지난 2014년 당시 이씨는 입사 1년차던 피해자 A씨를 룸살롱으로 부르기도 했고, 또 2015년 5~9월 사이에 열린 보도국 단체 회식 노래방 뒤풀이 자리에서 이씨는 여성 후배 블라우스에다가 돈을 꽂아 넣기도 했다. A씨는 “당시 내가 입었던 블라우스는 가슴 부분에 작은 삼각형 홈이 있었다. 인사불성 상태에서 춤을 추던 가해자가 다가와선 그 홈에다가 만원짜리 한장을 꽂아넣었다”며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는데 곱씹을수록 가해자가 나를 노래방 도우미로 착각해서 팁을 주듯이 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수치심을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여성 후배 기자를 룸살롱에 불러내며 다른 언론사 남성 기자와 ‘100만원 내기’를 하기도 하고, 회식 후 헤어진 후배에게 “사랑해 영원히”라고 적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한동안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사 특유의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당시 입사 1~2년 차였던 피해자들이 직속 상급자인 이씨에게 문제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경찰팀의 ‘캡’은 경찰 기자들에게 취재와 보도 전 과정을 지시하고 피드백하는 자리인 탓에 피해자들은 되레 업무적으로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고 한다.

이에 KBS 중앙인사위원회(인사위)는 징계시효 2년이 지난 사건이지만, 성희롱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6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한편 최근 5년새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피해자 5명 중 3명은 2차 피해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회적으로 거세게 인 미투 운동 등의 영향으로 성희롱 상담이 늘어난 것으로도 해석된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자 48.9%는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노동자회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율이 매우 높다며, 여성노동자들이 예방교육도 받지 못하고 직장 내 성희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여전히 집단 따돌림과 신분상 불이익 등 불리한 처우(2차 피해)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34.0%였던 불이익 조치 경험 비율은 지난해 60.4%를 기록했다. 피해자 5명 중 3명이 2차 피해를 경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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