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일본 프로야구에는 '사와무라상'이란 게 있다. 일본 야구 초창기에 활약한 특급 투수 사와무라 에이지를 기리기 위해 만든 상으로 미국의 '사이영상'과 흡사하다.

사이영상이 양대리그(AL, NL)에서 한 명씩 총 두 명에게 주는 것과 반면, 사와무라상의 조건은 무척 까다롭다. 한 시즌 기준으로 25회 이상 등판, 15승 이상, 10경기 완투, 방어율 2.50 이하, 승률 6할 이상, 200이닝 이상 투구, 탈삼진 150개 이상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아예 수상자를 내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그런 선수가 없으면 보통 5~6개의 조건을 만족하게 하는 투수 중 선발한다. 일본의 경우 2007년 다르빗슈 유와 2009년 와쿠이 히데야키가 7개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다.

사와무라상의 기준을 한국에 갖다 대면 어떨까. 이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선수는 있을까.

일단 기준들 각각을 들여다보자. 일단 25회 이상 등판의 경우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킬 경우 가능한 한 비교적 쉬운 조건이다. 승수의 경우 운도 필요하고 타선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15승 투수의 경우 해마다 2~3명 이상 나타나곤 한다. 올 시즌은 양현종과 벤 헤켄이 있다. 선발투수로 2.50이란 방어율이 힘들긴 하지만 3년에 한 명 정도는 저 기준을 충족한다. 최근 몇 년 새에는 나이트, 류현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탈삼진 150개는 시즌별로 몇 명 등장하고 승률 달성 투수는 한 시즌에도 꽤 많이 나온다.

나머지 두 가지 조건 달성이 까다롭다. 이닝과 완투다.

특히 선발/중간/마무리로 잘 분화된 현대 야구에선 더더욱 그렇다. 현재 한국 최고의 투수 류현진의 경우 200이닝을 넘긴 적은 두 번 뿐이다. 완투 기록은 여섯 번이 최고다. 메이저에서도 10 완투 이상을 찾기는 무척 힘들다. 클레이튼 커쇼의 최고 기록이 여섯 개다. '빅 유닛' 랜디 존슨과 '마법사' 그렉 매덕스도 두 번을 했을 뿐이다.

역시 그래서 이 기록을 모두 수립하는 투수는 20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찾을 수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이름은 선동열과 최동원이다. 두 불세출의 선수는 이 기록을 달성한 적이 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선동열은 1986년과 91년에, 최동원은 84년과 85년 연속해서 기록했다. 모두 사와무라상 대상감이다. 그 밖에는 85년 김시진과 83년 장명부가 있다.

이 조건을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선수는 누가 있을까. 2013년 브랜든 나이트는 완투와 탈삼진에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95년 이상훈은 탈삼진이 8개 부족했다. 94년 정민철은 승률과 승수가 부족했다. 데뷔시즌인 2006년의 류현진은 완투 4개만 모자랐을 뿐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프로야구에는 아직 투수에게만 주어지는 상이 없다. 최고 투수에게 골든글러브만 주어지는 정도다. '선동열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하고 있지 않다(최동원상이 있지만, KBO가 주는 상이 아니라 공신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글] 아띠에떠 에이블팀 artietor@mhns.co.kr

수년의 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껴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 글덕후 노총각. 술 먹은 다음 날, 바람맞은 다음 날이어야 감성 짠하게 담긴 퀄리티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불치병을 앓고 있음. 잘 팔리는 소설가를 꿈꾸며 사인 연습에 한창임. ▶ 필자 블로그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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