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에서 투수로 전향 후 4경기 등판만에 한화 2라운드 지명

▲ 지난 9월 열린 2016 정기 연고전에 만난 김성훈(한화). 몸 상태만 좋다면, 내년 시즌 의외로 빨리 1군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지난 23일, 잠실야구장에서는 2016년 연세대학교/고려대학교 정기전(이하 '연고전')이 한창이었다.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양 교의 졸업생들까지 어우러져 하나의 축제 문화를 형성했던 연고전은 두 맞수의 대결 자체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야구 역시 마찬가지. 연세대가 초반 3점의 리드를 가져가며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 모습을 보이는 듯싶었지만, 연고전과 같은 단판 승부에서는 어떠한 변수가 작용할지 모를 일이었다. 결국, 고려대는 초반 3점의 열세를 극복하고, 김기담/천재환의 2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내년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될 4학년 이지원이 경기 중반부터 무실점으로 연세대 타선을 틀어막으며 2016년 연고전 야구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승부의 추는 고려대로 기울었지만, 사실 경기 내용 자체는 누가 이겼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 경기를 관전하고 있던 이는 양 교의 학생/졸업생뿐만이 아니었다. 내년에 프로에 입문하게 될 선수부터 시작하여 잠실구장 인근에 위치한 휘문고 선수들도 경기를 보러 오는 등 고교 선수들 역시 꽤 많은 관심을 갖고 연고전을 지켜봤다. 내년 시즌, 한화 이글스의 멤버가 될 '리틀 김민호', 경기고 김성훈(18) 역시 마찬가지였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야구 보여주는 남자 33번째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1차 목표 달성' 김성훈, "1군 욕심보다 경험 쌓는 것이 중요"

김성훈의 아버지는 두산 베어스에서 오랜 기간 내야수로 활약했던 김민호 現 KIA 타이거즈 코치다. 경주고-계명대 졸업 이후 1993년부터 OB 베어스(두산 베어스 전신)에서 활약한 김 코치는 말 그대로 '건실함의 대명사'였다.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거의 매년 100경기 이상 출장하며 두산의 내야를 지켰다. 1995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에는 0.288의 타율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총 11시즌동안 1,113경기에 출장하여 838안타, 277타점을 기록(통산 타율 0.246)한 것이 김 코치의 현역 시절 모습이다.

김성훈 역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다. 한때 아버지를 따라 잠실야구장에 드나들 정도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깊었다. 특히, 남양주 리틀리그 시절에는 국내 리틀리그 사상 최초로 3연타석 홈런까지 기록하며 단숨에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가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아 그가 경기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저절로 답이 나왔다. 발 빠른 리드 오프로 재탄생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까지는 투-타를 겸업하면서 3번 타자 겸 중견수나 중간 계투 요원으로 경기에 투입된 바 있다.

"리틀리그 시절에 했던 스윙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실 거포처럼 큰 스윙을 할 수도 있었지만, 저에게 맞는 타격폼으로 타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1번에, 때로는 3, 4번으로 나서면서 타순에 맞게 타격을 하게 됐죠."

그렇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잠실야구장에 간혹 등장했던 리틀리그의 거포는 조금 색다른 모습으로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3학년이 되었을 때 그는 다시 한 번 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방망이가 정말 맞지 않아서 한때 대학 원서 쓸 생각마저 했습니다. 청룡기 진출에도 실패한 이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2학년 때 잠시 손에서 놨던 투수 글러브를 껴 보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승부수였죠. 결과요? 다 아시는 것처럼 첫 등판에서 147km를 기록했습니다(웃음)."

결국, 투수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의 야구 인생에 있어서 '신의 한 수'였던 셈이었다. 그리고 그의 구속을 확인한 복수의 구단을 그를 각별히 눈여겨보기 시작했고, 특히 1차 지명을 앞둔 넥센 히어로즈는 휘문고 내야수 이정후와 함께 김성훈도 지명 후보군으로 점찍어 놓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투수로서의 경력이 짧지만, 한화 이글스가 그를 2라운드에서 지명한 것은 그의 싱싱한 어깨에 달린 무한한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크게 욕심을 내려 하지 않는다.

"고교 때 정말 투수로서 보여 준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욕심을 내지 않으려 합니다. 경험도 별로 없고, 투수로서의 몸도 다 만들어지지 않은 만큼, 1군 무대에 빨리 오르기보다 육성군에서 천천히 몸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성훈의 진심이다. 현재 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화 마운드 사정을 고려해 보았을 때 김성훈 같은 인재 역시 빨리 1군에 올릴 수 있지만, 그것도 '하늘에 맡길 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특히, 자신이 오로지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 준 어머니와 '알게 모르게' 자신에게 힘이 되어 준 김민호 코치 모두 그에게는 소중한 존재다.

"몇 차례 인터뷰를 했지만, 제가 정말 감사해야 할 부모님께는 감사 인사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서 아버지/어머니께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내용은 꼭 써 주십시오(웃음)."

아버지 못지않은 선수로 거듭나기 위해 프로에 첫 발을 내딛는 한화의 김성훈. 내년 시즌 1차 지명을 받은 북일고 김병현,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김진영과 함께 '한화 마운드 루키 3김(金) 시대'를 만들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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