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많이 울었다. 옛날 분들 정말 심란하게 사신 것 같다."

 
고선웅 연출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가 연출한 함세덕 작가의 작품 '산허구리'는 일제강점기를 겪은 일반인들의 현실을 힘있게 보여준다. 당시 참담한 사회상과 시대 모순을 생생하게 재현하면서, 현실을 극복하자는 의지의 내용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국립극단이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여섯 번째 공연으로 '산허구리'를 7일부터 31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선보인다. 국립극단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는 근현대 희곡을 통해 근대를 조명하며, 동시대 한국인의 정체성을 묻고, 규명하고자 마련됐다. 작가와 작품 이야기를 6일 오후 프레스콜 사진으로 살펴본다. 우상진, 김용선, 정재진, 박윤희, 백익남, 황순미, 임영준, 정혜선, 이기현, 박재철 배우가 열연했다.
 
   
▲ 작품을 쓴 함세덕 작가(1915~1950)는 짧은 생애 동안 희곡 창작, 번안, 각색에 힘을 쏟아 부은 '타고난 희곡작가'다.
   
▲ 일제강점기 말 암흑기에서 해방 후 혼란기, 월북 이후까지 불행한 민족사를 살다 간 탓에 뒤늦게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연극인들 사이에선 1940년대 한국 연극계를 풍미한 극작가로 평가받았다.
   
▲ 함세덕은 인천상업학교를 졸업한 후 은행에 취업하는 대신 일한서방이라는 서점에 점원으로 취직해 일본어로 번역한 세계 희곡과 연극 관련 서적을 섭렵한다.
   
▲ 손님으로 책방을 자주 찾았던 수필가 김소운의 소개로 유치진을 알게 됐고, 그에게서 극작법을 배워 유치진의 사실주의 연극관에 영향을 받았다.
   
▲ 1936년 21세의 나이로 '조선문학'에 '산허구리'를 발표했고, 1939년 3월 동아일보사에서 주최한 제2회 연극경연대회에서 희곡 '도념'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 1940년 1월엔 희곡 '해연'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본격적인 극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10여 년 동안 그는 약 20여 편의 희곡을 창작, 각색, 연출했고, 그의 작품은 대부분 상연되어 대중의 호응과 공감대를 끌어냈다.
   
▲ 그중 '산허구리'는 일제강점기, 삶의 터전이자 처절한 생존의 공간이었던 서해안의 어촌 마을에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회의 모순을 생생하게 살펴준다.
   
▲ 함세덕은 어린 시절을 보낸 어촌이야말로 자연의 서정성과 생존의 절박성을 뚜렷이 담고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다.
   
▲ 섬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어민들의 생과 사, 현실과 꿈을 작품에 담았으며, 어민들의 생활과 그들의 언어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을 통해 사실적인 희곡을 썼다.
   
▲ 서점의 점원 생활을 하며 접한 세계 희곡도 그의 초기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아일랜드 작가 존 밀링턴 싱의 '바다로 가는 기사들'은 '산허구리'의 모델이 됐다.
   
▲ 자식을 바다에 잃은 어머니의 비극이라는 상황은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배경과 인물의 행동 등은 한국적으로 풀어내 원작과는 다른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을 생산해냈다.
   
▲ 1930~40년대 많은 작품들이 일제의 탄압정책으로 인해 당시의 가난을 보여주는데 그쳤지만, 함세덕의 '산허구리'는 달랐다.
   
▲ 희곡은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난 속에 참담한 삶을 이어나갈 수 밖에 없는 모순 가득한 비극의 원인을 찾아낸다.
   
▲ 그리고 이 비극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치며 막을 내리게 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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