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 [명사] 바로 얼마 전부터 이제까지의 무렵. 문화뉴스판 사설(社說)

[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5-6개 이상의 카카오톡 그룹에 속해 있고 각 방당 하루에 10개의 메시지만 받아도 이미 50개가 넘는다. 또 활성화된 카톡 방에는 몇백 개를 넘어 천 단위까지 대화가 오고 간다. 알림도 진동도 꺼놓고 모른 채 넘어가고 싶지만 노란 카톡 아이콘에 살포시 매달려 있는 빨간 숫자에 오늘도 한숨을 쉬며 버튼을 누른다.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숫자 표시는 사라지니까. 하지만, 단순히 숫자를 지우러 터치를 하면서도 지나간 대화들을 빠르게 훑어본다. 대부분 의미 없는 농담 따먹기다.

가끔 무럭무럭 혼자 있고 싶은 날이 있다. 사람들 틈에서 복잡하게 나부끼는 내 모습을 보며 '도저히 이건 아냐'라고 도리질치다 머리털이 열 가닥 이상 빠질 무렵, 그때마다 내가 하는 비슷한 고민이 하나 있다. '카톡방을 나가 버릴까'

   
 

사실 카톡 방은 상당히 편리하고 효과적인 인적 네트워킹 도구다. 목적에 맞는 사람만 모아놓고 그 목적에 걸맞은 대화를 할 수 있다. 필요한 사람만 딱 모여서 남들의 방해 없이 '밀담'을 할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이다. 물론 네이트온이나 MSN메신저로도 가능한 그룹 채팅이었지만 핸드폰으로, 그것도 무료로 가능하다는 것에 이전 것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방이 만들어진 목적이 마무리된 후에도 대부분의 방은 사라지지 않는다. 몇 년간 수십 개, 아니 백 단위의 그룹 방에 속해 있었지만 그 중 모든 사람이 나간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방을 나간다'는 의미는 일반적이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외출'로 볼 수 있다. '카톡 방을 나간다'는 것 또한 외출로 볼 수 있지만 '영원한 아웃', 즉 '가출' 정도나 심하게는 '관계 단절'로까지 비친다. '너희랑 같이 이야기하기 싫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고 나가는 사람과 남는 사람 모두 그런 점이 두렵다. 그런 두려움과 걱정은 쉽게 카톡 방에서 나갈 수 없게 만든다.

위와 같은 고민을 나 스스로 하는 것이라고 볼 때 타의에 의한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를 '카톡 감옥'이라고 부르는데 나가고 또 나가도 다른 사람이 다시 초대를 하는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나간 사람을 다시 초대하려면 일일이 이름을 검색해야 했지만, 이제는 나감과 동시에 '다시 초대하기' 버튼이 친절하게 나타난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집 나간 사람이 '뿅'하고 돌아오는 거다. 위치 추적 장치도 필요 없는 좋은 체포기능이다.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오프라인'이지만 카톡 등 온라인과 각종 SNS를 이용한 소통은 실제 만나서 이야기하고 온기를 느끼며 호흡하는 것의 중요성을 흐트러뜨린다. 정말 그 사람들이 한 공간 한 커피숍에 모여 있는 거라면, 잠시 나갔다 오는 자유도 느낄 수 있고 말없이 손가락을 물어뜯고 있다 해도 아무렇지 않을 텐데 말이다.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필요와 순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마냥 좋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지금 내겐 잠깐 동안의 '카톡 방 탈출'이 절실하다.

 

[글] 아띠에떠 에이블팀 artietor@mhns.co.kr

수년의 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껴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 글덕후 노총각. 술 먹은 다음 날, 바람맞은 다음 날이어야 감성 짠하게 담긴 퀄리티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불치병을 앓고 있음. 잘 팔리는 소설가를 꿈꾸며 사인 연습에 한창임. ▶ 필자 블로그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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