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결산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의 전당.
[문화뉴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6일 '춘몽'을 시작으로, 15일 '검은 바람'을 폐막으로 열흘간의 대장정에 막을 내렸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총 관객 수는 16만 5,149명으로 22만 명 이상을 기록한 지난해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이번 영화제를 폐막하며 "영화제의 독립성 쟁취를 위한 세계 많은 영화인의 연대, 관객들의 사랑과 소중함을 재확인했다"고 결산했다.
 
그러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순탄한 길을 걷지는 않았다. 
 
개막식 전날 제18호 태풍 차바가 부산을 강타해 해운대 비프 빌리지에 설치해 둔 무대가 망가졌고, 이곳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행사는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으로 옮겨야 했다. 그러나 급조한 시설 탓에 무대인사와 오픈 토크는 산만했고, 중간에 일어나는 관객들도 많았다.
 
   
▲ 태풍 차바이후 훼손된 해운대 비프빌리지
또한, 해운대 비프 빌리지 뿐 아니라 백사장에 있는 많은 시설이 훼손되면서 축제의 화려함보다는 썰렁함이 부산을 가득 메웠다. 관객들 역시 기후 탓에 지난해보다 부산을 많이 찾지 않았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의 진정한 태풍은 '영화의 자율성'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지난 2014년에 세월호에 관한 다큐멘터리인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 간 갈등이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영화인들의 보이콧이 이어졌고,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논란은 영화제의 개막식과 오픈 토크에서도 계속해서 드러났다. 배우 김의성은 개막식 레드카펫 현장에서 "INDEPENDENT FILM FESTIVAL FOR BUSAN"이 적힌 피켓을 들고나와서, 영화제가 추구해야 하는 표현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또한, 기존에 밤마다 있던 영화인들의 파티도 보이콧으로 인해 진행되지 않으면서 영화업계의 암묵적 시위도 확인할 수 있었다. 
 
   
▲ 레드카펫 행사에서 영화제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배우 김의성.
 
다른 해보다는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축제였지만, 그 의미를 모두가 되새기며 영화, 영화제 그 자체를 돌아본다는 점에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앞으로 이들이 '아시아 최고'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여야 하는지 시사한다.  
 
이번 영화제에는 69개국에서 온 299편의 작품이 상영됐으며, 월드 프리미어 94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30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비전의 밤'에 진행된 '비전감독상'은 장우진 감독의 '춘천 춘천', 안선경 감독의 '나의 연기 워크샵'이,'시민평론가상'에는 이완민 감독의 '누에치던 방'이, 'CGV아트하우스상'에는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이, '대명컬처웨이브상'에는 신준 감독의 '용순'이,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에는 추시엔체(대만)의 '하얀 개미'가,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에는 임대형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가, '부산시네필상'에는 티파니 슝(캐나다)의 '나비의 눈물'이 그 영광을 거머쥐었다.

폐막식에 진행된 본 시상식에서는 '뉴커런츠상'에 중국의 장치우 감독의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이, 왕수에보 (중국)의 '깨끗한 물 속의 칼', '선재상'에는 김소윤 감독의 '아는 사람'이, 예르잣 에스켄디르 (카자흐스탄)의 '오프-시즌'이 수상했다. 

 
   
▲ 비전의 밤, CGV아트하우스 상과 부산영화제 배우상 남녀 부문을 공동 수상한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
'비프메세나상' 부문에는 성승택 감도의 '옆집'과 셰론 다욕(필리핀)의 '폭동의 시절'이, '올해의 배우상'에는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에 출연한 배우 구교환과 배우 이민지가 그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KNN 관객상'에는 이동은 감독의 '환절기'가, 'BNK 부산은행상'에는 비르질 비드리히 (룩셈부르크/오스트리아/네덜란드) 감독의 '천 시간의 밤'이 수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번 해는 첫 민간 이사장 체제에서 치러진 영화제라는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며, "내용적으로 '아시아 작가의 새로운 발견과 소개'라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가치를 다시 돌아보는 한 해였다"고 언급했다.
 
또한 "세계의 많은 영화인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 쟁취를 위한 기나긴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했고 직접 영화제를 찾아 의미를 더했다.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의 독립성'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며 영화제의 근본이다"고 거듭 뜻을 밝혔다.
 
최근에 논란이 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역시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자율성이 얼마나 침해받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우리의 아픈 부위를 여실히 보여주었고, 이제 이를 성장통으로 이겨낼지, 만성 통증으로 가져갈지는 남은 숙제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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