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관현악단 '2016 상주작곡가: 김성국·정일련' 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 (왼쪽부터) 이용구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 최수열 지휘자, 안호상 국립극장장, 임재원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정일련, 김성국 작곡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나는 국악이 서양악을 따라가는 것보다, 서양악이 국악보다 더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늘 작업하고 있다. 서양 악기가 찾아낼 수 없는 소리를 창조해,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두 상주작곡가인 김성국과 정일련은 이런 말을 남겼다. 이렇듯 최근 국악에 대한 다양한 시도는 '진행 중'이다. 주로 '대중음악'을 위주로 방송 편성을 진행한 케이블TV 채널 엠넷(Mnet)에서도 '판스틸러'라는 국악 프로그램을 14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국악에 관한 관심이 조금씩 오르고 있는 가운데, 국악관현악을 만든 작곡가들은 어떤 생각을 보여줬을까?
 
국립극장의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이 29일 '2016 상주작곡가: 김성국·정일련'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임재원 예술감독은 2015년 취임 후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과제로 완성도 높은 창작곡 개발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서 작곡가가 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해 창단 이래 처음으로 '상주작곡가' 제도를 도입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등 서양 클래식 분야에서는 상주작곡가를 둔 단체가 많으나 국악관현악 분야에선 최초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지난 1월 작곡가 김성국, 정일련을 올해의 상주작곡가로 선정한 후 이들과 함께 혁신적인 국악관현악곡 창작과 최상의 연주를 위한 다양하고도 진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리고 이 결과물이 이번 공연을 통해 선보여지게 됐다.
 
이를 알리기 위한 기자간담회가 17일 오후 국립극장 내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습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김성국 작곡가의 신작 '영원한 왕국'과 정일련 작곡가의 '센터(Centre)'가 일부 시연됐다.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안호상 국립극장장, 임재원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김성국,정일련 작곡가, 최수열 지휘자, 이용구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이 참석했다. 이들의 공연을 앞둔 소감과 국악이 서양악보다 더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 안호상 국립극장장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공연을 앞둔 소감을 말해 달라.
ㄴ 안호상 : 처음으로 국립극장에서 상주음악가를 도입해서 이제 1년이 됐고,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되어 뜻깊고 감개무량하다. 국립극장에서 '레퍼토리 시즌'을 몇 년째하고 있는데, 우리 레퍼토리 시즌의 핵심은 연주할 곡이 있어야 공연을 하는 것이다. 국악, 창극, 무용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그중 창작이 가장 힘든 것이 국악 같다. 창극은 다섯 바탕도 있어서, 연출도 바꿔가면서 캐스팅에 변화도 준다. 그런데 국악 관현악은 관객에게 내놓을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거의 없다. 역사가 있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역사에서 나오는 작품이다.
 
그런 부족함을 채우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해 이런저런 고민이 있다. 작곡가에게 새롭게 의뢰하며 창작도 만들지만, 가능하면 우리 악단을 이해할 수 있는 분을 찾아 같이 작품을 만들면 좀 더 쉽고, 익숙할 것 같았다. 여기에 관객들이 이해하고, 기억하며, 서로 감동하는 작품을 만드는 길에 더 가까워질 것 같았다. 임재원 예술감독이 오셔서 선택을 해주신 것에 대해 크게 감사드린다. 함께할 수 있는 김성국, 정일련 작곡가 덕에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열정적으로 지휘를 해주시는 최수열 지휘가에게도 감사드린다. 우리 악단이 대한민국 최고의 관현악단이어서 우리가 못하면 모두 못한다고 생각한다. 나 한 사람만의 결심이 아니라, 여기 있는 음악가분들이 이 시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있다고 생각한다. 국립극장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이 자리에서 살짝 맛을 보니 상당히 기대된다. 좋은 작품으로 같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임재원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 소감을 남기고 있다.
 
임재원 : 실험성과 대중성의 두 가지 측면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단원과 같이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굴까라고 생각하며 두 분을 불렀다. 상주작곡가는 일거수일투족을 같이 해야 하지만, 그럴 상황은 되지 못한다. 그래도 위촉작곡가와는 다르다. 악보를 위촉작곡가가 전달하면 우리가 만들어가는데, 상주작곡가는 단원과 소통을 자주 하고 협업의 단계가 위촉작곡가보다 넓어진다. 그래서 작곡가들이 우리 연주자들의 생각을 반영할 수 있는 좋은 제도다.
 
안호상 극장장님 말씀처럼 상주음악가는 레퍼토리가 부재인 상황에서 창작을 발굴하고 생산해내는 제도다. 지난여름에 두 작곡가와 단원이 워크숍을 여러 번 거쳤다. 29일 공연도 중요하지만, 신진작곡가를 공개경쟁 구조 속에서 4명(김석순, 김창환, 정원기, 우현주)을 선정했다. 그래서 두 작곡가가 선발된 4명에게 교육을 해서 20일 달오름극장에서 '상주작곡가 마스터클래스 작곡발표회'를 열면서, 첫 실내악 발표가 있을 것이다.
 
또한, 연주 대형 편성이 달라진 모습을 보셨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선 장소도 협소해 시야도 좋지 않고, 사복도 입고 해서 분위기가 어수선했을 것이다. 단체 연주복을 입고 공연장에서 편성하면 좋아 보이리라 본다. 이것도 실험을 해보자는 의미였다. 우리 악기의 핸디캡이 있다면, 소리의 기계적 확성 도움 없이는 멀리 퍼져나가는데 제약이 있다. 그걸 극복하는 선별 문제가 필요하다. 악기 편성의 구조 변경을 통해 작곡가의 생각을 보여주려 한다. 사뭇 기대된다. 이런 차원에서 상주작곡가 제도를 시행하고 결실을 지켜보려 한다.
 
   
▲ 정일련 작곡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정일련 :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실내악 단체와 친하게 지내는 건 자주 있는데, 관현악단과 만날 때 상의하는 경우는 서양에서도 거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아주 많이 배웠다. 토론도 많이 했고, 서로 불편한 것도 말씀 나눠서 이런 기회가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서양의 작곡 공부를 많이 했지만, 국악도 좋아해서 요새 국악 계통에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나는 국악이 서양악을 따라가는 것보다, 서양악이 국악보다 더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보고 늘 작업하고 있다. 서양 악기가 찾아낼 수 없는 소리를 창조해,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서양을 따라가려면 이미 졌다. 따라갈 수가 없다. 서양의 오케스트라 역사는 오래됐고, 자연스럽게 자랐다. 수많은 작곡가가 나오는데, 작품에서 나오는 편성이 이미 존재한다.
 
국악관현악은 가야금 몇 대, 해금 몇 대의 숫자들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아 내 곡에선 편성 변경의 시도를 해봤다. 내 생각에 국악은 실내악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심원에 각 파트의 솔리스트를 두고, 실내악에서 확대되는 관현악으로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곡 제목이 'Centre'(센터)다. 이게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를 해봤다.
 
   
▲ 김성국 작곡가가 '상주작곡가'로 호흡한 후기를 말하고 있다.
 
김성국 : 올해 상주작곡가를 정일련 선생님과 함께하게 되어, 1년 동안 활동하게 됐다.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좋을 결실을 보아 여러 단체가 이런 제도가 많이 만들어, 좋은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영원한 왕국' 작품을 쓰게 된 것은 우연히 고구려 시대 고분에 있는 벽화 '사신도'를 보게 되면서였다.
 
그림에서 보이는 에너지와 기가 현대미술부터 시작해 이전 그림과 완전히 다른 색감이었다. 이 그림은 오묘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고구려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아시아의 중심이었던 그 힘과 기상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지금은 그런 기상보다 여러 강대국 사이에서 쫓기고, 피해의식을 느끼는 생각들이 있다. 좀 더 진취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용을 담아 작곡을 했다.
 
'사신도'라는 내용에서 보듯이 '영원한 왕국'의 키워드는 숫자 '4'다. 네 개의 큰 부분으로 되어있고, '사신도'로 보이는 각각 그림을 통해 이미지를 얻은 선율 또는 사운드가 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큰 양식이 있고, 그 양식 아래 네 가지 형태의 음악적 내용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하나의 서사적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을 개인적으로 많이 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선율이 하나 있지만, 기존 작품과 다른 부분은 하나하나 이미지를 어떤 특정한 주제나 소재로 담아 하나의 이미지로 발전시키는 것이 다르다. 선율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지만, 전통음악에 내재한 장단을 다른 방식과 사운드로 구현해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의 내용으로 이 작품을 쓰게 됐다.
 
   
▲ 최수열 작곡가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수열 : 세 번째로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작품을 하게 되어 기쁘다. 올 때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온다. 현대음악을 많이 하는 지휘자고, 이 악단과의 작업이 내 분야가 아니어서 껄끄러울 수 있다. 그러나 국악이 아니라 현대음악의 한 부분으로, 새로운 음악을 접한다고 생각해 이 작업에 임하고 있다. 앞서 정일련 선생님 말씀에 공감한다. 국악이 서양음악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계가 있겠지만, 동시에 국악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고 봤다. 그 점을 리허설을 통해 바라본 것이 재밌고, 악단과 이러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서양음악 작품을 대할 때는 악보를 본 후, 그 사운드의 예상을 하고, 그 사운드를 가지고 리허설을 한다. 사실 국악 작품들은 그렇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악보에 없는 것이 들리기 때문이다. 오선지에 작곡가님들이 기재해도, 그 안에 숨은 게 많은 것이 국악의 매력이다. 즉흥적으로 소통을 통해 결과물을 얻은 게 많고, 그 변수도 많은 것이 재미난 작업이었다.
 
김성국, 정일련 두 선생님 모두 좋아하고, 작업도 같이 해봤다. 김성국 작곡가는 작년에 한 번, 정일련 작곡가는 실내 악곡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연주한 적이 있다. 성향이 다른 두 분이 상주작곡가로 선정됐다고 생각했고 '악단에서 좋은 선택을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김성국 선생님은 워낙 탄탄한 국악 기반을 갖추고 있으셨고, 관현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난 작업을 통해 봤다. 정일련 선생님은 그 실험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두 분 모두 곡들이 너무 까다롭다. 처음 리딩했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단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힘들어 하는 것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의 결과물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연습할 생각이다. 현대음악의 악보를 보고 네 분류로 판단한다. 연주하기가 수월한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너무 까다롭지만 제대로 연주하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연주하기는 쉬운데 결과물이 안 좋은 것, 연주하기도 어렵고 결과물도 안 좋은 것이 있다. 이 작품들은 어렵지만, 결과물은 좋은 작품 같다. 그래서 이런 작업이 재밌다.
 
   
▲ 이용구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이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용구 : 지휘자님이 난해하신 말씀을 하셨는데(웃음), 국악 레퍼토리는 과제다. 관현악 역사는 오래됐다. 세계의 다양한 나라에서 작곡하고 그 중 선별한 곡을 연주한다. 국악은 우리 한정된 인원의 작곡가가 작품을 쓰기 때문에 과제다. 전국의 모든 악단이 그러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상주작곡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9월 이전 작곡가들과 단원들을 많이 만나 워크숍을 했다. 이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고, 작곡가가 생각하는 책 표기법, 시제 연주 표기법이 달라서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공유했다.
 
사실 정일련, 김성국 선생님은 단원을 많이 괴롭히는 작곡가다. 단원들도 불편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실험적인 작품들은 국악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서양에도 파가니니 작곡가가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자에게 줘서, 연주자가 연주를 못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서양에도 그러한 역사가 있다. 연주자는 어려운 곡이 나오면, 부정적인 반응이 있다. 작곡가와 협의해서 국악의 좋은 레퍼토리를 개발할 수 있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
 
워크숍을 하면서 두 작곡가분들에게 부탁을 드린 게 있다. 작품이 신비하지만 무거워서 아름다운 곡을 써달라고 당부의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오늘 연주 연습을 하면서 그 아름다움이 점점 들리기 시작했다. 단원들의 연습 과정에서 연주법으로 어려운 것을 이야기했다.
 
여기에 악기 배치가 상투적으로 해온 것들과는 달랐다. 불편한 점도 있었고, 잘 들리지 않았다. 사실 이런 것이 중요하다. 서양악은 이미 예전부터 배치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있지만, 국악관현악은 다르다. 우리가 음향 전문가를 모셔와서, 자연음향으로 대극장에서 음악이 잘 빠지면서 좋은 하모니가 들리도록 연구하기도 한다. 최수열 지휘자 같은 서양음악으로 유명하신 지휘자분들이 국악과 만나 좋은 결과물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 두 분 작곡가와 최수열 지휘자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린다.
 
   
▲ 18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곡 연습 공개가 열렸다.
 
앞서 국악이 서양음악보다 더 잘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ㄴ 정일련 : 서양 악기가 이미 높은 수준으로 개량해서 나오지 않는 소리도 있다. 예를 들면, 대금엔 청이 달려있다. 서양의 플루트에선 절대 날 수 없는 소리다. 여기에 가야금을 왼손으로 현을 누르면서 내는 소리는 서양 악기에선 낼 수 없다고 본다. 그런 소리들을 발전시켜서 관현악에서 살리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않겠냐고 믿고 있다. 국악기는 지금 급하게 개량하는 것보다 그것을 연구해 살릴 부분이 많다고 본다.
 
여기에 음색이나 한 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것을 느낄 때도 잦다. 나도 장단에 큰 관심이 있다. 현대 서양음악을 보면 느낄 수 있는 박자가 거의 없다. 장단 개념은 아직 숨어있는 것이 많다고 봤다. 박자적인 음색이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이번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달라.
ㄴ 김성국 : 이번 작품의 장단들은 지금까지 기존의 음악을 통해 배우고 들어온 것들이다. 삼도 농악, 경기 도당굿, 동해안 별신굿 등에 있는 특별한 내용이 담겨있다. 기존 장단을 그대로 쓰지 않고, 여러 악기를 통해 장단 형식으로 사물놀이의 각 악기가 연주하는 방식이 있다. 여기에 특정한 악기와 타악기가 같이 사운드를 내기도 한다.
 
장단이나 리듬의 운영과 관련된 점은 삼도 농악의 리듬 패턴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경기 도당굿에 있는 장구 사운드를 통해 재료로 쓰는 것 같다. 전체적인 부분에선 동해안 별신굿을 공부하며 느낀 충격적인 것이 있다. 큰 박 안에서 매우 많은 변박들이 생긴다. 그것을 보며, 오선보 안 마디에 너무 갇힌 것 같은 기억이 났다. 동해안 별신굿을 보고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매우 많은 변박과 박자 마디와 상관없이 지속한 에너지의 과정이 이 작품 속에서 신경 써서 풀어내려고 한다.
 
   
▲ 18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곡 시연이 진행됐다.
 
기존 작품과 이번 작품을 비교한다면?
ㄴ 김성국 : 물론 지금도 그런데, 음악과 글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음악의 언어가 음표이고, 글에서 재료로 쓰이는 것은 언어다. 언어를 발전시켜 문장, 문단, 이야기를 만드는 것처럼, 음표가 만드는 주제가 마지막엔 끝날 때까지, 어떤 이야기의 흐름으로 진행하고 어떤 결말을 짓는지가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그런 방식을 주로 선호해왔다. 이번 작품은 그런 방식도 하나의 큰 줄기에 있지만, 하나의 특별한 이미지를 시퀀스로 만들어 음악적 내용으로 풀어가는 방식으로 생각하며 작곡하고 있다. 이야기의 흐름 방식이 서사와는 다르다고 한 게 그런 내용이다.
 
상주작곡가를 하면서 교류를 많이 했을 텐데, 어떤 것을 느꼈나?
ㄴ 김성국 : 많이 만났다면 많이 만났고, 적게 만났다면 적게 만났을 것이다. 큰 프로젝트는 맨 처음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초 워크숍이었고, '마스터클래스' 타이틀로 새 작곡가 선발에도 지속해서 만났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계속 소통하고 있다. 이전에 위촉 곡을 의뢰받고, 단원들과 짧은 기간을 만난 과정과는 다른 것 같다. 특히 워크숍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는데, 작곡가 관점에서 작품을 구현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모르는 부분, 특히 악기에 대해 국악기 연주자 개개인 특성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굉장히 새롭게 느끼고 있다. 기존 것과는 좀 다른 생각을 하도록 이 제도가 날 변화하고 있다. 물론 연주자분들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좋은 공부가 됐다고 본다. 
 
   
▲ 정일련(왼쪽), 김성국(오른쪽) 작곡가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정일련 : 물론 나도 자주 만났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외국에 살고 해서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관현악은 한 악기라 생각했다. 한 악기를 위해 어떻게 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관현악이 오래전부터 이해를 하고 싶었다. 악기 팀을 보고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연구했다. 그 기회가 있어서 기뻤다. 많이 배웠지만, 더 자주해야 한다. 이번 한 번 가지고는 안 된다. 나도 바뀌고, 단체도 바뀌고, 새로운 단원도 들어와야 한다. 관현악을 전체 하나의 악기로 변할 수 있는 알고 싶었고, 그 결과물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김성국 : 연주자마다 기량이 다 다른 것은 알고 있는데, 연주자가 고안해서 실제로 자기가 연주할 수 있도록 개량한 부분이 매우 많았다. 각각의 연주 테크닉, 방법, 결과가 연주자 개인마다 달랐다. 워크숍을 통해서 하나하나 세세하게 이해하고, 내가 좀 더 그 악기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고 봤다. 내가 좀 더 많이 느낀 것 같다.
 
끝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ㄴ 정일련 : 단원 분들을 더 알고 작품을 다르게 쓰도록 노력했다. 누구를 위해 작품을 쓴다는 것은 중요하다. 배치에 대해선 여기서만 잠깐 들었지만, 소리가 내 취향에 더 좋은 것 같다. 불만인 것은 대금이 기본 배치의 뒤에 있던 것이다. 마음에 걸렸다. 탁한 대금의 청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타악기 옆에 있어서 잘 들리지 않았다.
 
여기에 가장 아쉬운 악기는 거문고다. 거문고는 사이에 묻혀있고 잘 안 들린다. 관현악에서는 큰 역할을 못했다. 뜯는 것조차 그 옆에 아쟁이 있어서, 거문고보다 큰 소리가 들린다. 앞에 들릴 수 있게 솔리스트들이 앉도록 했다. 서로 들을 기회를 갖고, 연주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최수열 지휘자가 지휘를 하고 있다.
 
최수열 : 배치에 대해선 관심이 많다. 국악관현악의 배치가 서양 오케스트라의 배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기본 구조로 하면 가야금, 거문고, 아쟁이 현악기여서 붙어있다. 서양 오케스트라 현악기는 다 긁는 악기여서 융화가 될 수 있는데, 국악기는 다르다.
 
아쟁과 해금은 긁지만, 성향이 다르다. 거문고는 뜯고, 가야금은 튕긴다. 같이 모일 이유가 없다고 항상 생각한다. 우리나라 관현악단에서 오케스트라의 관현악기는 현악기 뒤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리, 대금은 음향 자체가 다른데, 왜 대금 소리가 더 좋은데 안 들릴까 생각해서 작년 연주 때 변화를 주기도 해봤다. 그걸 뒷받침하는 전용 홀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배치가 좀 더 잘 먹힐 수 있다고 본다.
 
이용구 : 9월 정오의 음악회 끝나고 정일련 선생님이 배치를 원하는 대로 해오름극장에서 연주해봤다. 극장에서 들을 때도 솔리스트와 주선율이 분산되어 들리는 것이 아니라, 센터에서 나오니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다.
 
안호상 : 연습실이 11월 되면 만들어지니 좀 더 나아질 것이다. 연습실에서 좋은 소리 만들어서 공연장에 갈 것이고, 연주하시고 지휘하시는 분들이 확신 있는 소리를 만들어서 가면 좋을 것 같다. 리노베이션을 할 때 전용 홀을 가질 수 있으면 제일 좋은데 그럴 수는 없다.
 
창극, 무용, 국악의 성질이 기능적으로 상반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국악관현악의 소리를 최대한 가장 원음으로 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역시 다목적홀이지만, 사운드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개발된 것이 건축적으로 많이 있어서, 찾은 후에 리노베이션할 때 구현하려 생각 중이다. 지금보단 나아지도록 하려 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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