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씬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배우들을 말한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처럼 주목받는 조연배우들이다. 문화뉴스의 [대한민국 탑 아트스틸러]는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큰 인정을 받으며 'My way'를 걷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계를 빛내고 있는 소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15일,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에서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독특함을 지닌 작가 '장콸'의 개인전이 열렸다. 디지털 작업을 해왔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번 개인전 'GIRL SCOUTS'에 전시된 새 그림들에는 기존에 느껴지던 '유니크'한 이미지와 함께 수작업에서 만들어진 고풍스러움이 더해졌다. 전시 오프닝을 목전에 앞둔 시각, 독특함과 아름다움이란 공존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한 장의 그림에 담아내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인터뷰는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 지하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카페에 전시된 그림은 디지털 작업.

이전부터 바람으로 이야기해왔던 첫 개인전이다. 개인전을 열게 된 계기, 소감은 어떤지.

ㄴ 원래 전시가 4월로 잡혔었다. 그 전시를 스페인 레지던시에서 준비하다가 전시 일정에 맞춰서 귀국했는데 갑자기 취소됐다. 그러던 차에 마침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에서 전시 제의를 해주셨다. 그래서 작업도 준비됐고 10월에 하면 더 좋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함께하게 됐다. 또 워낙 독특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갤러리다 보니 성격도 잘 맞을 것 같았다. 사실 아침까지는 되게 긴장되고 떨렸다. 스트레스 받아서 울렁이기도 하고. 원래 개인전을 이렇게 빨리하고 싶진 않았다. 그림도 더 많이 쌓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걸 하고 싶었는데, 그림이 계속 발전하고 과거에 그렸던 그림은 나중에 보면 성에 안 차기 때문에 계속 미루다가는 못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지금 걸작을 만들 게 아닌 이상 전시를 하자고 마음먹었다.

이번 전시의 제목 '걸 스카우트'를 비롯해 전시에 관해 설명해달라.

ㄴ 제가 그리는 요소가 여자애들, 도트, 패턴 등이다. 그려놓고 한데 모아놓으니 한 가지 주제가 있더라. 그 공통점이 '호기심'이었다. 걸스카우트라는 단어에서 '스카우팅'의 뜻이 '탐사'이지 않나. 걸스카우트라는 단체와는 관련이 없고, 메타포 개념으로 스카우팅을 따와, '걸 스카우트'라고 제목을 지었다. '소녀가 호기심을 가지고 세계를 탐사한다'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남세라믹웍스와의 협업은 어떻게 하게 됐나.

ㄴ 도자기 작업을 이전부터 너무 하고 싶었다. 제가 처음부터 다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갤러리 대표님과 회의하던 중에 대표님이 먼저 제안을 해주셨다. 그래서 남세라믹웍스와 연락해서 남세라믹웍스의 대표인 윤남 작가님과 회의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작품을 보고 윤남 작가님이 전체적인 틀을 만들면 제가 디테일한 걸 수정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색깔 같은 작품의 기본적인 요소는 함께 정했다. 만들고 나니까 결과물이 너무 예뻤다. 담는 상자의 박스 칠도 다 하고, 못도 제가 다 박고.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재밌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 이번 남세라믹웍스와의 협업으로 만든 작품은 아주 소량만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판매된다.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조언 혹은 관람에 유념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ㄴ 이전에는 컴퓨터 작업을 보여드렸다면, 이번 전시는 수작업을 제대로 보여드리는 첫 자리다. 판넬에 동양화 용지를 씌우고 색을 여러 번 쌓아 올리는 동양화 기법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제가 얼마나 공을 들여서 그렸는지에 초점을 두고 보셨으면 한다. 컴퓨터 작업과 달리 수정이 어렵지만, 일단 수작업은 그리는 게 재밌고 제가 원하는 질감이나 느낌을 낼 수 있어서 앞으로는 컴퓨터 작업보단 수작업 위주로 할 것 같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ㄴ 스페인에서 작업하면서 '콜렉션 솔로'라는 갤러리에서 제 그림 두 개를 사서, 전시에 싣지 못하고 두고 왔다. 그중 하나가 소녀 일곱 명과 괴물 두 명이 그려진 작품이다. 괴물 눈동자를 찍는 게 마지막이었는데 그걸 안 찍고 남겨두고 있었다. 나중에 찍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았다. 근데 한국에 급하게 오는 바람에 그걸 못 찍고 팔게 됐다. 가게 되면 찍어야 할 것 같다.

   
▲ 스페인에서 판매돼 전시에 함께하지 못한 그림 ⓒ장콸 작가 SNS

항상 '여성'을 그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또 장콸의 그림 속 여성에게 공통적인 면모, 혹은 중점을 두고 그리는 부분이 있다면?

ㄴ 여자만 그리는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그린다. 중점적인 부분이 있다면 눈썹이 있으면 표정을 알 수 있지만, 표정을 알 수 없게 눈썹을 안 그린다.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또 얼핏 보면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공격적인 게 아니고 뭔가를 궁금해하는, 순수한 호기심을 가진 인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 '꿈의 선물'

어딜 그릴 때가 가장 좋은지.

ㄴ 눈 그릴 때가 가장 좋다. 눈동자나, 미간이 조금 달라지면 인상이 바뀐다. 입술도 그릴 때 재밌고, 코는 그리기가 어렵다. 조금만 길이가 달라지면 인상이 확 바뀐다. 그래서 코를 그릴 때도 조심한다. 결국, 얼굴에 있는 모든 게 조금만 달라져도 인상이 바뀐다. 그래도 사람을 그릴 때는 얼굴 그릴 때가 가장 즐겁다.

작품 속 소녀들이 작가와 닮은 것 같다.

ㄴ 거울을 보면서 포즈나 각도를 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닮아진다. 다른 작가들도 보면 그런 경우가 많더라. 제 내면이 표현되는 것이기도 하고, 제가 그림이랑 작가가 매치되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 '지옥으로 가자'

아직 젊은 작가지만 오랜 시간 작품을 그려왔다. 섹슈얼하고, 강렬한 소재부터 음침하거나 혹은 사랑스러운 분위기 등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어떤 흐름인지 궁금하다.

ㄴ 섹슈얼했던 건 벌써 8,9년전 그림이다. 그때는 제가 궁금한 걸 그렸다. 더이상 어떤 소재가 궁금해지지 않으면 다음으로 궁금한 소재로 넘어갔다. 지금은 아예 '호기심' 자체를 주제로 삼고 있다, 다른 소재에 관심이 많이 간다.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는 제 내면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그림을 그리면서 발전하고 싶어서, 여러 가지 다른 것도 시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됐다. 요즘은 성격이 다른 사물들을 함께 배치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인체를 밥과 같은 음식이랑 같이 섞거나, 사람과 사물이 같이 있거나, 아니면 걸리버와 소인처럼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있는. 이번 전시에 올라간 작품 중에는 소세지와 사람을 섞어놓은 것도 있다.

   
▲ 그림을 보면 소세지 귀걸이가 보인다. ⓒ장콸 작가 SNS

예전에 SNS에 화엄경 구절을 올린 것을 봤다. 불교에도 관심이 많은지?

ㄴ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영향 때문에 절을 자주 갔다. 어렸을 때부터 아름답다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관심. 동양화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동양적인 탱화 느낌을 많이 받더라. 고등, 대학교 때 애니메이션 전공을 했지만 거의 취미로 생각했다. 애니메이션을 배우면서도 지금 그리는 그림을 계속 그렸다. 그리고 원래 불교미술, 동양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어디서 배워야 할지 모르고 바빠서 미뤄오다 작년에 동양화 화실에서 배웠다. 컴퓨터로 내지 못하는 색감을 낼 수 있고, 머릿결, 질감 등에서 특히 차이가 크다. 이번 전시 포스터 작품의 머리칼도 그렇고. 그렇게 동양화를 배워서 좀 더 발전시킨 것들이 이번 전시에 녹아들어 있다.

앞선 질문과 연관되는 것인데, 아시아적 느낌의 강렬한 색채/뱀, 꽃, 문양 등의 아시아적 소재가 인상적이다. 작풍에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면?

ㄴ 제가 동아시아에서 자랐다 보니 제가 자주 접하는 것 중에서 그런 요소들을 택하게 됐던 것 같다. 동서양의 미술을 비롯해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자연스럽게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 '물가의 여신'

관심 있게 보는 작품이나 아티스트가 있다면?

ㄴ 사진작가 아라시 노부요키. 색감과 사진의 느낌을 좋아한다. 창백한데 그중에서도 빨간 입술 등의 포인트, 흑백이면서도 강렬한 느낌이 좋다. 또 그림을 그릴 때 색 조합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색을 잘 쓰는 작가들을 좋아한다. 팀 버튼의 그림도 캐릭터가 다양하고, 그 사람만의 느낌이 있어서 좋다.

요즘 장콸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ㄴ 다음 작업이 가장 큰 관심사다. 준비하고 보니 너무 아쉬운 게 많아서, 벌써 다음 작업 생각하고 있다. 개수가 좀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 싶고, 크기도 컸으면 좋겠다 하는 아쉬움. 지금보다 좀 더 정리된 작품을 선보일 것 같지만, 아직 어떤 작업인지는 비밀이다.

만화책,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를 예전부터 해왔는데,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ㄴ 아직 계획은 없다. 언젠가는 해보겠지만, 지금은 페인팅 작업에 좀 더 관심이 많다.

   
 

뮤직비디오 출연을 인상적으로 봤다. 그림 외에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ㄴ 그림 외엔 없다. 그림이 너무 좋아서 취미생활도 그림이다. (일하다 피곤하면 '그림이나 그려야지' 하고 쉬는 건지)  맞다(웃음). 그림 외의 관심사라면 영화를 좋아하고, 우쿨렐레도 조금씩 친다. 피아노는 치다가 금방 포기했지만, 우쿨렐레는 잘 못 쳐도 소리 자체가 예뻐서 좋다.

영화라면 혹시 어떤 감독을 좋아하는지.

ㄴ 그림 외에는 영화를 좋아해서 소노시오 감독, 박찬호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등의 작품을 좋아한다.

해외를 다양하게 돌아다니는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곳, 혹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ㄴ 태국에 또 가 보고 싶다. 우선 음식이 제일 좋았고 한국의 여름은 무척 덥지만, 태국은 원래 더운 나라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별로 안 덥더라. 이제 곧 겨울이라 가고 싶다. 푸팟뽕(게살 커리) 좋아한다.

   
 ▲ 'Tuft'

스페인에 가게 된 계기는?

ㄴ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갤러리에서 초청을 받아서 좀 더 떨어진 작은 타운에 있는 작업실에서 작업했다. 계획은 1년이었는데 6개월 정도 지내다 4월 전시 때문에 빨리 왔다. 그래도 오히려 이렇게 전시를 열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인에서의 생활이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나.

ㄴ 그곳의 풍경, 그곳만의 요소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음식이나 사람을 섞어서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스페인 소시지에 영감을 받아서 그린 것이 있고, 또 하나는 전시에 제출하지 않은 작품 중에, 스페인 중에서도 젖소가 많은 곳에 있었다 보니 UFO와 젖소가 그려진 작품이 있다. 그곳에서 벽화로 그렸는데 페인팅으로도 작업했었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으로 소개되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ㄴ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이 이야기가 있으면 그림, 삽화를 그리는 작업인데 그런 식으로 작업한 적이 없다. 저는 그림을 그리면 그 안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편이다. 단지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개념이 한국에서 다가가기 쉬워서 그렇게 불리는 것 같다. 스스로는 딱히 뭐라고 규정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화가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 '버섯따기 소풍'

그런데도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많다. 클라이언트들이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ㄴ 다들 제 그림을 좋아해서 연락을 주시니까 대부분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어느 정도 수위 등에서 타협은 하는 편이다. 무조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진 않는다(웃음). 그렇지만 작업하고 계약서까지 썼는데 제품이 안 나올 때가 있다. 무척 아쉽다.

앞으로 콜라보레이션 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

ㄴ 특정한 브랜드는 없지만, 가구나 패브릭 브랜드와 하고 싶다. 쇼파나 이불, 담요 같은 것. 내 작품이 그려진 가구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평생 그림을 그려왔다. 작가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지금은 어디쯤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ㄴ 100세 시대라서 제가 살아온 날보다, 그려야 할 날이 두 배 정도는 더 있을 것 같다. 아직 계속 연구하는 중이고 더 잘하고 싶다. 제 그림에 자부심은 있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낀다.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 100점을 목표로 달려갈 것이다.

장콸 그림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ㄴ 제가 그리고도 가지고 싶을 정도로 매력 있다(웃음). 주위에서는 그림의 분위기가 싸늘해 보이는데 동시에 따뜻해 보인다는 피드백을 많이 해준다. 인물이 내면을 많이 담고 있다. 그림이 내면을 풍부하게 표현한다는 뜻인 것 같다.

   
 ▲ 갤러리 내부 분위기는 이렇다.

그림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ㄴ 대형 작업을 하고 싶다. 63빌딩처럼 엄청 큰 건물 전체에 그림을 그리든지 스티커 작업을 하든지. 그래피티를 해보진 않았는데 건물에 작업하려면 그래피티가 좋다기에 스프레이 사용도 나중에 배우고 싶다. 설치물 같은 입체적인 것도 좋다. 대형 작업에 매력을 느낀다.

장콸에게 '그림'이란?

ㄴ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싶은 것. 미스테리하기도 하고 딱 봤을 때 묘하게 예쁜 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름다움을 담아서 계속 보고 싶은 매력이 있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잠시 고민하다) 전시 많이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

   
 

장콸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GIRL SCOUTS'는 11월 13일까지 에브리데이몬데이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편집,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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