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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40여 년 된 쪽방촌의 도배지를 벗겨내 지역과 역사의 흔적을 밝혀낸다.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이 금천구 독산동 소재라는 지역적 특성에 맞춰 지난 2010년부터 도시와 공동체에 대한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 '커뮤니티 &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5회째를 맞은 올해 기획 전시는 '결을 거슬러 도시를 손질하기'라는 이름으로 20일부터 12월 10일까지 금천예술공장에서 전시된다.

발터 벤야민의 '결을 거슬러 도시를 솔질하기(Brushing The City Against The Grain)'라는 언명에서 제목을 딴 이번 전시에는 도시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법을 토대로, 한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콜롬비아, 대만 등 4개국 6개 팀의 예술가 및 커뮤니티 아트 그룹이 참여했다.

1960년대 구로공단과 더불어 1980년대 '공돌이 공순이'로 지칭되던 노동자들이 주를 이루던 가리봉동은 2000년 이후에는 다시 중국 동포들에 의해 점령됐다. 연고지가 없는 노동자의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이 지역은 임대주택을 여러 개로 쪼개서 연탄아궁이만 놓은 ‘벌집’이 늘어났다. 실제 쪽방에 거주하면서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네다섯 겹으로 뒤덮인 쪽방의 도배지를 벗겨내는 작업을 선보인 연기백의 '독고○객(Lonely, Lonely Wanderer)'은 도배지에 남겨진 거주자들의 흔적을 통해 사적인 이야기와 기억으로서의 지역 역사를 표현했다. 연기백은 "이번 작품에 서울이나 금천을 쉽게 규정하지도 않고, 집단 이미지로 표상하지도 않았다"며, "도시 이면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잊힌 기억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가 뒤엉킨 시공간 축으로서 도시를 읽어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금천구에 사는 9명의 주부로 구성된 커뮤니티 기반 프로젝트 그룹 '금천미세스'는 금천 지역에 대한 기억으로서의 역사를 재발견하는 작품 '夜야한외출-달빛 금천(A Night Out)'을 선보인다. "같은 지역에 사는 여러 개인사는 어떻게 기억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금천의 역사를 수집하고 이것을 다시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를 위해 '금천미세스'는 밤마다 이웃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관련 장소를 찾는 투어를 진행했다. 이렇게 사람들의 기억으로 모은 지역의 역사는 사운드 아트와 설치의 형태로 재현, 전시된다. 주부에서 작가로 거듭나고 있는 '금천미세스'는 각 개인사를 시나리오로 만든 옴니버스영화 '금천블루스'로 제6회 서울노인영화제에 입선한 바 있으며, 2012년에는 백남준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개인의 추억과 역사를 텍스트로 표현한 마크 우스팅의 '001 A, 002 N, 003 Y', 한국인의 조급한 기질에 대해 표현한 후안 두케의 '무제(Untitled)', 서울사람의 일상적인 이미지를 드로잉으로 표현한 류치헝(대만)의 '서울에서의 스케치, 드로잉 프로젝트(Sketching and Drawing Project in Seoul)', 사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쪽방촌의 공간을 표현한 이수진의 '공유되지 않는 공동공간(Private but Non-Private)'이 전시된다.

개막식은 20일 오후 7시에 진행되며, 더 자세한 문의는 금천예술공장(02)807-4800)으로 하면 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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