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황금기였던 1990년대를 이끈 15명 뮤지션의 음악, 그 낭만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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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엘튼 존은 "세상은 음악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악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세상을 바꿀 사람을 조금은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음악 작가 겸 음악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배순탁 작가는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한때는 그 역시 친구들과 누가 더 쿨하고 센 음악을 듣는지로 '음악 내공'을 뽐내던 소년일 뿐이었다.

그가 순수하게 음악을 듣던 90년대는 이랬다. 청바지가 게스로, 농구화가 나이키의 에어 조던 시리즈로, 통기타가 세고비아로, 맥주가 카스와 하이트로. 80년대와는 달리 구체적인 브랜드를 통해 남들과는 좀 달라 보이고 싶던 신인류들이 등장하며 '우리의 이념'보다는 '나의 스타일'이 더 중요한 시대였다. 그리고 차별화된 스타일의 중심에 바로 음악이 있었다. 감성이 가장 충만했던 그 시절, '운 좋게'도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그에게 '청춘'이라는 단어는 조금 특별했다.

'청춘을 달리다'는 소란했던 시절, 오로지 음악 하나로 버텨온 배 작가의 청춘의 기록이자 그 시절을 함께해온 음악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저자가 집필을 시작한 1년 전에도, 그리고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던 뮤지션 고(故) 신해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음악에 대한 직업으로 10년 이상의 세월을 보낸 내가 신해철을 시작점으로 삼은 건, 그의 존재 덕에 음악에 관해서 처음으로 진지한 태도를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고딩' 시절, 처음으로 들었던 신해철의 목소리와 그가 음악을 통해 던져온 메시지들은 자신을 '소년에서 어른'으로 키워준 인생의 음악이 되고 말았다. 막연하게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보게 된 것도 그 덕분"이라고 말한다.

스무 살 본격적인 음악 듣기를 시작하다가 홍대 근처에서 보게 된 크라잉넛의 대참사 같은 공연의 목격담이라든가, 첫사랑과 헤어진 후 주야장천 들었던 이소라의 '기억해줘'로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 등이 흥미롭다. 술만 마시면 생각나는 노래이자 평생 아껴서 듣고 싶다는 윤상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는 왜 그가 '뮤지션들이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이 되었는지 보여준다. IMF의 직격탄을 맞으며 음악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저자의 음악 듣기는 더욱 깊어졌고 결국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

'청춘을 달리다'는 90년대를 '미화'하거나 과거를 떠올리는 데서 머물지 않는다. 시대를 키우고 이끌며 지금도 성장해온 뮤지션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대중문화의 황금기였던 1990년대를 이끈 15명 뮤지션의 음악을 맛볼 수 있는 한 장의 '컴필레이션 앨범'과도 같은 이 책은 때로는 마음을, 때로는 귀를 흔들었던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줄 것이다. 이 책이 아직 끝나지 않은 '내 청춘의 OST'를 다시 한 번 들을 기회가 되기를.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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