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연극 '비포 애프터'가 다시 돌아온다.

작년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으로 선보여진 '비포 애프터'는 초연 당시 시의성 있는 주제의식과 개인에서 출발해 사회문제로 확산한 극적 구성을 펼쳐 놓았던 작품이다. 성공적인 초연 이후 2015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6 공연 베스트 7',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연출상, 신인연기상,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대표인 이경성 연출가는 동시대의 이슈를 통해 공간의 역사, 미디어, 몸 등을 탐구했다. 연극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 이후 일상의 기억과 경험을 소재로 우리 삶과 사건의 관계를 살펴본다.

'비포 애프터(Before After)'라는 시간적 구분은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두고 그 전과 후에 달라진 변화를 의미하는 단어다.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사건을 통해서도 비포 애프터가 만들어지는데, 그 거대한 사건이 '나'의 삶과 연결돼있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체험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에서 연극 '비포 애프터'가 시작된다.

 

   
 

아버지의 죽음을 서서히 목도한 성수연, 친구의 죽음으로 부채감을 느꼈던 채군, 눈이 거의 실명될 정도의 국가적 폭력을 경험한 후 무기력증에 빠졌던 장성익, 2014년 4월 16일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고 있었던 김다흰, 자신의 일기를 방송하는 나경민, 그리고 국가를 연기하는 장수진까지. 이들 각자가 가진 비포와 애프터의 시간이 우리 사회의 거대한 축이 돼버린 '사건'과 맞물려 연극을 구성한다.

이경성 연출가를 필두로 한 크리에이티브 바키는 '비포 애프터' 작업 이후, 세월호 침몰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과의 대화를 통해 구성한 연극 '그녀를 말해요'를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했다. 이 연출은 연출노트에서 "어떤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녀'들을 만나면서 또 한 번 무너져 버렸다. 시간이 더 필요했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비포 애프터'는 작년 당시 세월호와 우리 사이의 거리에 대한 사적인 증언들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기록들이 어떻게 무대에서 '재현'될지 긴장과 우려가 뒤섞인다"며 "우리는 여전히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에 '지금 여기'를 더 잘 들여다보기 위해 1년 전 과거의 '일기'를 돌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작년에 이미 '예술가 검열' 사태라는 시공간 속에서 용감하게 초연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던 바 있는 연극 '비포 애프터'는 다시 한 번 그들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시공간 속에 놓였다. 지난 10일 청와대와 문체부가 세월호 시국 선언과 특정 야당 정치인에 대한 지지 등을 이유로 9,437명의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 진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점화됐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와 예술인들 간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매번 어려운 시공성 속에서 자신의 존재성을 밝혀야 하는 연극 '비포 애프터'는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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