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서광일, 김은석, 최성희, 장용철 배우가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문화뉴스] "우리 사회에 대한 촉을 세워야 한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극단 작은신화의 최용훈 대표는 자축할 수 있는 공연이 아닌 사회비판극을 기념작으로 선택했다. 연극이 가져야 하는 동시대성에 접근한 것이다. 극단 작은신화는 1986년 창단 이래 진지한 태도와 열정을 생명으로 순수연극만을 고집해왔다. 실험의식, 아카데미즘, 공동체 의식, 관객과의 적극적인 교류로 요약될 수 있는 작은신화의 작업방향은 가정과 사회에 모든 기반을 닦는다는 '이립'(而立)의 자세와도 같았다.
 
18일부터 11월 6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소극장에서 열리는 30주년 기념극 '싸지르는 것들'은 전후 독일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중 하나인 막스 프리쉬가 1953년 선보인 '비더만과 방화범'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현대사회 상류층의 속물근성과 이기주의를 이야기한다. 사회적 재앙과 문제를 인지하고 막을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이 가진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과 물질(재산)의 보호와 안녕만을 확인하는 그들의 문제를 지적한다.
 
   
▲ 김은석 배우가 '비더만'을 연기한다.
 
이번 공연은 30년의 세월을 함께한 극단 주요 단원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작품을 각색한 최용훈 연출을 비롯해 '비더만' 역엔 김은석, 임형택, 최지훈 배우가, '바베테' 역엔 홍성경, 최성희, 정세라 배우, 그리고 '슈미츠' 역엔 서광일, 강일, 이승현 그리고 '아이젠링' 역엔 장용철, 박윤석, 안성헌, '안나' 역엔 이혜원, 송윤, 이지혜 등을 비롯해 총 26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세 팀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최용훈 연출의 의도다.
 
18일 오후, 첫 공연을 앞두고 프레스콜 행사가 열렸다. 전막 시연 후 질의응답 시간엔 최용훈 연출, 상류층 집주인 '비더만' 역의 김은석, '비더만'의 부인인 '바베테' 역의 최성희, 전직 레슬링 선수라고 자신을 밝힌 '슈미츠' 역의 서광일, '슈미츠'의 감옥 동료 '아이젠링' 역의 장용철이 참석했다. 연출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 극단 작은신화의 대표인 최용훈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극단 30주년 소감과 함께 이번 작품을 올리게 된 배경을 들려 달라.
ㄴ 최용훈 : 20대에 극단을 만들어서, 중간에 안되면 때려치우자고 했다. 이번에 30주년 됐는데, 지켜봐 주신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다. 연배가 위인 선배들이 만든 극단 중에 올해 30주년이 된 곳도 있는데, 내가 막내다. '아직 우리는 젊다'고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결의를 다지고 있다.
 
30주년을 밝고 잔치처럼 치렀으면 좋았을 것이다. 가벼운 연극을 관객분들도 선호하는 편인데, 연극은 우리 사회에 대한 촉을 세우고, 발언하고, 항상 지켜보는 눈을 '소방대'처럼 해야 한다. 무겁기도 한데, 이 작품은 우리들의 문제를 보여준다. 자기중심적이고, "우리 집은 아니니 괜찮아"라고 말하는 이기적인 사회 구성원의 모습, 이유도 없이 폭력을 저지르는 이들의 모습, 시스템의 문제가 많은 것 같았다. 이 작품을 통해 생각을 해보고 싶었다.

커튼콜이 일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ㄴ 최용훈 : 문제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연극인데, 여러 부류의 인물을 각인시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함께 밝은 분위기에서 손뼉을 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촉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작품과 연계해 설명한다면?
ㄴ 최용훈 :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쓰였다. 그래서 작가는 불안요소, 위험요소에 사는 가운데 나오는 무지함을 꼬집고 싶어 했다. 나치즘과 연계하는 사람도 있었고, 비겁해서 저항하지 못하는 태도가 있다. 스스로 주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자기가 하고 있는가, 불의에 저항할 수 있는가, 공동체에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자문하는 것이 작품에 있다.
 
   
▲ 공연 초반, '소방대원'들이 불빛으로 관객들의 촉을 세운다.
 
극단 30주년 소감과 함께, 작품 출연 소감을 말해 달라.
ㄴ 김은석 : 극단에 들어온 지 20년 됐다. 30주년 공연에 참여하게 되어서 기쁘다.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내가 맡은 '비더만'을 통해 상류층의 무한이기주의와 비겁함을 열심히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관객이 '저 새끼, 정말 나쁜 놈이구나'라는 생각할 수 있도록 작품을 하고 있다.
 
장용철 : 나 역시 극단에 1993년에 들어왔으니 굉장히 오래됐다. 오늘(18일) 첫 공연을 한다. 혼자 분장실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이미 하늘나라에 가신 선배 이름도 떠올려보고, 같이 하다가 지금은 다른 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선후배 얼굴도 생각해봤다. 생일은 아니지만, 오늘이 생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30주년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첫 공연 하는 마음이 착잡하기도 하고 가라앉는 느낌 같다.
 
관객들이 어느 정점을 봐주시지 말고 과정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극단 작은신화 30주년에 왜 이 작품일까 했는데, 관객분들이 극단 작은신화가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고 없이 많은 분이 꼭 와주셨으면 좋겠다.
 
최성희 : 극단에 들어온 지 26년 정도 됐다. 30주년을 같이하는 게 감개무량하고 좋다.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바베테'도 속물 캐릭터다. 세 팀이 있는데 우리 팀이 가장 대본에 충실하고, 팀별로 다른 작품처럼 만들었으니 모두 봐주셨으면 좋겠다.
 
서광일 : 여기 계신 선배님들에 비하면 턱도 없는 연차다. 30주년 무대에 서는 것이 영광이다. 연애하는 기분이다.
 
   
▲ 서광일(위), 최성희(아래) 배우가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팀별로 다른 작품처럼 만들었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ㄴ 최용훈 :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과 기본적인 텍스트는 똑같다. 이 작품 인물의 심리나 내면이 드라마적인 관계로 구성됐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어서, 세 팀을 캐스팅하면 나오는 이미지가 있다.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인데 맛은 세 가지로 구성하려 한다. 세 팀 모두 다 보시면 좋겠지만, 두 팀만 보셔도 캐릭터가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