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끊이지 않는 '제한상영가' 논란에서, 이번엔 '헤멜'이 다시 불을 붙였다.

영화 '헤멜'이 한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고 재심의를 거쳐 어렵게 11월 개봉이 확정됐다.

영화 '헤멜'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으면서, 국민 정서 보호와 예술 창작자의 자유로운 표현 사이의 갈등이 다시 한 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헤멜'은 엄마 없이 자신을 기른 아빠만이 이 세상의 전부였던 소녀 '헤멜' 앞에 아빠의 애인이 나타나면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주인공 '헤멜'의 성기 일부가 노출된 장면, 목을 조르고 얼굴을 뭉개면서 강제적이고 폭력적으로 섹스하는 장면, 목욕 장면 중 아버지의 성기 노출 등을 지적하며 스토리 흐름상 필요한 장면임에도 노출을 중점적으로 평가하여,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렸고, 장면 편집과 블러 처리를 통한 재심의 끝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앞서 개봉한 '님포매니악'과 '미조' 또한 작품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제한상영가를 받아 논란이 됐다. 기획단계에서부터 실제 정사 장면 등 선정적인 장면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님포매니악'은 '영상 표현에 있어 남녀의 성행위 장면에서의 신체 노출이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등 표현의 정도가 매우 높아 성인일지라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한 영화'라며 제한상영가를 받았고, 노골적인 성행위에 대하여 블러 처리 후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미조' 역시, 부녀간의 성행위가 노골적으로 표현되는 등 일반적인 사회윤리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 정서를 현저히 손상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를 받았다.

이에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을 비롯해 '동갑내기 과외하기' 김경형 감독, 정지욱 영화평론가, 강성률 영화평론가는 제한상영가 판정이 합당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는 제한상영가 전용관이 없는 만큼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을 경우, 재편집을 거치지 않으면 상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작 개봉할 상영관이 없는데 제한상영가 등급을 준다는 건 해당 장면을 수정, 편집하고 재심의를 하라는 암묵적인 요구인 셈이다. 영화 '헤멜'이 지적받은 장면들은 질투심으로 혼란스러운 헤멜의 심리를 표현해주고, 아빠와의 친밀한 관계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들임에도 반윤리적이고 반 도덕적인 영상표현이라고 판단, 한국 관객들은 감독의 연출의도가 온전히 담겨있지 못한 편집본을 보게 됐다.

"창작자의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하고, 이에 대한 판단은 그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자유롭게 맡기는 것이 옳다"는 영화인들의 입장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해진 기준에 따르는 것”이라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의견 차이는 영화 '헤멜'의 개봉을 계기로 다시 한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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