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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근대 회화의 거장은 참 어려울 것 같다. 일제 시기, 혹은 외국의 수탈에 지치지 않고, 그들의 문명을 받아 혹을 발전 시켜서, 우리 색을 잃지 않고 ‘한국적’ 거장이 된다는 것은. 그 거장들을 모은 展이 지금 호림박물관 신사 분관에서 열리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이상범의 산수화 이다. 이상범은 큰 산과 작은 산 혹은 집이 조화를 이루고 대조를 이루어서 사람의 마음을 뒤 흔든다. 전경은 굵고 후경은 스러지는 모습은 아직 굳건한 자연을 대비하는 것 같고, 그 가운데 작지만 힘있게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은 끈질기게 자신의 길을 고집있게 가는 것 같고, 집도 모든 풍파를 견디고 의연히 힘들게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자신을 대변하는 것처럼, 그렇게. 점점 흐려지는 화풍이 일본에서도 비판받았다고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는 오히려 힘있게 뒷받침하고 있다. 기법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천차만별이라, 효과 자체를 비판할 정당성은 없다.

또 하나 주목을 끄는 산수화는 ‘허형’의 산수화이다. 보통 그는 호남화단의 대표 허련의 넷째 아들로 일컫어지나, 필자가 보기엔 더 독창성 있고 다양한 재주를 발휘해 한 화폭에 선에 그치지 않고 전체적 조망이 꼭 사계를 눈 앞에서 오는 환상적 광경을 연출하였다.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하며 그림 속에서 한국의 사계를 만끽하는 기분이었고, 정신을 차리고 이름을 확인 하니, ‘허형’이라는 이름이 머릿 속에 각인될 뿐이었다. 오히려 김정희에게 칭찬받았던 허련은 같은 필치로 ‘그림을 그렸구나’라는 지식적 전달을 주는 것에 그치는 것과는 달랐다. 비록 호남화단의 다리 역할로 알려진 그지만, 더 큰 조명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정학교의 묵란화와 괴석은 가장 사군자 중 백미로 뽑힌다. 종4품의 군수를 지낸 사람이라 그런지 학식과 덕망의 맑음이 묵란화와 괴석에 잘 녹아 있다. 검은 묵이지만 맑고 이슬처럼 그 중 돋보이는 것은 그 사람의 인품을 잘 포착한 그림일 것이다. 같은 묵란이지만, 그의 그림에선 영혼과 맑음으로 정신을 씻겨주는 종교적 역할의 청초함이 느껴지는 것은, 예술적 재능과 인품이 타고나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그의 그림을 알아 매우 기뻤고 보석을 발견한 것 같았다.

고사인물도에서, 필자의 주목을 끈 것은 ‘지운영’의 고사관수도에서 나무와 잎사귀의 표현이었다. 눈에 쌓인 겨울 가지의 떨림과 잎사귀는 서양의 수채화 느낌에서 사군자의 느낌이 서려있어 맑은 기운을 준다. 그의 화훼도를 보고 싶은 욕구가 올랐다. 비슷한 의미에서 최우석의 화훼도는 매우 강한 채색과 필법을 보여주어 화려하지만 문기를 놓치지 않아, 온 그림에 채색의 화려함과 문기가 동시에 섞여져 압도하여 정신 없게 만드는 강한 에너지가 돋보인다. 장식성과 기술이 곧 문인화와 배척된다고 보는 기존 관념을 뒤흔드는 그림을 최우석이 그린 것이다. 그가 말년 관념산수도와 신선도를 많이 그렸다고 하는데, 이번 기회로 필자는 한 번 찾아봐야 겠다고 다짐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화가가 있지만, 과거 어려운 시기에도 예술가들은 세상과 자신에 지지 않고 그들만의 예술세계를 펼쳐 나갔다 대견하기도 하고 다행하기도 한 그들의 그림을 보면서 한컨 마음에 뭉클함이 느껴지는 것은 나도 한국인이라는 걸까, 생각한다. 예술은 계속된다! 아무리 어떤 상황이 있더라도.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avi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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