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이용수 할머니, 박원순 시장, 기증재단 등 100여 명

▲ 축소모형상

[문화뉴스 MHN 김다슬 기자] 일제 침탈의 아픔을 간직한 서울 남산의 조선신궁터 부근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투쟁, 용기를 기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이 세워진다.

서울 남산은 오래도록 한양의 안산으로 아침산, 책상산으로 기려왔다. 일제는 이 일대에 한국통감부, 한국주둔군사령부 등을 설치했고, 조선시대 국사당을 헐어내고 일제 국가종교시설인 신궁을 세웠다. ‘서울 기림비’는 이 신궁터 앞쪽에 자리 잡게 됐다.

남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은 당당한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손을 맞잡은 160cm 크기의 세 명의 소녀, 이들의 모습을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가 평화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실물 크기로 표현한 작품이다.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3시 제막식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을 시민에게 첫 공개한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을 기려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다.

2019년 8월 14일은 두 번째 맞는 공식 기념일이다.

해당 기림비 동상은 지난 '17년 미국 대도시 최초로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지며 전 세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린 샌프란시스코의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제작해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어서 의미를 더한다.

샌프란시스코 기림비 건립에 큰 역할을 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비영리 단체인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시에 기증을 제안해 서울시의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이후 교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작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샌프란시스코 현지에서 기림비 동상 제작이 이뤄졌고, 지난 7월 부산항을 거쳐 서울로 왔다. 제작부터 선적까지 일체의 비용은 ‘김진덕·정경식 재단’이 부담했다.

‘김진덕·정경식 재단’은 2012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위안부정의연대'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기림비를 설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는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촉구 청원운동을 하고 있으며, 독도 캠페인, 독도문제에 대해 백악관 청원서명운동 등을 전개한 바 있다.

작가 역시 샌프란시스코에 설치된 기림비 동상을 만든 작가와 동일하다. 미국의 조각가 스티븐 와이트의 작품이다.

두 기림비 모두 국적과 세대를 넘어선 ‘참여와 소통’, ‘과거와 현재의 연대’를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서울 기림비는 세 명의 소녀상 옆 한 켠을 비워 누구나 이들과 손을 맞잡아 채움으로써 완성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또, ‘위안부’ 피해 문제를 더 가깝게 느끼고 기억할 수 있도록 기단 없이 땅을 딛도록 제작해 시민 눈높이에 맞춘 것이 특징이다.

샌프란시스코 기림비는 160cm 크기의 세 명의 소녀들이 손을 맞잡고 위축되지 않은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이 모습을 고 김학순 할머니가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 국적과 세대를 넘어선 ‘참여와 소통’, ‘과거와 현재의 연대’가 콘셉트이다.

설치 장소도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성과 동시에 시민들이 많이 찾는 일상적 공간에서 ‘위안부’ 피해 문제를 더 가까이 접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를 살려 조선신궁터 부근으로 정했다.

이곳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잘 알려진 일명 ‘삼순이 계단’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기림비 동상 주변으로는 안중근 의사기념관, 한양도성 현장유적박물관 등이 있어 초·중·고 역사교육 현장으로도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부지 소유자인 시교육청의 협조 아래 2차에 걸친 한양도성위원회 자문과 공공미술위원회, 도시공원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기림비 동상의 최종 설치장소를 확정했다.

제막식에는 박원순 시장과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을 기증한 ‘김진덕·정경식재단’의 김한일 대표·김순란 이사장, 마이크 혼다 전 미 연방 하원의원, 미 인권단체 ‘위안부정의연대’ 릴리안 싱, 줄리탕 공동의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서해성 총감독과 함께 기림비 유치를 처음 기획한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손자 이종걸 국회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제막식은 서해성 ‘서울시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 총감독의 사회로 진행된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담은 음악극 ‘갈 수 없는 고향’공연, 기림비 동상 제작·선적 과정 영상상영, 제막식 순서로 진행된다.

서해성 총감독은 “기억과 연대하는 일을 역사의식이라고 한다. 역사란 지나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의미다. 서울 남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를 설치하는 건 반인륜적 고통을 역사의 중심이자 일상의 중심에 세우는 일이다. 앞으로 서울 기림비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모든 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기억의 거처로 숨쉬게 될 것이다. 함께 기억하면 그것이 역사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정의기억연대’는 제막식과 함께 남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동상의 정식이름을 선정하기 위한 시민공모를 시작한다. 이는 기림비를 통해 기억의 역사를 시민과 함께 창조해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16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정의기억연대 누리집 에서 응모 신청서를 내려받아 전자우편으로 신청하면 된다. 공식 이름을 새긴 동판 현판식은 12월 중에 현장에 설치된다.

시와 정의기억연대는 앞으로 온라인방명록을 열고, 휴대전화로 기림비 동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안내하는 큐알코드도 부착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조성한 ‘기억의 터’와 연계한 시민참여 역사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13일엔 한·미·일 ‘위안부’ 전문가 한자리 ‘2019 일본군 ‘위안부’ 국제 심포지엄’’

한편, 서울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앞둔 13일 오후 1시~오후 6시 서울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한·미·일 3개국 ‘위안부’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2019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기록·기억하고, 이를 확산·전승시키기 위해 노력해온 전문가와 활동가, 연구자 150여 명이 참여해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 재현과 증언의 확산 : 어떻게 기억하고 기릴 것인가’를 주제로 총 2개 세션과 토론으로 진행된다.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서울시는 2013년 전국 최초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해 서울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의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 일본군 ‘위안부’ 영상 발굴과 남태평양 트럭섬에서도 조선인 ‘위안부’가 있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는 등 일본군 ‘위안부’의 아픈 역사를 기억·기록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김진덕·정경식재단의 김한일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투쟁, 용기를 기억하며 평화와 정의를 기원하는 서울 기림비는 샌프란시스코 기림비와 함께 인신매매와 성폭력 근절을 일깨우는 상징물로, 후세대들의 인권의식을 향상시키고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기림비 건립을 통해 시작된 연대로 정의와 평화를 실현해나가자”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서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는 샌프란시스코 교민들의 자발적 모금과 정성으로 건립되었고, 샌프란시스코 기림비와 함께 역사 교육의 현장이 되리라 확신한다. 일본군 ‘위안부’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서울시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나아가 샌프란시스코와 서울 남산의 기림비 연결고리를 통해 식민지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물론, 제국주의로 고통받는 세계 시민들의 연대의 장이라는 의미를 살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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