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지난 7월부터 본지가 애타게 기다렸던 여신동 무대 디자이너를 드디어 만났다.

지난해부터 연출가로서의 두각까지 나타내고 있는 여신동은 연극 '가까스로 우리', '폭스파인더', '목란언니', '히스토리 보이즈' 등을 통해 감각적인 무대를 선보여 온 실력 있는 무대 디자이너다. 청소년극 '비행소년 KW4839'와 '오렌지 북극곰'을 통해 청소년극에 불필요한 선입견을 제거해준 여신동은 '청소년에 대한 특별한 사명감은 없다'고 고백한다. 또한 훌륭한 연극의 공간을 창출해내는 그는 '아직도 연극적인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는 '청소년을 위한 연극이 아닌, 청소년을 그려내는 연극을 만들고자 했다'며 청소년들이 '연극'에게 가장 원했던 바를 무대를 통해 구현하고, 공간을 토대로 연극을 가장 연극답게 만드는 감각들을 느끼게 해주는 연출가이자 무대 디자이너다.

공간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연출가이자, 공간성에서 비롯된 사유가 연극 전반에 물들 수 있게 만드는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그가 새롭게 맡게 된 작품은 26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더 파워'다.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더 파워'의 무대를 꾸미게 된 그는, 작년 무대와는 반대로 비어있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그가 만든 '비워냄'은 어떤 모습일까? 연극 '더 파워' 이야기 뿐 아니라, 그의 다양한 무대 이야기도 함께 들어보자.

 

 

   
▲ 연극 '오렌지 북극곰' 공연사진 ⓒ 국립극단

'오렌지 북극곰' 덕분에 지난 7월에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오렌지 북극곰'은 영국 연출가 피터 윈 윌슨과 함께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서로 다른 국적의 연출과 작업하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ㄴ 국적이 달라서 힘든 건 특별히 없었다. 문화 차이를 딱히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한 작품에 연출가가 두 명이라는 포맷은 힘들었다. 피터와 내가 배우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어서 서로 조심스러워했다. 의사가 시원스럽게 소통되기보다는, 상대 연출가의 컨디션을 보고 뭘 생각하는지 캐치하곤 했다. 보통 연출을 맡았을 때보다 일이 하나 더 생긴 것이었다. 배우랑 만나서 다이렉트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연출가와 논의해보고 나서 배우에게 애기해야 했다. 생소한 작업인지라 적응하는게 다소 힘들었다.

 

작년의 '비행소년 KW4839', 올해 '오렌지 북극곰'. 국립극단에서 청소년극의 연출을 연달아 맡았다. 청소년극을 연달아 연출작으로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여신동 '연출가'에게 '청소년'은 특별한 존재인가?

ㄴ 청소년극에 대한 대단한 사명감이 있던 것은 아니다. 의도치 않게 두 번을 연달아 하게 됐다. '비행소년 KW4839' 같은 경우는 애초부터 청소년극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지 않았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연락 왔을 때부터 '나는 청소년을 잘 모른다', '특별한 사명감이 있지도 않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청소년극을 만들면서, '청소년 뿐 아니라 모든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작품을 만들며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소년 KW4839'는 청소년을 '위한' 공연이라기보다는 청소년을 '그려낸' 공연이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이후 한 번 더 작업을 맡겨주신 것 같다.

 

 

   
▲ 연극 '비행소년 KW4839' 공연사진 ⓒ 국립극단

'비행소년 KW4839'가 공연 관계자들에게는 반응이 매우 좋았다. 청소년 관객들에게도 반응이 좋았나?

ㄴ 나는 그동안 실험적인 연출가였다. 검증돼서 택함을 받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청소년들의 반응이 꽤 좋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이유는 청소년을 위한, 혹은 청소년을 향한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무대미술가이고, 미술을 전공했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내가 만났던 청소년을 잘 '그려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정신연령이 청소년들의 정신연령과 잘 맞는다(웃음).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와는 꽤 오래 전부터 같이 작업을 많이 해왔다.

ㄴ 청소년을 만났던 시간은 내 인생에 있어서 큰 사건이 됐다. 작업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 계기다. 그래서 어린이청소년극을 준비하며 청소년들을 만났던 경험을 정말 감사히 여긴다. 더구나 '비행소년 KW4839'를 두 번이나 무대에 올릴 수 있게 국립극단에서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결과를 떠나서 내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경험의 시간들이었다.

'더 파워'가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작년에 비해 무대가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다.

ㄴ 이번 무대 디자인은 연출가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알렉시스 부흐 연출가가 이번에는 무대를 비우자고 했다.

 

 

   
 

'더 파워'는 기존 연극 문법을 탈피한 연극이라는 소개를 들었다. 무대에서도 기존 연극 문법을 무시하는지?

ㄴ 탈피를 하고 싶었지만, 내가 주도할 수는 없다. 연출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무대 디자인을 하지만, 그 결과물은 연출가의 의도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신기하게도 연출가가 작품을 잘 만들면 무대도 잘 나온다. 반면 연출가가 잘 하지 못하면 무대도 엉망으로 나온다.

무대 디자이너의 권한은 미약하다. 연출가나 배우를 설득해 연출의 전체적인 방향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권한이 엄청나기도 하다. 무대 공간을 지배하니까 말이다. 이번 공연에는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빈 공간을 만들었을 뿐이다.

최근 서사를 떠나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이 심심치 않게 공연되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드라마 또한 20세기에 이뤄졌던 것들이다. 그 또한 새로운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면 아실 것 같다. 약간 황당할 수 있다. 서사가 없으면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더 황당하게 했어도 좋을 것 같다. 더 불편하고 낯설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요즘 들어 다시 드라마로 회귀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다.

ㄴ 개인적인 생각인데 내가 바라보는 한국 연극은 일관적이다. 다양성이 결여돼 있다. 드라마와 고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고전에서 언어를 사용하고, 언어가 필수가 되어야 하는 연극들이다. 작가의 글이 중요한 연극이 거의 대부분이다. 실제로 그런 연극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상을 받는다.

포스트드라마나 드라마가 너무 많다. 아방가르드한 연극, 신파극, 코미디 등이 있듯이, 연극의 장르는 다양하다. 그런데 현재 연극이라면 반드시 서사 중심이냐 포스트드라마냐의 선택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서사적 연극, 포스트드라마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 연극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다양성이 없으니 택할 수 있는 게 없고, 관객들은 '이런 서사적인 것이 연극인가 보다' 하고 느끼게 된다. 이 둘 중 하나가 아니면 연극이 아니라고까지 생각하게 되는 거다.

 

 

   
 

작년 '더 파워' 공연 때는 꽤 많은 관객들이 인터미션에 나왔다고 들었다. 이번 공연에도 관객들이 불편해할 것 같나?

ㄴ 관객들의 몫이다. 너무 생소해서 오히려 관객들을 잡아둘 수도 있다. 모 아니면 도가 낫지, 어중간하면 사람들이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서사적인 것과 포스트드라마를 함께 물고 가는 것은 힘들 것 같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공연들 참 많다.

'비행소년 KW4839' 작업하면서 '연극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비행소년 KW4839'를 무대에 몇 번 올리면서 어떻게든 연극적이고자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실은 연극적인 게 뭔지 모르겠다. '연극적인 게 뭘까' 고민하는 제가 바라보는 비전과 '연극적인 것'을 말하는 분들의 비전이 다른 것 같다.

무대디자이너로서 무대를 대할 때와 연출가로서 무대를 대할 때가 어떻게 다른가? 

ㄴ 책임감의 양의 차이인 것 같다. 무대 디자이너로서 무대를 대할 때는 공간만 책임지면 된다. 배우들이 이 공간과 어떻게 잘 매치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런데 연출가는 모든 걸 다 써야 한다. 공연의 시작과 끝의 흐름이나 리듬감부터 해서 공연의 에너지, 색깔까지도 직접 정해야 된다. 그리고 사람도 만나야 한다.

신기한 게 무대 디자이너로서 작품에 참여하면 시각적인 것에 포커스를 둔다. 무대에 많은 것을 부연하는데, 연출을 맡으면 무대를 많이 비우는 편이다. 연출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 내 무대 디자인이 변했다. 연극 '폭스파인더'나 '가까스로 우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는 시각적 디자인이 주로 돋보이게 했는데, 지금은 전체적으로 'ambiance(분위기)'가 있다는 느낌으로 한다. 그전까지는 무대디자이너로서 시각적으로 무대를 디자인했다면, 지금은 'ambiance'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느낌이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된다.

 

 

   
 

무대 디자이너로서 연출가와 작업을 하면서, 연출이 요구를 하는 대로 작업을 진행하는 편인가? 아니면 부딪치더라도 본인의 무대 디자인을 고수하는 편인가?

ㄴ 나는 무대 디자이너로 일하기도 하지만, 아트 디렉터, 미술감독, 연출가 등 다양하게 일한다. '더 파워'에서는 무대 디자이너로서 임하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연출가의 색깔을 읽어내려고 한다. 연출가가 뭘 원하는지를 최대한 반영한다. 내가 내 색깔을 어떻게 넣을지를 고민하는 것은 그 다음 일인 것 같다.

연출가들이 무대 디자인을 완성해놓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텍스트를 읽더라도 받아들이는 게 다 다른 것처럼, 연출가마다 '이 작품은 이렇게 연출하고 싶어', '무대가 왠지 이런 쓸쓸한 느낌인 것 같아' 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그들의 방향대로 무대를 구현해야 한다. 올해 '더 파워'에서는 연출가가 디자인을 떠나서 분명하게 원한 바가 있었다. 최대한 비우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깔끔하게 비울까 고민하는 것이다.

어떻게 깔끔하게 비웠는가?

ㄴ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연출가들은 그냥 '빈 무대로 진행할 것'이라고만 얘기할 수 있다. '빈 느낌으로 무대를 배우로만 채우겠다'는 말은, 곧 '빈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극장이라는 곳은 막을 열고 모든 세트를 제거해 무대를 텅 비운다고 해서 빈 느낌이 들게 하는 곳이 아니다. 극장을 비워 보여준다면 빈 느낌이 아니라, 무대의 구조물이 훤히 드러나는 날 것으로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극장이 '드러난' 느낌이다. 부흐 연출가가 원했던 건 'empty'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깨끗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성격도 드러나지 않는 공간 말이다.

 

 

   
▲ 연극 '폭스파인더' 공연사진 ⓒ 두산아트센터

채우기보다는 비우는, 그리고 조명에 따라 같은 무대도 다른 분위기가 나게 연출하는 무대를 주로 디자인해온 것 같다.

ㄴ '비행소년 KW4839' 이후의 무대들을 주로 보신 것 같다. 원래는 (무대를) 잘 채우는 걸로 유명했었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내 무대를 보며 숨 막힌다고 하기도 했다(웃음). 뮤지컬 '빨래'가 처녀작이다. 그 무대에 내 작업 초반의 무대미술이 보인다. 징그러울 정도로 채워 놨다(웃음). 연극 '예술 하는 습관'도 리얼하고 디테일하다. 이런 걸 추구해왔다.

그런데 연출을 맡고 배우들을 만나고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관객들의 감정을 터치하는 연출을 하고자 하게 됐다. 그러면서 시각적인 걸 비우게 됐다. 무대를 비우는 이유는 다른 걸 채우기 위함이다. 연극 '폭스파인더'의 경우는 빛을 채우기 위해 무대를 과감하게 비웠다.

오히려 '무대를 비운다'고 말하기 보다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걸로 '무대를 채우기' 위해 세트들을 비운 거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오브제 등의 시각적인 걸로 채웠다면, 이제는 사운드, 뉘앙스, 무드, 빛 등의 사람의 감정을 터치할 수 있는 것들로 채우는 것이다.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작품은 같은 기간 동안 한 무대를 함께 공유하는 공연이었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ㄴ 연출님이 두 분이셨다는 점이 힘들었었다. 그 프로젝트는 연출가가 무대를 제시하기 보다는 무대 디자이너인 내가 제시한 디자인들을 연출가들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처음 작품 제의가 왔을 때는 하고 싶지 않았다. 연출가가 두 분이었고, 두 분 모두 내게는 선생님이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건을 냈다. 내가 먼저 디자인을 하고 연출님들을 설득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연출가를 설득시킨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힘들면서도 재밌었다. 나이 많은 선생님들을 모시고 그동안의 방식과는 거꾸로 작업한 거다. 두 분 서로 양보하셔야 가능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무대는 작업 이후 뿌듯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신선한 경험이어서 좋았다.

 

 

   
▲ 연극 '아버지' 공연사진 ⓒ 국립극단

다음에도 이런 작품의 제의가 들어온다면 동의할 건가?

ㄴ 작품에 따라 달라질 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작품이 정말 좋아서 한다고 했던 것이다. 올해는 '더 파워'도, '아버지'와 '어머니'도, '오렌지 북극곰'도 국립극단에서 내게 너무 어려운 숙제를 줬던 것 같다(웃음). 그래도 재밌는 경험들이었다.

 

6월에 '젊은 연출가전'의 작품인 '가까스로 우리' 공연의 무대 디자인도 담당했다. 흰색의 벽으로 둘러싼 공간에 가운데 원형 탁자 등을 설치해 방을 연출했다. '가까스로 우리' 무대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 달라.

ㄴ 재밌었다. 처음으로 의상, 조명, 무대까지 모든 디자인을 맡았다. 박지혜 연출가와 함께 작업했는데, 연출적인 부분까지 개입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작품이다. 정말 즐거웠다.

 

국립극단 젊은연출가전에 참여한 박지혜 연출가와는 동문이다. 협업하기 쉬웠을 것 같다.

ㄴ 학교를 같이 다니진 않았다. 2년 전쯤 박지혜 연출가가 속한 양손프로젝트와 '여직공'이라는 작품을 같이 했다. 동문이라서 작업이 더 수월했다는 것은 별로 느끼지 못했고, 양손프로젝트와는 앞으로 작업을 같이 하기로 약속을 했었다.

양손프로젝트와의 작업은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작업과는 정말 다르다. 무대 디자이너로 참여할지라도 양손프로젝트의 구성원처럼 연습 시작부터 작품을 같이 만들어내곤 한다. 서로 신뢰감이 있어 가능한 것 같다. 양손프로젝트가 내게 어떤 신뢰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내가 제시하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해보자'고 하는 것에 대해 믿어주는 그들을 믿게 된다. 그래서 양손프로젝트와 함께 작업할 때는 실험도 한다. 무대도, 조명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막을 앞둔 두산아트센터 신작 '마이 아이즈 웬트 다크'에서도 무대와 조명, 사운드 디자이너까지 모두 맡았다.

 

 

   
▲ 연극 '어머니' 공연사진 ⓒ 국립극단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건 첫째도 둘째도 '안전'인 것 같다. 올해만 하더라도 뮤지컬 '뉴시즈' 무대 사고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무대 안전을 위해 꼭 지키는 수칙이 있는가?

ㄴ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그걸 고려하면 디자인을 할 수가 없다. 대신 기술감독님들과 함께 고민한다. 나는 지르는 편이다. 기술감독님들이 '이런 건 구현하기 힘들다' 하시면 '알겠다' 하고 '어떤 방법이 있냐' 묻는다. 그럼 감독님들이 대안을 제시해주신다. 그럼 그 대안들 중에 내가 선택해 무대 구성을 진행한다.

무대디자이너로서 프로시니엄 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관객의 입장에서 대형 프로시니엄 극장의 무대는 작품에 의해 압도되는 느낌을 준다. 돌출, 아레나, 가변형 극장 등 가장 선호하는 극장 형태가 있다면?

ㄴ 이 극장들 중에 딱히 선호하는 것은 없다. 그나마 제일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 디자이너 뿐 아니라 관객과 연출가들한테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프로시니엄 극장이 쉽다. 객석과 무대가 나뉘어졌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공간은 그 경계가 사라진 공간이다. 극장으로 예를 든다면 적합한 곳은 없다. 결국 그 경계가 다 나뉘어져있기 때문이다.

무대 디자인을 오랫동안 하면서 극장을 벗어난 공간을 생각하게 됐다. 대안공간이다. 야외 등의 극장을 벗어난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극장에는 제재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석과 무대라는 공간, 즉 극장이라는 곳은 다 재밌다. 나쁜 극장은 없다. 현재 더 재밌는 극장이 딱히 없을 뿐이다. 현재 존재하는 극장들을 서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최근 이렇게 국립극단과 협업을 자주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ㄴ 사람이 없었나? 모르겠다(웃음).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컨택하는 것과 국립극단 정규 레퍼토리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좀 다르다. 운이 좋게도 박동우, 이태섭 선생님들 세대와 박상봉 등의 후배들 그룹 중간에 내가 끼어 있다. 박상봉 디자이너가 활발히 활동하기 이전에, 내가 활발히 활동했던 기간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작업을 많이 하게 됐고, 나이가 어느 정도 되니까 국립극단에서 불러주지 않으시나 한다, 경험을 통해 쌓은 안정감이나 경력 등이 있으니 불러주시는 것은 아닐까? 잘 모르겠다. 오히려 요즘에는 국립극단 같은 단체에서 많이 연락을 해주시지, 이전에 같이 작업하던 또래 연출가들이 직접 연락해주지는 않더라.

 

여신동의 무대 디자인은 왜 '연극'을 택하고 있는가?

ㄴ 다양한 장르의 무대디자인을 경험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이다. 조악하거나 허영에 차있지 않고 순수한 곳이기 때문이다. 연극하는 사람들 대부분 마음이 촉촉하다. 그런 사람들과 일하면 상처를 받아도 데미지가 크지 않다. 다른 분야에 비해 경제적 조건이 넉넉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일하는 게 더 즐거운 것은 사실이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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