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부터 11월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셰익스피어 인 발레'가 열린다.

[문화뉴스] 발레계의 '어벤져스'라 할 수 있는 '한국 대표 민간발레단' 5개가 한자리에 모여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몸으로 표현한다.

 
세종문화회관과 발레STP협동조합이 공동주최로 28일부터 11월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셰익스피어 인 발레'를 펼친다. 이번 공연은 영국 대문호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서거 40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국내 대표 5개 민간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이원국발레단, SEO(서)발레단, 와이즈발레단이 속한 발레STP협동조합 소속 무용수들이 서로 교류하며, 각 무대에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28일부터 30일까지는 발레 '맥베드'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선보이는 '스페셜 갈라' 무대, 11월 4일부터 6일까지 서미숙 안무가의 창작 발레인 '크레이지 햄릿', 11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제임스 전이 펼치는 '한여름 밤의 꿈'으로 구성됐다.
 
2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셰익스피어 인 발레' 프레스콜이 열렸다. 장면 시연에 앞서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올해 시작한 '세종 시즌'제의 가을 공연은 오페라, 발레 중심으로 진행한다"며 "우리 세종문화회관엔 9개의 예술단이 있는데, 발레단은 없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승엽 사장은 "그래서 마침 가을 시즌엔 민간 예술단체와 협업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세종 시즌'을 풍요롭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 발레STP협동조합과 같이 진행하게 됐다. 게다가 올해 마침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인 해여서, 셰익스피어 주제 공연을 '세종 시즌'의 중요한 주제로 선정했다. 이번 공연은 얼마 전 여기서 열린 연극 '함익'이나 11월 열릴 오페라 '맥베드' 등 그 주제에 일관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2012년, 발레STP협동조합은 민간발레단 6개 단체(2015년 부산 김옥련발레단 포함)가 모여 발레계의 발전과 발레 대중화를 위해 상호 협력하고, 다양한 발레공연, 교육 프로그램, 행사를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자 태어났다. 조합 관계자는 "민간예술단체 연합의 움직임은 향후 발레계뿐 아니라 공연예술계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라며 "국·공립 예술단체에 집중되고 있는 국가 보조사업이 다양한 예술성을 추구하는 민간단체로도 균형 있게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원국 발레단의 '맥베드'는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발레 테크닉과 접목해 서사적인 드라마 발레로 재구성했다. 유니버셜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선 '발코니 파드되'로 고전발레에선 찾기 힘든 정제된 테크닉과 고도의 연기력을 엿볼 수 있다. 와이즈발레단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발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러브 스토리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서울발레시어터가 '한여름 밤의 꿈'을 원작의 기본 구성에 충실하면서도 안무가 제임스 전만의 특별한 상상력을 더해 선보인다. 서미숙 안무가의 '크레이지 햄릿'은 현대인의 시대상에 맞춰 '햄릿'을 재해석한 모던 발레 공연이다. '햄릿' 역엔 서울발레시어터 주역 무용수 정운식, '오필리아' 역엔 '댄싱9' 시즌2에서 화제를 모은 서발레단 객원 무용수 이윤희, '클로디어스' 역엔 이원국발레단의 이원국 대표가 출연한다. 한 무대에 여러 무용단의 무용수가 협업하는 드문 공연으로 펼쳐진다.
 
40분간의 장면 시연 후,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겸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을 비롯해 이원국발레단 단장, 서미숙 서발레단 단장,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이 참석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개인 일정상 불참했다. '슈퍼히어로'들이 한데 모인 '어벤져스'처럼 힘을 모아 한자리에 모인 단장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번 공연의 의미를 살펴본다.
 
   
▲ (왼쪽부터)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이원국발레단 이원국 단장, 서발레단 서미숙 단장, 와이즈발레단 김길용 단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공연을 올리는 소감을 말해 달라.
ㄴ 이원국 : 각 발레단만의 특색이 있으니, 보시면서 많은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아직도 예술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작품을 만들 원동력을 주는 작가다. '역시 셰익스피어는 대가'라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느끼게 됐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김인희 : 안타깝게도 발레 관객 시장이 적다. 발레 교육 프로그램을 일반인 대상으로 많이 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발레를 즐기는 게 우리 소망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기도 쉽지 않은 기회다. 3주 내내 주말마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가 꽉 찼으면 좋겠다. '발레 암표'라는 말도 들었으면 좋겠다.
 
'크레이지 햄릿' 작품은 어떤 공연인가?
ㄴ 서미숙 : '크레이지 햄릿'은 2년 전부터 구상한 작품이다. 과감하게 하겠다고 용기를 냈는데, 어려운 점도 있다. 타 단체 단장님도 출연하고, 여러 주역 무용수들도 도와줘서 작품을 할 수 있게 됐다. 처음부터 '오필리아' 역은 이윤희 무용수를 염두에 두고 했다. 오랫동안 서발레단에서 함께 한 친구여서, 빨리 연습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 작품을 위해 분장부터 시작해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쳤다. 70분 논스톱으로 11월 4일부터 6일까지 공연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여러 단체가 만나면, 의견 충돌도 발생할 것 같다.
ㄴ 김길용 : 사람들이 의견 대립이 있으니 싸우지 않냐고 많이들 묻는다. 최근에 합류한 부산 김옥련발레단까지 포함하면 여섯 단장이 매월 아침에 한 번씩 회의한다. 그러면 의견 대립도 없고, 여섯 단체가 똘똘 뭉쳐서 서로 응원하고 격려해주고, 서로 부족한 모습을 도와주는 게 많았다. 아마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없을 것이다. 발레STP협동조합을 통해 한국 발레가 한층 성장했으면 좋겠다. 오늘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많은 분이 보러와 주셨으면 좋겠다.
 

▲ 2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셰익스피어 인 발레' 프레스콜이 열렸다.

 
발레STP협동조합이 생겨나서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ㄴ 김길용 : 발레STP협동조합을 통해 팬층이 늘어났다. 다섯 단체가 성향이 다르다. 본인이 좋아하는 공연을 보러 가게 되니, 팬층이 다양해지게 된다. 그것보다 값진 것이 있다. 한국에서 민간 발레단 운영하는 자체가 정말 힘들다. 매일 전쟁과 같은 나날을 보내야 한다. 다섯 단체가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희망이 되는 모습이 있다. 누군가가 힘들어 쓰러질 수 있는데, 쓰러지면, 이겨주고, 돕는 것이 힘이 세다. 이걸 통해 발레를 사랑하시는 분들이 확장됐다는 장점이 있다.

발레STP협동조합과 세종문화회관의 협력은 어떤 의미가 있나?
ㄴ 김인희 : 마포문화재단 이창기 대표님이 강동아트센터에 계실 때, 찾아간 적이 있다. "재능을 서로 나누는 모임이 있는데, 조심스럽지만 소극장에서 1년에 2~3번 정도 공연을 하겠다"고 묻자 "같이 해봅시다"라고 답해 공연한 적이 있다. 당시 관객층이 두꺼워진 것을 느꼈고, 유료 객석점유율도 90%가 넘기도 했는데, 마포문화재단으로 가시게 됐다. 이러한 인연으로 우리도 마포아트센터로 넘어가 같이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과는 지난해 봄부터 준비를 했으니, 1년 넘게 했다. 그냥 대관이 없는 빈 날이 아닌 계획이 잘 되어 있는 '세종 시즌' 안에 들어간 게 매력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공연장인 세종M씨어터에서, 소속 단체도 아니지만, 그 이상의 자부심을 느끼고 이 작품을 올려서 좋다. 내년엔 세종M씨어터 10주년 기념행사 계획되어 있는데, 차이코프스키 주제로 공연할 예정이다. 사전에 미리미리 준비하게 되어서 좋다.
 
   
▲ 이원국발레단 이원국 단장(뒤)이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발레STP협동조합 관계자 : 5년 가까이 갈라 공연을 하고 있는데, 팬층이 늘어나서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다. 의견을 수렴해 시간도 늘렸고, 티켓 가격도 올렸다. 그래도 90%의 매진율을 보인다. 오늘과 내일 공연도 매진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매도 아니고, 일반인들이 인터파크나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등 매표 시스템에서 매표해서 들어가는 부분이 늘어났다. 양측이 질 좋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운영 제작비는 우리가 내고, 부수적인 홍보나 인쇄, 대관, 연습실 사용 등은 세종문화회관에서 해준다. 우리는 티켓 수익을 일정 부분 공유한다.

각 단체만의 특징을 들려 달라.
ㄴ 김인희 :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이 있어서, 그 특징이 드러나는 창작 발레를 많이 만든다.
 
이원국 : 우리 발레단은 소수정예 멤버로 구성됐다. 클래식을 주로 많이 하는데, 월요 발레를 매주 상설공연으로 10년째 하고 있다. 여기에 전국 찾아다니면서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한다.
 
서미숙 : 개인적으로 무용의 기본은 발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용을 창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개인의 내면을 뽑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본인은 모르지만, 그 사람의 내면을 뽑아서 변신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에 현대 무용, 힙합과도 작업한 경험이 있어서 무용의 장르는 구분하지 않는다. 많은 창작 작품을 선호한다.
 
김길용 : 와이즈발레단이 11년 됐다. 다양한 예술 장르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서 많은 분이 발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편하게 입문할 수 있는 작품을 주로 한다. 클래식, 창작 발레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 (왼쪽부터)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이원국발레단 이원국 단장, 서발레단 서미숙 단장, 와이즈발레단 김길용 단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미숙 : 이 자리엔 안 계시지만, 유니버설발레단 같은 경우는 클래식 베이스를 많이 하신다. 나머지 무용단도 클래식도 하지만, 끊임없는 창작을 한다. 안무자에 따라 성격이 달라서, 아무래도 재밌고 즐거워하시는 것 같다.
 
김인희 : 공연 레퍼토리를 약 1년 전에 일정을 잡을 때 같이한다. 너무 클래식만 쏠려 있거나, 모던만 있거나 하면 작품 배치를 잘 섞어서 정한다. 이렇게 의논을 해서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서미숙 : 그래서 협동이 정말 잘 되는 것이다. 조합을 한국어로 하면 좀 그럴지 모르지만, 한달에 한 번 만날 때마다 기다려진다. 민간단체가 정말 힘들다. 힘을 합쳐서 하니 힘이 난다. 좋은 본보기로 퍼져나가서 모든 분이 협동을 하셨으면 좋겠다.
 
김길용 : 다섯 발레단으로 시작했는데, 작년부터 김옥련 발레단도 포함됐다. 부산에서 활동하시는데, 지방 발레단도 아주 힘들다. 같이 힘을 모으자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 부산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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