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기억이 하나씩 사라진다

[문화뉴스] 서른 살 집배원인 사토 타케루는 자전거 사고로 찾아간 병원에서 뇌종양 말기의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그날 밤 낙담하며 집에 돌아간 그는 그와 똑같은 모습을 한 '의문의 존재'를 만나게 된다. 그가 제시한 수명을 늘리는 방법, 바로 그가 하루를 더 사는 대신, 세상에서 어떤 것이든 한 가지를 없애는 것이다.

첫날, 세상에서 전화가 사라진다. 늘 가지고 다니고 사용하지만 피로하게 만드는 전화, 세상에서 전화가 사라지니 잘못 걸려온 전화로 만났던 여자친구, 미야자키 아오이와의 추억이 사라진다. 서둘러 그녀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둘째 날, 세상에서 영화가 사라진다. 영화광이었던 절친, 타츠야를 잃는다. 매일 영화를 주고받고 명대사를 주고받았던 친구는 그렇게 그를 잊게 된다.

셋째 날, 시계가 사라진다. 시계 수리점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가게가 사라지고 그는 점점 허탈해진다.

넷째 날, 그와 매 순간을 함께 하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같이 나눈 고양이를 세상에서 없애겠다고 한다.

사물이 사라짐에 따라 관련된 인물과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하나씩 사라지는 것들을 보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전화는 연인과 같다. 꼭 없어도 되지만 늘 있어야 할 것 같은 존재였다. 영화는 친구와 같다. 영화 역시 없어도 안 봐도 되지만 여가생활을 즐기게 해주고 즐거움을 준다. 시간이라는 것은 가족과 같다. 가족이 없으면 나의 존재도 없지 않았을까. 시간이 없었다면 나도 없었을 것이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 고양이의 존재는 주인공 '사토 타케루' 자신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집에 있을 때면 하나처럼 붙어있고 자신을 표현하지 않는 조용함이 그를 닮았다.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 해"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는 죽기 전 뭔가를 이뤄내겠다는 욕심과는 다르게 무엇이 소중했는지, 내겐 어떤 것들이 사라지면 안 되는 것들인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누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하루 더 사는 대신, 소중한 기억이 하나씩 사라진다면, 존재할 가치가 있을까? 

죽음을 소재로 한만큼 어둡고 슬프지만, 세련되고 예쁘다.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 등 아름다운 경치와 대자연의 효과가 영화의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11월 10일 개봉.

 

문화뉴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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