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단테가 현시대로 온다면? 만약 단테가 현시대를 보고 다시 신곡을 쓴다면 당시 자신이 창조해낸 내세(지옥, 연옥, 천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하고 지구 상의 혼돈 속에 탈 개성화된 현대인들을 어떤 논리와 상상력으로 구원을 기획할까?

현대무용과 실존주의에 대한 탐색을 이어나가고 있는 세컨드네이처댄스컴퍼니와 강동아트센터가 공동으로 오는 12월 5일과 6일 양일간 창작 초연 '인간 단테 : 구원의 기획자'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본 공연은 휴머니스트 단테를 현대로 소환하여 현대인의 문제에 대한 대답과 구원 가능성에 관해 묻고, 단테로부터 삶과 사회의 보편적 모범을 얻고자 하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현재 창작 작업에 집중을 기하고 있다.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는 정단원과 고정 객원 무용수들과 함께 주로 작업 해왔지만, 이번 신작에서는 더욱 다채로운 움직임과 표현을 더하기 위해 처음으로 공개 오디션을 펼쳤다. 약 40명의 지원자 중 1, 2차 전형을 거쳐 다양한 기량을 가진 6명의 무용수가 최종 선발됐다.

오디션 시스템으로 무용수를 선발하여 초연 제작을 진행하는 것은 기존의 작업 방식과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자 하는 안무가 김성한의 남다른 의도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무용수들과 클래스 및 트레이닝 등 밀도 높은 작품 연습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작품 주제가 깊이 있고 방대한 만큼 무용수들이 작품에 온전히 흡수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는 '이방인', '구토', '보이체크' 등 세계 유수의 문학 작품을 현대 무용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문학 텍스트를 움직임화한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문학과 무용의 접점을 찾는다는 작은 소명의식을 가지고 열정으로 무대에 발현했으며, 이 때문에 현대 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도 문학과 움직임의 만남을 더욱 깊게 연구하고자 단테의 문학 작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테의 문학작품을 탐독하면서 텍스트와 내용보다도 작가 '단테'의 사상과 가치관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그의 세대에서 느끼고 확립해온 가치관이 과연 현시대에도 같을지, 휴머니스트 단테와 직접 마주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가 강동아트센터의 상주단체가 된 첫 창작 작업으로 단테와의 동행이 시작됐다. 이러한 시도가 동종업계종사자뿐 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어려운 작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

연달아 고전 문학을 창작의 소재로 삼는 이유에 대해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의 김성한 예술감독은 "고전은 인류의 지적 유산이고, 이를 통해 개개인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 있는 것들을 키워갈 수 있다. 고전을 통해 우리 자신을 스스로 알아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므로 고전 작품의 창작화에 관심이 많다"며 작품 제작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인간 단테 : 구원의 기획자'는 단테를 현대로 소환하는 것을 전제로 구성됐다. 인간 중심 사상가이자 시인인 휴머니스트 단테의 모습을 그대로 두고 현대인의 문제에 대한 대답과 인간성 회복 가능성을 요구해 본다. 필시 단테도 혼돈 속에 고통스러워 하리라.

   
▲ 이번 작품의 안무를 맡은 김성한 안무가

우리는 단테에게 인간 내면에 지옥, 연옥, 천국이 공존해 있다는 전제를 두고 궁극적으로 바라는 천국의 모습을 묻는다. 단테가 '신곡'에서 그린 환상적인 내세가 아닌 현대 인간의 실제 모습과 삶에서 과연 우리 안에 자리한 지옥은 어떤 모습이며, 인간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연옥의 모습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 내면에 천국은 어디에 자리하였는지, 또 어떤 색으로 천국을 그려 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종교적 신념 일수도, 아니면 인간 존중의 휴머니즘일 수도 있다. 물론 단테도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은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테의 날카로운 이성과 지성의 잣대는 현대 인간들의 본연의 문제를 파헤치면서 인간성 회복 가능성을 풀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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