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톡톡' 이해제 연출(윗줄 가장 왼쪽)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무당'의 의미가 최순실 때문에 좋지 않은데, 연극에 등장하는 배우가 좋은 의미를 전달해주는 대리인, 전언자로의 '무당'이 아닐까 싶다." - 이해제 연출

 
여기 뚜렛증후군, 계산벽, 질병공포증후군, 확인강박증, 동어반복증, 선공포증을 가진 6명의 환자가 등장하는 연극이 공연된다. 이들은 강박증 치료의 권위자인 '스텐 박사'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모였다. 그들이 기다리면서 펼쳐지는 해프닝이 연극 '톡톡'의 내용이다.
 
연극열전이 제작한 연극 '톡톡'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되는 작품으로, 2005년 프랑스 파리 초연 이후 유럽 각국에서 10년 동안 사랑받은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 겸 배우이자 TV쇼 진행자인 로랑 바피가 집필한 작품으로, 2006년 프랑스 최고 연극상인 몰리에르상을 받은 작품으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 초연은 '웃음의 대학', '키사라기 미키짱' 등 대학로 코미디극을 이끄는 이해제 연출과 연극 '보도지침',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등을 선보인 오세혁 작가가 각색에 참여했다.
 
   
▲ 배우들의 연극 '톡톡'의 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스트레스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면서, 어떤 문제라도 함께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들어가 있는 연극 '톡톡'의 프레스콜이 3일 오후 대학로 TOM 2관에서 열렸다. 지난 주말 프리뷰 공연을 끝내고 내년 1월 30일까지 막이 오르는 이번 공연엔 시도 때도 없이 욕을 하는 '뚜렛증후군'을 앓는 '프레드' 역의 서현철, 최진석, 모든 것을 숫자로 계산하는 계산벽 '벵상' 역의 김진수, 김대종이 출연한다.
 
여기에 모든 것이 다 세균으로 보이는 질병공포증의 '블랑슈' 역에 정수영이 유일하게 원캐스트를 소화한다. 또한, 확인강박증이 있는 '마리' 역엔 정선아, 김아영이, 같은 말을 두 번씩 반복하는 '동어반복증'이 있는 '릴리' 역엔 이진희, 손지윤이, 바닥의 선 때문에 진료실도 들어가기 힘들어하는 선공포증의 '밥' 역엔 김지휘, 김영철이 맡았다. 이해제 연출과 배우들이 만들어간 유쾌한 세상을 프레스콜 후 질의응답을 통해 살펴본다.
 
   
▲ 연극 '톡톡'의 프레스콜이 3일 오후 대학로 TOM 2관에서 열렸다. 이해제 연출(왼쪽에서 세 번째)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품 캐스팅이 만족스럽게 나온 것 같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검토했던 부분이 있다면?
ㄴ 이해제 : 제작사인 연극열전 쪽에서 좋은 배우님들을 알고 계셨다. 첫인사하고, 리딩 연습을 하면서 역시나 좋은 배우라는 느낌이 들어왔다. 작업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대사나 상황에 있는 문화적인 차이들을 어떻게 같이 웃게 할 수 있을지 정리하는 시간이 걸렸다.
 
연극 자체가 어떠한 세상 안에 조그마한 세상을 만들어낸다. '무당'의 의미가 최순실 때문에 좋지 않은데, 연극에 등장하는 배우가 좋은 의미를 전달해주는 대리인, 전언자로의 '무당'이 아닐까 싶다. 사회의 문제점과 의미를 무대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이 연극의 메시지와 잘 통하지 않았나 싶다. 로랑 바피의 원작 베이스가 탄탄한 것도 좋았다.
 
최근 공연한 '올모스트 메인'에서도 번역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작품에도 번역에 참여했나? 그리고 '올모스트 메인'에선 욕을 찰지게 했는데, 이번 작품에선 할 수 없어서 미스 캐스팅 같다.
ㄴ 정선아 : 프랑스어는 조금밖에 하지 못한다. 원작의 프랑스어는 20페이지 정도 편집을 한 상태다. 원작을 유튜브 영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재밌다. 원본을 아는 상태여서 프랑스어를 몰라도 재밌을 정도로 프랑스 배우들의 연기가 완벽했다. '모노폴리' 게임도 프랑스 버전 게임이어서 정서적으로 맞지 않았고, 어휘 전달법도 달라서 한국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근심이 많았다.
 
사실 원본 대본을 봤을 때, 약간 황당했다. 대본 수정을 위해, 내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모든 배우와 연출의 아이디어를 통해 작품이 만족스럽게 나왔다. 예를 들어, '알았어'를 '아써, 아써'라고 하다가, '아싸, 아싸'라는 말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관객들도 공감을 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 앞서 미스 캐스팅이라고 하셨는데, 욕 연기도 잘한다. 하지만 실제로 독실한 크리스천이어서, 이번에 연기 변신을 했다. 굉장히 즐겁다. 그런데 '프레드'의 여자 버전이 나온다면 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
 
   
▲ 이진희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최근 연극 '햄릿 - 더 플레이', 뮤지컬 '그날들'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비결이 있나?
ㄴ 이진희 : 원래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연극열전에도 처음엔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킬 미 나우', '햄릿 - 더 플레이' 등 어려운 작품을 연이어 하니 지치기도 했다. 그런데 대본을 보니 다르다는 생각도 했다. 해보고 싶었다. 코미디를 해본 적이 없었다. 같이 하는 뮤지컬 '그날들'이어서 다행스럽게 재공연이었고, 분량도 많지 않아서, 양쪽에서 양해를 해주셨다. 내 욕심으로 참여했는데, 다음부터는 그렇게는 안 하겠다. (웃음)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하겠다.

로랑 바피 원작자가 아니었다면, 연극열전을 통해 선보인 코사와 료타의 '취미의 방'이 생각났다.
ㄴ 이해제 : '취미의 방' 공연은 보지 못했고, 대본을 읽었다. 예전에 연출했던 '키사라기 미키짱' 작품을 만든 작가다. 반전에 관한 내용이고, 반전으로 이뤄진 인물이 등장하는데, 극작법에 불과하다. 코사와 료타나 미타니 코키는 반전이라는 가장 재미난 극작법을 쓰는 타고난 양반들이 아닐까 싶다.

앞서 시연 장면 중 서현철 배우가 애드립을 해서 다른 배우들이 웃는 장면이 나왔다. 미리 연습이 되지 않았던 부분이었나?
ㄴ 서현철 : 애드립을 친 건 아니다. 애드립은 연습 과정에서 하고, 연습 과정에서 나온 게 공연 때 이뤄진다. 본 공연에는 잘하지 않는다. 배우들의 약속이니까 하면 안 된다. 다만, 배우 캐스팅이 '더블'이다 보니 아직 공연을 같이 못 한 배우가 있다. 처음 이 자리에서 하게 되어, 공연을 같이 안 했으니 내가 바꾼 대사나 행동에 웃었나 보다. 공연의 긴장이 풀어져서가 아니라, 갑작스러워서 그랬을 테니 용서를 빈다. (웃음)
 
   
▲ 서현철 배우가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을 내뱉는 '뚜렛증후군' 환자 '프레드'를 맡았다.
 
'프레드'는 대사 절반 이상이 욕설이다. 불편하거나 어렵지 않은가?
ㄴ 최진석 : 개인적으로 전혀 불편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즐겁게 욕을 했는데, 들으시는 분들이 불쾌하실지 모르겠다. 그렇게 욕을 평소에 많이 하지는 않는데,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대화 3분의 2가 욕설로 시작해 욕설로 끝난다.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다. 연습하면서 크게 어렵거나 그렇진 않다. '시발'로 시작해서 가야 하나, 중간에 넣어야 하나, 마지막에 넣어야 하나를 고민했다.
 
'벵상'은 숫자를 정말 많이 말하는 캐릭터다. 대사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나?
ㄴ 김대종 : 별다른 에피소드는 없다. 숫자에 대한 목표가 있는데, '파이' 소수점을 말하는 부분이다. 50자리까지 외우는데, 공연이 끝날 때까지 80자리를 외우는 게 목표다.
 
김진수 : 파이는 이 친구가 나보다 8~9자리 더 잘 아는 것 같다. 솔직히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하자면 지금까지 6회 정도 공연했다. 4회 정도 뻔뻔하게 맞는 것처럼 연기했는데, 틀렸다. 죄송하다. (웃음) 파이는 지금 외우는 것처럼 쭉 할 것이다. 아마 나아질 일은 없을 것이다. (웃음)
 
   
▲ 개그맨에선 공연 계의 코미디 강자로 자리잡은 배우 김진수가 '벵상'을 맡았다.
 
작품의 유일한 원캐스트로 참여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ㄴ 정수영 : 스케쥴이 있으면 더블 캐스팅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좋은 대본을 만나고, 여유가 있다면 원캐스트로 쭉 가고 싶은 게 배우의 마음일 것이다. 나는 항상 그렇다. 웬만하면 원캐스트가 마음에 들고 좋다.
 
'마리'는 확인 강박증이 있는 캐릭터다. 혹시 욕심이 있는 다른 배역이 있나?
ㄴ 김아영 : 사실 프로그램 북에도 쓰여 있는데, 이들이 가진 강박감을 하나씩 지니고 있다. 진짜 이상한 애라고 주변에서 말한다. 몇 번 이사하는데 대칭결박증이 있었다. 여기에 강박증도 있고, 욕도 잘하고, 크리스천인데 술도 잘 마신다. (웃음) 다 있어서 특별히 '마리' 외에 욕심이 나는 배역은 없다. 그래도 '밥'이나 '릴리' 러브 라인이 대사에 나오는 말이 있는데, '개부럽다'. '마리'랑 '벵상' 러브 라인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동어반복증'이라는 특이한 캐릭터를 제안받을 때, 부담되지 않았는가?
ㄴ 손지윤 : 부담감이 전혀 없다는 거짓말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들으니 부담감 든다. 내가 틀리면 안 되고, 똑같이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연습 중에 사레가 들려서 기침하면서 말하는데, '똑같이 말하나 보자'로 배우들이 쳐다보시기도 했다. 만약 공연 중에 내가 사고가 터지면 큰일이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혹시 한 번 했거나, 첫 번째 대사와 두 번째 대사를 다르게 말한 것을 제보해주신다면, 열심히 하겠다. (웃음)
 
   
▲ (왼쪽부터) '블랑슈' 역의 정수영, '밥' 역의 김지휘, 김영철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배역을 위해 5:5 가르마도 했다. '선공포증'을 연기한 소감은?
ㄴ 김영철 :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하고 싶었는데, 좀 더 파격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아쉽다. 지금은 평범하다. "그렇죠. 형?" (김지휘 배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선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고민했다. 연기뿐 아니라 생활에 익숙해지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 
 
김지휘 : 5:5 가르마를 하고 있어서, 이 공연 말고는 언제 이 머리를 하겠나 싶다. 타이트하게 더 붙이고 싶은데, 분장 선생님이 "그러면 저희 욕먹어요"라고 해서 이 머리가 완성됐다. 더 바짝바짝 붙여서, 젤도 바르고 싶었다. (웃음) 우리는 '선공포증'을 대사를 통해 보여주면서, 코미디를 준다.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해서 고민을 했다. 몸짓으로 대칭과 선의 공포를 표현하도록 노력했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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