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수영 panictoy27@mhns.co.kr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실용음악과 건반을 가르치면서 음악방송 '음악잡수다' DJ를 맡고 있다

[문화뉴스] 영화에서 음악은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빠져서는 안 될 요소다.

극의 긴장감을 더해주거나,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을 관객들이 조금 더 속도감 있게 혹은 조금 더 여유롭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내용을 함축한 주제가를 따로 사용함으로서 영화가 끝날 때 음악으로 인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을 확실히 각인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영화음악이다.

그리고 전 세계의 수많은 영화감독 중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에게는 주로 함께 작업하는 영화음악가가 곁에 있게 마련인데, 예를 들면 팀 버튼 감독에게는 대니 앨프먼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는 한스 짐머가, 엔리오 모리꼬네는 주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많은 영화들에서 협업을 함으로서 많은 대중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영화감독과 영화음악가 콤비'들로 인식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영화음악계의 거장들과 그들의 음악, 그들의 영화에 잠시 주목해보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영화음악가 대니 앨프먼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버튼을 누르면 칼럼을 육성으로 청취할 수 있습니다. (클릭)

 

   
 

▶ 공포 영화를 유난히 좋아했던 소년. 독학으로 성공한 영화음악가, 대니 앨프먼

1972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미국의 '새턴 어워즈'라는 영화 시상식이 있다. 이 시상식은 주로 공포, 스릴러, 판타지 영화들에 대한 수상이 이루어지는데, 이 새턴 어워즈의 단골 후보 중 한 명이 바로 대니 앨프먼이다.

어린 시절부터 히치콕 감독의 공포 영화들을 좋아했다던 그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히치콕의 영화를 좋아했다면 분명 히치콕 감독과 주로 같이 작업을 해왔던 버나드 허만(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주로 함께 작업했었던 영화음악가. 공포영화 음악의 조상급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고, 실제로 팀 버튼 감독 역시 이 새턴 어워즈의 단골 후보이기도 한데, 팀 버튼과 여러 번 콤비를 이루어 영화를 제작한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특별히 음악 교육을 따로 받은 적이 없다고 하는 대니 앨프먼은 독학으로 음악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무언가 정제되지 않은 듯한 놀라운 신선함을 엿보여 줄 때가 꽤 많이 있다. 정해진 규칙이나 틀 안에서 음악을 만든다기보다는 철저히 자신의 주관과 감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만들어지는 신선한 음악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음악가로 데뷔하기 전에, 그는 '오잉고 보잉고'라는 밴드에서 보컬을 담당하기도 했었는데, 원래 이 밴드는 대니 앨프먼의 친형인 영화감독 리처드 앨프먼이 속해 있던 밴드였고, 영화감독으로서의 스케줄이 바빠져 밴드 활동을 그만두게 된 형의 뒤를 이어 이 밴드에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이때 '오잉고 보잉고'의 열렬한 팬이었던 팀 버튼 감독을 만나게 되면서 이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된다.

   
▲ 혹시 작년에 봤던 이 포스터, 기억나는가? 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다.

▶ 환상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영화의 거장, 팀 버튼의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하는 영화음악가.

영화 '비틀쥬스', '가위손', '배트맨(1989년 작)', '화성 침공', '슬리피 할로우', '빅피쉬',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크 섀도우', '빅아이즈', '거울 나라의 앨리스'.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 ,유령신부', '프랑켄 위니'. 열거된 영화들은 모두 팀 버튼 감독의 대표작들이다. 그리고 동시에 대니 앨프먼이 음악을 맡았던 작품들이기도 하다.

'오잉고 보잉고'를 통해 알게 된 두 사람은 팀 버튼의 영화 '피위의 대모험'을 통해 본격적인 콤비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다. 수많은 팀 버튼의 영화에서 음악적 기량을 발휘한 대니 앨프먼은 그의 영화들을 더욱 빛나게, 더욱 긴장감 있게, 더욱 환상적이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음악감독뿐만 아니라 실제로 보컬리스트로서 음악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는 영화에 나오는 '움파룸파족'의 노래를 대니 앨프먼이 불러 보컬 퍼포밍에도 참여하기도 했으며, 이 영화는 팀 버튼의 열혈 팬들이 인정하는 팀 버튼 영화음악의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또한, 애니메이션 영화 '크리스마스 악몽'의 주인공이었던 잭 스켈링톤의 목소리 역시 대니 앨프먼의 목소리이다. 시원하게 내뿜어져 나오는 잭의 보컬 연기 또한 여러 사람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악몽' OST 에 삽입된 잭 스켈링톤(대니 앨프먼)의 노래 'What's this?'

팀 버튼의 영화 이외에도 대니 앨프먼은 수많은 영화음악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미션임파서블', '맨 인 블랙', '스파이더맨', '투 다이 포', '굿 윌 헌팅',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시카고', 그리고 얼마전 여러 가지로 파란(?)을 일으켰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등이 있는데, 그가 참여했던 영화 목록들만 보더라도 그의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얼마나 다양하고 넓은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대중이 이미 알고 있는 낯익은 선율 '미션임파서블'의 메인 테마, 처음 '배트맨'이라는 강렬한 캐릭터에 더욱더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 '배트맨'의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이는 메인 테마 등이 영화와 함께 수많은 사랑을 받은 것을 보면 영화에 있어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좋은 예가 되기도 한다.


▲ 영화 '배트맨'의 메인 테마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 테마

 

 

   
▲ 지난 내한공연에서는 대니 엘프만이 특별히 무대에 올라 그가 직접 녹음에 참여했던 "크리스마스 악몽"OST를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이브로 연주하여 팀 버튼 영화와 대니 앨프만 팬들에게 더욱 뜻 깊은 공연이 되었다. 무대를 가로지르며 열창한 대니 엘프만의 익살스럽고 열정적인 모습은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를 이끌어냈고, 공연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또한, "가위손"의 에드워드와도 같은 강렬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의 열정적인 솔로 무대는 관객들의 집중도가 최고에 달한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