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9일까지 이소요 개인전 '원형보존'이 열립니다.

이소요 작가는 박물관이나 생명과학 연구, 공학 대학 등, 인간 문화의 산물로 기능하는 기관에서 행해지는 여러 생명연구에서 파생되는 기술과 윤리문제를 실험하는 미술가이자 독립 연구자입니다. 작가는 우리나라의 주요 화훼 수출품 접목 선인장의 사례를 통해 생명체의 미적 조작 문제를 살펴본 관상용 선인장 디자인 연구로 주목 받은 적 있다고 하는데요.

작가는 미국의 어느 의학 박물관에서 1년 동안 연구원으로 상주하면서, 1900년대 초반에서 1960년대 사이 의사와 의대생들이 제작한 인체 액침표본(液浸標本)의 복원과 보존 업무를 담당했고 이 일에 수반되는 정규 작업 단계들을 꼼꼼하게 기록해 둔 스냅 사진들을 이번 전시 '원형보존'을 통해 공개합니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 창고 구석에 놓여진 100년 묵은 유리병들, 라텍스 장갑을 낀 손으로 곰팡이 핀 사람의 심장을 꺼내는 모습, 이것을 깨끗하게 씻고, 지지대를 만들고, 방부 처리를 하고, 새 표본병 속에 가공하고, 종이 명찰과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아카이빙 하고, 때에 따라서는 전시실에 진열하는 장면들을 통해 유물 복원사가 매일 당면하는 희귀한 장면들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표준화된 복원 기법을 설명하는 것, 혹은 썩어가는 사체를 깨끗하게 '되살리는' 것이 이 전시의 주된 목적은 아니라고 하네요. 왜냐하면 2016년 현재, 인체 표본이 우리 문화 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처음과 같지 않기 때문으로 인체 해부 구조와 병리에 대한 과학적 정보의 전형으로써 만들어진 표본들은 이제 구시대의 연구 방법을 보여주는 문화사적 유물로,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유료 관람객을 위한 스펙터클과 의인화의 대상으로 변신했습니다.

작가가 경험했던 가난한 유물 관리 현장에는 "어떻게 하면 재단, 후원자, 혹은 학술기관의 연구자가 아닌 '일반 관람객(general admission)'의 주머니를 최소한의 투자를 통해 열 수 있는가?"라는 학예사들의 고민이 침울하게 깔려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턴, 학생,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타며 살아 숨쉬던 누군가의 몸이 여러 사람의 손을 타고 눈길을 받으면서 도구화된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원형보존' 전시는 이 같은 유물을 다루는 수많은 사람들의 집단적 고민을 담아 전시실 한 켠에 어떤 사람의 몸의 일부를 진열합니다. 기괴한 구경거리로써가 아니라, 그 정체성에 대한 열린 마음과 진지한 고민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시는 '원형보존'에 관한 다큐멘터리 사진 기록 4-50여 점과, 박물관 내부에서 지시한 내용을 담은 텍스트, 인체표본 등으로 이루어지며, 생명체에 관한 작가의 관심사와 그것에 접근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고 하니 며칠 남지 않은 지금 관심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 08_이소요_원형보존_A Dying Art_액침표본_가변크기_2016
   
▲ 이소요_ A Dying Art_디지털프린트_8x6__2016 (2)
   
▲ 이소요_원형보존__A Dying Art_문서_2016

[글]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사진] 아트스페이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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