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세탁소 정규앨범 발매 기념 단독공연 '스웨덴세탁소에서 만나요' 공연리뷰

[문화뉴스]

   
 

스웨덴세탁소는 때론 우울하기까지 한 깊은 감정선과 따뜻한 멜로디를 선보이는 뮤지션이다. 이번 정규앨범에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달달함('보고싶어')부터, 록킹한 연주로 형상화되는 극적인 감정('foggy')까지 모두 담겨있다. 스웨덴세탁소는 이렇게 상반된 듯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특유의 색깔이 묻어나는 음악을 통해 슬픔을 흘려보내고, 우울에 젖은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말려준다. 이들의 음악은 햇볕에 잘 말린 포근한 솜이불 같다.

'스웨덴세탁소에서 만나요'는 2집 정규앨범 '마음' 발매 기념으로 진행된 단독공연으로, 작년 6월의 '고요' 이후 약 1년 반만의 단독공연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공연은 팀명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세탁소 콘셉트로 진행됐다.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준 이번 공연은 지난 5일 오후 7시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진행됐다.

 

   
 

먼저, 공연의 콘셉트에 맞게 세탁소처럼 꾸며진 무대가 눈에 띄었다. 무대 정면의 커다란 세탁기를 시작으로, 무대 양쪽에 배치된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스웨덴세탁소 로고가 새겨진 옷걸이 모양의 네온사인, 멤버들의 추억이 담긴 옷들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이렇게 설레는 기운으로 가득한 '스웨덴세탁소'에 방문한 관객들에게는 스웨덴세탁소 로고가 새겨진 빨래비누가 증정됐다.

'스웨덴세탁소'의 무대는 "저희도 마음을 세탁하러 왔다"는 깜짝 게스트 볼빨간사춘기의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볼빨간사춘기는 달콤한 목소리로 '심술', '우주를 줄게'를 들려주며 다소 경직된 공연장의 분위기를 풀어줬다.

 

   
 

기분 좋은 예열을 거치고 만난 '스웨덴세탁소'의 주인장 왕세윤과 정직원 최인영은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담담하게 풀어내는 '시절', 기타에 첼로가 더해져 곡의 감정선을 더욱 고조시키는 '우리가 있던 시간'을 들려주며 관객들과 마주했다. 다음으로 플랜카드 이벤트로 최인영에게 눈물 젖은 감동을 선사한 '싱숭생숭해'와 더욱 업그레이드된 율동이 돋보이는 유일한 댄스곡 '그래도 나 사랑하지'를 통해 공연장의 분위기는 고조됐다.

다음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왕세윤의 귀여운 종소리와 함께 두 번째 게스트 레터플로우가 등장했다. 듀엣곡을 위해 언제나 스웨덴세탁소의 공연에 함께하는 소속사 식구 레터플로우는 이번 공연에서도 '미안해'와 '보고싶어' 두 곡을 부르며, 때로는 애절하고 때로는 달달한 상반된 매력을 한껏 보여줬다. 이번 공연에는 밴드셋은 물론 첼로와 플루트까지 더해져 '미안해'에서는 전자드럼 사운드가, '보고싶어'에서는 속삭이는 듯한 플루트 연주가 돋보였다.

깜짝선물 같은 곡들도 연달아 함께했다. 왕세윤의 보컬실력이 돋보이는 '내 친구 기타'를 시작으로, 세탁소 콘셉트에 맞춰서 준비했다는 이적의 '빨래' 커버곡, 관객과 듀엣으로 함께한 '목소리'까지 스웨덴세탁소만이 기획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곡들이 이어졌다. 특히 '빨래'는 건반이 아닌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해 좀 더 차분하고 절제된, 스웨덴세탁소만의 '빨래'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2집 앨범의 타이틀곡 중 하나인 'foggy'로 공연의 1부가 마무리됐다.

 

   
▲ 치열한 경쟁률(?)을 제치고 '제2의 정기고' 역할을 멋지게 수행한 관객에게는 멤버들이 직접 그리고 색칠한 도마와 '고요' 앨범 수록곡이 담겨있는 단 하나뿐인 CD가 증정됐다.

경쾌한 종소리와 함께 등장한 게스트 바닐라 어쿠스틱은 "스웨덴세탁소의 개업을 축하한다"며, 깜찍한 손안무가 매력적인 '놀아줘요', 따끈따끈한 신곡인 '나와'를 들려줬다. "저희 단독공연보다 호응이 좋다"는 이들의 말처럼, 공연장에는 스웨덴세탁소와 관객들이 만들어낸 에너지가 가득했다.

회색 수트에서 캐주얼한 베이지색 트윈룩으로 갈아입은 스웨덴세탁소는 "카페에 혼자 앉아서 듣다가 눈물을 주륵 흘렸다"던 'Magical'의 데모버전을 들려줬다. 풀밴드와 코러스가 모두 빠지고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담담하게 노래하는 'Magical'에서는 곡이 말하려는 감성이 좀 더 담백하게 전해졌다.

 

   
 

다음으로 "한 귀에 반해서 들려드리고 싶었다"는 gnash의 'I hate you, I love you'는 두 음색의 하모니와 부드러운 기타톤이 돋보였다. 멤버들이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구절이 들어있는 '월화수목금토일'까지, 스웨덴세탁소는 소중하게 아끼던 노래들을 꺼내 관객들에게 선물했다.

멤버들의 선물에 대한 화답으로 다음곡 '별'에서는 핸드폰 플래시 이벤트가 함께해, 관객들이 직접 별빛을 만들어 슬픈 노랫말을 위로하는 로맨틱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어 '두 손, 너에게'에서는 목소리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최백호의 음색이 더해져, 관객들은 물론 무대 위 멤버들까지 어루만져줬다. 마지막으로 새 정규앨범 타이틀곡 '어려운 말'과 OST로 공개됐던 '조금만 더', 울지 않고 꿋꿋하게 불러낸 '처음이라서', 앵콜곡 '답답한 새벽'으로 공연은 마무리됐다.

 

   
▲ 멘트를 위해 직접 대본을 써왔다는 최인영(왼쪽)과 왕세윤(오른쪽)은 한 명이 말문이 막힐 때면, 자연스럽게 대신 말을 이어나가는 환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공연은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알차게 채워졌다. 밴드셋에 특별히 더해진 첼로와 플루트는 스웨덴세탁소의 음악에 색다른 매력을 불어넣었고, 스웨덴세탁소는 새 정규앨범의 거의 모든 수록곡과 인상적인 커버곡, 주요 레퍼토리 곡을 모두 들려줬다. 라이브 공연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유의 편곡까지 함께해, 공연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스웨덴세탁소의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스웨덴세탁소의 반전매력인 귀여운 무대매너 역시 직접 써온 대본으로 꼼꼼하게 채워졌다. 공연 중간 노래에 얽힌 사연, 옷에 얽힌 사연들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세심한 고민이 엿보였고, 연달아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다가 플랜카드 이벤트에 왈칵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에서는 무대와 팬들에 대한 애정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다양한 게스트와 관객참여 이벤트, 선물 증정까지 이들이 준비한 '스웨덴세탁소'에는 소중하게 준비된 온갖 선물꾸러미가 가득했다.

긴 슬럼프를 거치고 돌아온 스웨덴세탁소의 공연에는 그동안 기다려준 팬들에 대한 감사와 음악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여유롭게 무대를 이끌어가는 호흡 역시 그대로였다. 마음을 울리는 음악과 따뜻한 기획으로 가득한 스웨덴세탁소의 공연을 앞으로도 쭉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쇼파르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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