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규 마임이스트가 '블랙리스트 페스티벌'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문화뉴스] 캠핑촌으로 변신한 광화문광장이 문화예술인들의 혼으로 가득 찼다.
 
10일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가 주최하는 '광화문 캠핑촌 블랙리스트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번 행사엔 100여 명이 넘는 문화예술가가 참석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유출 이후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문화예술계 세 번째 기자회견이다.
 
'광화문 캠핑촌'은 지난 4일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이후 문화예술계 약 30여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거주지'다.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가들이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도 '광화문 캠핑촌'을 지키고 있다. '예술행동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세 번째로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날마다 새로운 부정부패 소식이 들려오면서, 문화예술계가 얼마나 고통받는지 밝혀지고 있다. 작업실에서 예술 작업이 아니라 거리에서 세 번이나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예술인들이 앞장서서 우리의 이야기를 외치는 데 힘을 보태고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캠핑촌 입주자'인 송경동 시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있기 전,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약 만 명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이 정권은 물러나야 마땅하다고 생각해 '나도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를 해오게 됐다"며 "그러다 문화예술인의 탄압을 넘어서 헌법 유린 등 말할 수 없는 범죄 행위를 한 게 사실로 들어나 국민의 70%가 하야를 외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예술행동위원회'는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 발족 기자회견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에 참여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 시인은 "지난 4일부터 광화문 캠핑을 시작했다"며 "문화예술인들의 캠핑은 박근혜 대통령이 발을 떼기 전까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이 광화문 캠핑장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광장으로 사회에 호소하고, 힘을 모으고 있다. 12일에 수십 수백만의 국민이 거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날, 광화문 캠핑장을 문화예술을 넘어 전체 시민사회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새롭게 선보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박근혜 씨'가 특검을 받겠다고 했는데,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씨'의 하수인이 검찰이다. 아직도 살아있는 권력이다. 그걸 남긴 채로 검찰 수사는 있을 수 없다. 우리 위원회는 분명하게 박근혜 하야와 퇴진이 전제되어야 하며, 그 후에 검찰 수사와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 목적으로 문화예술인 1만 명을 블랙리스트로 작성한 그 몸통에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자 한다"고 송경동 시인은 덧붙였다. 
 
만화가 박재동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부패한 민주주의 속에서 신음하더라도 굴욕감을 참았다"며 "때로는 생활이 어렵더라도 참고 살아왔다. 지금은 임계점이 와서 폭발했다. 후퇴할 수도 없고, 이젠 전진만이 남았다. 굴욕을 벗어 던지고 우리 국민이 바로 자신이 이 땅의 주인이라는 선언을 하고, 두 발을 단단하게 딛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자랑스럽고, 당당하고, 떳떳한 자유로움으로, 우리가 주인이 되는 세상 만들 것이다. 전진하자"라는 말을 남겼다.
 
   
▲ 만화가 박재동(가운데)이 발언을 하고 있다.
 
원용진 문화연대 공동대표는 "문화인들이 광장을 열었으니, 하나도 죽이지 말고 그대로 있는 모습을 전달해 달라"며 언론에 요구했다. 이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부정과 혐오가 전 세계적으로 넘치고 있다. 기존 정치권 내에서 정권교체가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고 한국을 새롭게 재부팅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길 바란다. 정치권도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표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의 구호 제창으로 마무리됐다. 이들은 "국정파탄, 국기문란, 민심이반 책임의 실체는 최순실이 아니라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민심은 이미 결정했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라며 "예술가를 길들이려 하지 말라. 예술가들을 검열하지 말라. 예술가들을 돈으로 휘두르려 하지 말라"고 외쳤다.
 
이어 "블랙리스트 작성을 대가로 문화체육부장관 임명된 부역자 조윤선은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라"라며 "우리는 문화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시민정부 구성을 위해 활동할 것이다. 거국내각·책임총리가 아닌 박근혜 사퇴와 시민정부 구성이 대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근혜에게 면죄부 주는 총리 협상 거부하고,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정부 구성에 동참하라"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이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광화문 캠핑촌'에선 문화난장 행사가 열렸다. 음악인 김병수의 공연, 마임이스트 유진규, 류성국의 마임 공연, 서예가 이두희의 서예 퍼포먼스, 기타리스트 이현석의 연주, '착한밴드 이든' 정재영의 공연, 양혜경의 넋전춤, 살판&임승환의 판굿 등이 연이어 펼쳐졌다.
 
   
▲ 양혜경이 광화문광장에서 넋전춤을 올리고 있다.
 
마임이스트 류성국은 "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나오게 됐다"며 "두 작품을 선보였다. '벽'이라는 작품은 계속 우리를 가로막는 벽들을 극복하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두 번째는 세월호가 인양되고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은 내용이다"라고 공연 소감을 남겼다.
 
유진규 마임이스트도 "나는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한 '뉴 블랙리스트'"라며 "우리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게 지금을 잘 넘어서면 정말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지금 돌고 있는 힘을 국민들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데 모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타리스트 이현석은 "예술가들이 다 같이 모여 이 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게 큰 기회다. 예술로 사람들을 같이 끌고 갈 수 있어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발전해서 제대로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공연 소감을 밝히며, 시국선언 서명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선 "상황이 상황이고, 다 같이 뭉쳐야 할 때라고 생각해 망설임 없이 하게 됐다"고 전했다.
 
   
▲ '착한밴드 이든' 정재영(오른쪽)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착한밴드 이든'의 정재영은 "다들 아시다시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현실을 살고 있느냐는 감각을 잊을 정도다. 공연 중에도 말했는데, 어제는 미국에서 대형 사고도 터져 화성에 이민을 가야되는게 아닌가 생각을 할 정도다. 마음이 답답해서, 이 자리에 나와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 모였다. 한꺼번에 급진적으로 바뀔 수 없지만, 이러한 순간을 만들어가고 끊임없이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한편, 오후 3시부터는 '부패정부의 몰락,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문화예술인 만민공동회'가 열렸고, 5시부터 7시 30분까지 살판, 노래하는 나들, 임한빈, 김선구, 밴드 죠, 손병휘, 우린나, 예술공동체단디, 드림플레이 등이 참여하는 페스티벌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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