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배우들을 말한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처럼 주목받는 조연배우들이다. 문화뉴스의 [대한민국 탑 아트스틸러]는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큰 인정을 받으며 My way'를 걷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계를 빛내고 있는 소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봄>의 조근현 감독은 다른 감독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인에게 "칭찬은 욕이고 비난은 행운이다."라고 말하면서 당근보다도 채찍을 주는 것을 좋아하는 감독이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영화계에 들어온 조근현 감독은 한국 최고의 미술감독에 이어 영화감독까지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봄>은 해외에서 8개의 상을 받으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영화 <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특히 조근현 감독은 자신과 같이 작업을 했던 감독들이 칭찬에 무너지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에 본인에게만큼은 고쳐야할 것들을 가르쳐주면 좋을 것 같다면 말했다. 조근현 감독은 어떻게 영화감독이 되었는지 인터뷰를 통해서 알아보자.

   
 

먼저 축하한다는 말씀부터 드려야할 것 같다.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소감이 한 마디 해주신다면?
ㄴ 사실은 영화를 감독이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스텝, 배우, 제작사, 마케팅까지 다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구조인 것 같아요. <봄>이라는 작품을 만드는 순간부터 개봉의 결과까지 한편의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데, 여기에서 제가 한 일은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n/1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감독이라고 해서 영화의 연출 방식에서 제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스텝들이 준비해준 것에서 최선을 결과를 내려고 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즉, 현장에서 좋은 결과물을 담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조력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왜 제목을 <봄>으로? 
ㄴ 심정적인 인물과 배경에서 '봄날은 언제였을까?', '나와 관객이 나의 봄날은 지나간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봄이라는 계절은 가장 설레는 계절인 것 같아요. 계절 중에서 봄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느낌이 있어서 화면에 봄이라는 느낌을 담으려고 했어요. 원래 봄에 개봉하려고 했지만, 문적박대를 당했어요. 예술 영화는 돈이 안 되기 때문에 거절을 당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해외에서 갑자기 좋은 평가를 주시고 상도 주셔서 그분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막상 이분들은 직접 제 영화를 보니깐 지루하지도 않고, 울고 웃긴 장면. 즉, 상업적인 것들이 많아서 개봉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 '봄'은 지난 5월 밀라노 국제영화제 당시 10개 부문 중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미술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등 8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되면서 최다 노미네이트를 기록했다. 여우주연상과 촬영상을 수상하며 일찍부터 대상 수상작으로 지목되었던 작품이다. '봄'의 주역인 배우 박용우, 김서형, 이유영지난 5일 LA 힐가든에 위치한 이탈리아 문화원에서 열린 밀라노 국제영화제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 스튜디오후크 제공
   
▲ 영화 <26년>년 제작발표회 당시 모습. 오른쪽은 배우 이경영

이번 영화도 전작 <26년>에 이어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6년>은 평단은 물론,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는데, 이번 <봄>도 그럴 것 같다.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뽑아준다면?
ㄴ 관객 분들이 기대를 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영화를 보러 왔으면 좋겠어요.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선입견 없이 영화인 것 같아요. 영화에서 촬영상을 2개를 받았다는 것은 '볼만하다'라는 얘기인데, 오셔서 2시간 동안 특별한 곳으로 여행을 한다는 느낌으로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편안하게 보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배워가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단기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고 들었다. 이제는 영화가 직업인 영화감독이 되었는데, 감독을 해보니 어떤 것 같은지?
ㄴ 감독을 했을 때와 스텝으로 일을 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아요. 확실히 감독이 되니 많은 책임이 따라 미술감독을 했을 때처럼 많은 작품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현재 감독이 예전 미술감독을 했을 때보다 돈은 많이 못 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존경받는 스텝들이 많지만, 영화계에서는 대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요. 좋은 여건이 안 만들어지다 보니 스텝들 중에서 감독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스텝은 촬영이 끝나면 스텝들과 술도 마시고, 좋은 곳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지만, 감독이 되고 나서 몸도 힘들고, 고민도 더 많이 해야 되고, 술도 많이 못 마시게 되고, 돈이 많이 투입되는 것을 다 관리하다 보니 낭만은 사라질 것 같아요.

서울대학교 서양학과 출신이면 어릴 때 원하는 직업은 다른 것이었을 듯싶다. 과거 꿈꿨던 직업을 계속 하고 있으면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ㄴ 저는 어려서부터 화가가 꿈이었어요. 그래서 미대를 가서도 다른 취미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미술에만 푹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집안의 아버지가 쓰러지시면서 화가의 꿈이 사라졌고, 가장이 되면서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에 영화를 시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영화라는 것이 단기 알바와 비슷한데, 첫 영화를 만나고 나서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했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이랑 달리 저는 영화를 제대로 배워 본적이 없어서 오히려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것 같아요. 강연을 나가면서 영화과 친구들을 만나면, 그 친구들은 영화에 대해 고정관념을 주입 받고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평소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을 공부해야 되고, 취향과 성향이 지워져버리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저는 영화에 대한 강박관념도 없고, 저만의 색깔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 같아요. 봄이 완성되고, 배급 과정에서도 감독이 아닌 다른 분들도 고정관념들이 심한 것 같더라고요. 영화 관계자들과 달리 관객들은 마인드가 열려있는 것 같아요. 영화계가 너무 편협한 것 같아요. 봄의 결과가 어떤 의미로도 좋은 결과를 낸다면 사람들의 편견을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 <버스, 정류장>, <장화, 홍련>을 시작으로 <마이웨이>, <후궁> 등 다양한 영화에서 미술을 담당했다. 대중들에게는 영화감독은 잘 알려지면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대충이라도 안다. 하지만 영화에서 미술은 어떻게 이뤄지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과거 미술을 담당했을 때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ㄴ 영화를 보다보면 스크린에 보이는 모든 것을 미술감독이 만드는 것이에요. 물론 자연은 제외이고요. 풍경을 제외한 나머지는 미술감독이 설계하고 만들어 낸 뒤 영화로 만드는 것이에요. 미술 감독들이 선택한 것들을 감독들이 최종적인 선택을 하겠지만, 많은 것들을 다 하는 것 같아요.

영화 '봄'을 만들 때 배우들을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쓰고 캐스팅을 한 것인지, 아니면 배우를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나? 
ㄴ 제가 배우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선택을 해준 것이에요. 찾아온 셈입니다. 배우들 입장에서 이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기 어려웠을 것이에요. 예술가라는 것을 배우가 표현한다는 것이 어려운데, '박용우, 김서형'이 잘해준 것 같아요. 배우들이 영화를 선택해줘서 고맙고, 좋은 연기력을 보여줘서 고마웠어요.

   
 

절제된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는 말이 많다. 본인만의 비결이라도?
ㄴ 이 영화가 한국적이라고 하시는 분이 많은데, 한국의 미는 '여백의 미'가 있어요. 제가 분석하기로는 조선 중기에 '백자'가 나오면서 한국의 미가 완성된 것 같아요. <후궁>에서는 그런 여백의 미를 잘 살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보니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미술의 특징은 있는 그대로,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봄>에서도 자연의 모습 그대로는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정 같은 것이 있어서 인물들 간의 상황에서 일상적인 말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억지로 대화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우들의 뒷면도 많았고, 걷는 장면도 많았어요.

이번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말하려고 했던 메시지는. 
ㄴ 사건을 해결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상황과 인물에 대해서 펼쳐놓았어요. 영화를 말로 설명할 수 있으면 그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영화라는 것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때문에 극장에서 보셨으면 아마 좋을 것 같아요. 영화관의 넓은 스크린에서는 볼 수 있는 것들을 컴퓨터의 모니터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에 영화관에 오셔서 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극장에 특화된 영화를 만들었고, 풍경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눈 호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영화 '봄'을 관람하려고 하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ㄴ 본인이 힘들고 지쳐있다면, '약' 같은 존재가 되는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대부분 영화가 "재미있었어요. 슬펐어요."라는 평가보다는 "눈이 호강하고, 마음이 흡족했다.라는 것 평가가 많았던 것 같아요. 최소한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자극과 긴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시각적인 즐거움, 깊은 여운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문화뉴스 구민승 기자 byyym3608@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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