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난세는 영웅을 필요로 하고, 평범한 사람들과는 뭔가 다른 이들은 영웅이 되기 위한 고난의 과정을 거쳐 진정한 영웅으로 다시 태어난다. 대중은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고 기대하며 흥미로워하며, 많은 영화는 대중들의 기대에 맞춰 영웅의 이야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최근에 본 <300:제국의 부활>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한 남자가 영웅이 되는 모습을 정말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 방식의 차이가 주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달랐다.

영영웅의 탄생을 위해 필요했던 억울한 희생자들, <300:제국의 부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뭉친 아테네의 용사들. 아직은 전쟁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을 지휘하는 장군 테미스토클레스(설리반 스탭플턴)는 자신의 삶을 그리스에 바친 사람이다. 그리스에 페르시아군이 쳐들어오고 테미스토클레스의 훌륭한 군사전략을 통해 결국 그리스가 승리한다.

전쟁이라는 가장 스펙터클한 고난의 과정이 있음에도 제작진은 이 남자를 영웅으로 그려내는데 불안함이 있었던 모양이다. 테미스토클레스를 영웅화 하다가 지친 그들은 그에게 패배한 페르시아를 비하함으로써 그의 성과를 극대화시킨다. 그리스는 절대 선과 정의를, 페르시아는 절대 악과 욕망을 너무 드러내놓고 상징하는 이 영화는 심지어 아르테미시아(에바 그린)가 지휘하는 해전에서 '석유'를 비장의 무기로 사용하면서 편견의 정점을 찍는다. 물론 1편 <300>에서도 이러한 잘못된 프레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1편에서는 레오니다스의 카리스마와 '그 당시에는' 신선했던 액션씬이 주는 감탄이 있었다면 2편에는 이런 잘못된 프레임을 덮어줄 수 있는 어떠한 보호막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그 못된 프레임이 돋보이고 불쾌하게 다가오며, 그들이 영웅으로 내세운 테미스토클레스는 우리에게 어떠한 감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악역인 아르테미시아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주고 만다.

 

'나'로 시작해, '우리'로 퍼진 진심,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텍사스, 전기 기술자, 술, 마약, 담배. 이 다섯 단어만 열거해도 주인공인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의 모습은 상상 가능하다. 상남자, 마초라는 틀에 갇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깨지 못하는 론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틀렸다고 판단하며 경멸한다. 하지만, 그가 경멸했던 에이즈 진단을 받게 되고 절망하지만, 국가에서 허가를 받지 못한 약물들과 비타민 같은 영양제들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시한부의 삶을 연장해 나간다. 그가 멕시코에서 가져온 허가받지 못한 약들은 처음에는 타인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의미 없었던 그의 삶이 오늘은 행복한 하루, 그 다음날은 또 행복한 하루가 되면서 이제야 알게 된 진정한 개인적 행복을 연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약 밀수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만들게 되면서 혼자가 아닌 다수에게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기존 치료제의 문제점을 밝히고, 삶의 태도를 바꾸는 방법으로 그들에게 행복한 하루를 경험하게 한 론. 그는 30일 시한부에서 7년을 산 희망의 상징이 되었고, 환자들이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부작용 없이 복용할 수 있는 약에 대한 허가를 받아내며 영웅이 된다.

이러한 영웅의 행보를 제작진은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그가 낸 소송을 또 기각당하고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영웅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 화려한 파티도, 나라가 인정한 훈장도 아닌 나와 함께하는, 그리고 나를 통해 변화한 사람들이 보내는 진심 가득한 감사. 분명, 이 영웅의 시작은 조건 없는 선의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에 대한 진심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되고, 그것이 '우리'에 대한 진심이 되면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간다.

세상을 변화시킨 이 두 남자는 분명 '영웅'의 자격이 충분하다 

역사는 론이 아닌 나라를 지켜낸, 세계사의 한 획을 그은 테미스토클레스를 영웅으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두 영화를 본 나로서는 세상에서 버려지고 죽어가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론이 너무나 마음에 남는다. 그들에게는 의미 없는 삶, 죽어가는 날을 세며 죽음을 기다려야만 했던 절망적인 삶이었지만, 론의 진심으로 인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시작부터 영웅일 필요는 없다. 진심과 이해가 멋지게 결합한다면 론처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고, 자신이 삶을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꼭 화려함과 명성이 당신을 영웅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나의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고 이렇게 시작된 나에 대한 진심이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발전한다면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어떤 결과를 받게될 때 '잘했다'라는 소박하지만 진심 가득한 한마디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스스로 물어보자.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였느냐고. 이 행복함이 나뿐만이 아닌 우리를 향한 진심이 될 때 우리도 '영웅'이 될 수 있다.

[글] 아띠에떠 원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을지로 Oneway 티켓으로 인해 조금은 어렵고 즐거운 서울살이 경험 중. 일코 해제 후 실천하는 청춘이 되려고 노력 중인 24시간이 모자라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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