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Before Sunrise', 해돋이가 주는 기운은 늘 고요하면서도 웅장하다. 문화뉴스가 '비포 선라이즈'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역시 붉은 태양처럼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예술가다. 이들의 예술혼을 앞으로 연재를 통해 독자분들의 온몸에 전하고자 한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시즌 3의 '유미리' 역 서은교 배우를 만났다.

'유미리'는 하루 만에 잘린 웨딩업체 인턴으로 동양예술극장에서 2017년 2월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시즌 3에서 주연인 형, 동생 사이에서 둘을 빛내는 감초같은 역할이자 20대 청년들을 대변하는 역이다.

서은교 배우는 과거 걸그룹 '파이브돌스' 출신으로 다른 배우들과 달리 작품 속의 '미리'보다 어린 나이지만, 인터뷰 내내 재치있는 모습과 성숙한 발언으로 앞으로의 무대를 기대하게 했다.

서은교 배우는 어떠한 마음으로 '사랑은 비를 타고'에 합류하게 됐을까?

   
 

자기소개 부탁한다.

ㄴ 이번 '사랑은 비를 타고' 시즌 3 유미리 역을 맡은 배우 서은교라고 한다.

벌써 세 번째 캐스트다. 지속적인 사랑을 받으며 장기 공연되는 작품인 만큼 합류에 부담감이 있을 수 있겠다.

ㄴ 일단 작품에 함께한 게 제겐 엄청 큰 기회라고 생각했다. 또 함께하는 배우들이 워낙 경력 있는 선배님들이셔서 부담감이 좀 있다. 내가 이분들 사이에서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선배님들께 처음부터 배우는 마음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너무 긴장되고 설레고 한편으론 부담감, 압박감도 느낀다. '잘해야 한다 잘해야 한다' 이런 것.

   
 

형, 동생 역을 맡는 분들이 다들 나이와 커리어가 출중한 배우들이다. 배우마다 느낀 분위기가 있는지.

ㄴ 일단 제일 큰 형님들이 가장 재밌으시다(웃음). 황만익, 박송권 선배님이 분위기 메이커를 하신다. 재밌게 말해주셔서 저도 맘 놓고 웃는다. 오빠들이 저희에게 더 힘을 북돋워 주고 '할 수 있어' 하신다. 역할로 보면 황만익 선배님은 엄마 같은 느낌이고 박송권 배우님은 엄한 아버지 느낌이다(웃음). (서)승원 오빠는 상남자 동생이다. 애드립 치실 때마다 '이건 뭐지? 무서워' 이런 느낌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들 재밌고 제가 적응하기 쉽게 많이들 도와주신다.

미리 역의 선배들에게도 배우는 게 있는지.

ㄴ 경진 언니는 시즌3에 안 나와서 따로 만나보질 못했다. 려원 언니는 컴퍼니 분들이 칭찬이 자자하시더라. 보람 언니는 예전에 같은 소속사였고 제가 노래를 배우기도 해서 연습실 와서 도와달라고 엄청 졸랐다(웃음).

   
 

'아찔한 연애'하면서 지방 공연을 하고 왔는데 대학로 분위기와 다른 점이 있는지.

ㄴ 이 질문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대학로 분위기가 뭔질 몰라서(웃음). 그냥 공연하며 차이점을 이야기해보면 대학로 관객 분들이 전체적으로 호응이 좋더라. 대학로 공연은 저희가 생각한 데서 터졌던 반면, 광주 공연할 때는 호불호가 갈려서 어떤 날은 호응이 너무 좋고, 어떤 날은 반응이 하나도 없었다(웃음). 저는 관객 반응에 따라 컨디션도 바뀌어서 호응이 없으면 시드는 느낌이고 반면 관객분들이 잘해주시면 저도 힘이 막 나고 없던 것도 생겨난다.

'사랑은 비를 타고' 출연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ㄴ 처음엔 보람 언니 공연을 그냥 구경하러 갔다. 같이 보러 간 언니가 '사비타' 오디션이 떴다고 해서 지원서를 찾아 넣었다. 보람 언니에겐 오디션 보러 간다고 이야기를 안 했었다. 결과가 발표 난 뒤에 이야기하려 했는데 이미 오디션 결과를 언니가 전해 들어서 알고 있더라.

   
 

'아찔한 연애'는 어떻게 출연했나.

ㄴ 그것도 오디션을 봤다. '사랑향기'도 마찬가지였고. 

오디션에 지원하기 위해 작품을 고른 기준이 있나. 아니면 다 넣어보자던가(웃음).

ㄴ 다 넣어본 건 아니고 제가 할 수 있겠지 싶은 작품들에 지원했다. 오디션 공고에 보면 시놉시스나 캐릭터 성격이 있으니까 저와 비슷한 것을 골랐다. '나현실'도 산만하고, 자기밖에 모르고, 저도 정신없단 말 많이 듣는다(웃음). 제 공연 봤던 지인들은 '이거 그냥 너 아니야?'라고 많이 하더라. '사랑향기'에선 '불량 여고생' 역이었는데 이것도 '너 아니야?'라고 했다(웃음).

   
 

'사비타'의 '미리' 역시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런데 기존 배우들과 달리 '미리'에 비해 나이가 어려서 캐릭터를 보는 관점이 다를 수도 있겠다.

ㄴ 제가 '미리'보다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사람들이 늘 저보고 애늙은이 같다고 해서 오히려 스물다섯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연출님이 되려 '스물다섯이 아니라 아줌마 같은데?'하셔서 좀 더 철없이 해야겠다 싶더라. 제가 원래 가진 정서보다 더 철없어 보이고, 더 아이 같고 정신 사납게. 얼마 전엔 연출님이 연습 도중에도 '이건 미리가 아줌마가 되면 안 돼' 하시더라.

자료를 찾아보니까 최근 자료는 많이 없고, 5년 전에 아이돌 시절 영상이 나오더라. 지금이랑은 이미지가 다르다.

ㄴ 저는 가끔 한 번 본다. 아이돌 시절 음악방송 나갔던 영상 같은 것. 그때는 통통하고 살도 많이 쪘었다. 저도 너무 어려서 '내가 왜 카메라에 이쁘게 나와야 해? 나 자신 그대로 나오면 안 되나?' 같은 철없는 생각을 했다(웃음). 그저 하라는 대로 하기 급급하고 프로정신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어릴 때니까 그럴 수 있다. 살아볼수록 많은 것을 배우게 되지 않나.

ㄴ 맞다. 저도 연예계 생활을 13살 때부터 했다. 근데 그때 서울에 혼자 와서 큰이모 집에서 지내면서 다녔는데 너무 힘들어서 1년 정도 하다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갔었다. 그랬다가 우연한 기회로 오디션을 봐서 파이브돌스로 데뷔했고 정신없이 이리저리 휩쓸려 다녔었다.

'미리' 역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캐릭터인데 준비하는 것이 있나.

ㄴ 전 솔직히 댄스 가수 출신이라 체력이 될 거로 생각했다. 근데 오산이었다. 어제(14일)부터 안무랑 같이 연습에 들어갔는데 '결혼 축하해요' 안무가 끝난 뒤에 헉헉대며 대사를 읊는 게 정말 그럴 수밖에 없더라. 안무 선생님도 줄넘기하면서 노래 부르고 그렇게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하시더라. 그 와중에 또 시즌3 여배우는 저 혼자라 연습을 이팀 저팀 가서 연속으로 하다 보면 정말 입에서 단내가 나더라.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집에서 혼자 뛰고, 줄넘기하고 계단 오르내리며 연습하고 있다.

   
 

뮤지컬에 출연하게 된 관심이나 계기가 있나.

ㄴ 초등학생 때 어머니가 하시는 무용 학원에서 다 같이 '캣츠' 내한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신세계였다. 그걸 보고 와서 집에서 배우들이 하던 턴 동작을 흉내 내다가 넘어져서 턱 깨지고 그랬다(웃음). 두 번째로 봤던 뮤지컬은 어머니랑 같이 간 '김종욱찾기'였다. 소극장 작품의 쏠쏠한 재미가 있더라. 이후 유튜브로 여러 영상을 찾아봤는데 뮤지컬 커튼콜 장면을 보면 배우들처럼 절로 눈물이 나더라. 커튼콜만 봐도 공연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힘들었던 과정이 공감됐다. 그래서 직접 그 자리에 서서 모습을 느껴보고 싶었다. 또 아이돌로 데뷔했을 때 신인 걸그룹은 그런 환호를 받기가 어렵다. 빅뱅 선배님 보면서 부러워하고 했었다. 그런데 뮤지컬은 객석의 반응을 가까이서 바로 느낄 수 있지 않나. 내 감정을 그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고 커튼콜까지 달려가 함께 이 감정을 나누고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뮤지컬에 대한 꿈을 계속 키웠던 것 같다.

역시 조기교육이 중요하다(웃음).

ㄴ 어머니가 가르친 학원 제자 분 중에 뮤지컬 전공한 분들 공연도 보러 가고, 같이 JYP 연습생 하다 뮤지컬 배우가 된 언니도 있고, 삼촌도 뮤지컬 연출을 하신 적이 있었다. 주변에서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무대 연기에서 계속 볼 수 있는 건지.

ㄴ 저는 연기를 계속하고 싶고, 좋은 창작 뮤지컬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그런 작품에서 절 알아봐 주신다면 계속해서 하고 싶다. 소극장만의 빈티지한 느낌이 있는데 그런 게 너무 좋다.

파이브돌스 해체 이후 공백기가 좀 있었다. 그동안 뭐하며 지냈나.

ㄴ 저는 말했다시피 어릴 적부터 이 생활만 했었다. 춤추고 노래하고 연습실 다니고. 숙소 짐을 막 빼니까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싶더라. 일단 살 곳이 없으니 고향으로 내려갔다. 정말 거짓말 안 하고 내려가선 누워만 있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다른 회사에 들어가야 하나? 아이돌을 다시 해?' 침대가 휠 정도로 누워있었다(웃음). 스트레스가 컸는지 밥 먹고 눕고 자고 그랬는데 오히려 살이 빠지더라. 어머니가 차라리 올라가서 친구라도 만나라고 해서 서울에 왔는데 또 한 달 동안 누워있었다(웃음). 뭔가 할 엄두가 안 나더라.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하나?' 싶고.

아이돌 생활을 몇 년 했는데 이제 와서 공부를 다시 해야 하나(웃음).

ㄴ 공부 자체는 너무 하고 싶고 좋아한다. 예전엔 음악 심리치료란 직업에 관심이 있어서 직업의 현황, 연봉, 미래에 대해 PPT를 만들어서 어머니에게 보여드렸다. 근데 어머니가 '아직은 아니다. 하던 걸 좀 더 해보고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 뭐든 좋으니 산책이라도 하고 돌아다녀라' 하시더라. 그래서 이번엔 집에서 쉬면서 뮤지컬 영상을 찾아보고 그랬다(웃음). 그 와중에 몇 군데 돌아다니며 미팅을 하기도 했는데 큰 기획사에선 이미 데뷔했던 사람을 다시 뽑기가 그렇다 하더라. 대체 뭘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 오디션 사이트를 알게 돼서 '사랑향기' 오디션을 봤다. 앞서 말한 대로 불량 여고생 '권지아' 역이었는데 제가 한창 눈에 독기가 있던 때라 문을 딱 열고 들어가자마자 '쟨 '지아'다' 하셨다고 했다. 진짜 불량 학생 아닌지 의심하셨다더라(웃음). 그러면서 회사에서도 연기 공부 계속하면서 연기 활동을 이어 가게 됐다.

   
 

그럼 요즘 쉬는 날엔 뭐 하는지. 침대에 누워있나.

ㄴ 제가 성격상 모험심이 약해서 처음 하는 뭔가를 잘 못 한다. 음식도 먹던 반찬만 먹고.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산책하거나 한다.

최근 본 작품은 뭐가 있나. 

ㄴ '응팔' 너무 재밌어서 두 번째 돌려보고 있다. '디마프'도 보고 어머니랑 같이 펑펑 울면서 봤다. 영화는 '아수라' 봤다.

   
 

또래보다 아이돌로, 배우로 바쁜 삶을 보냈다. 앞으로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

ㄴ 여러 가지를 많이 하고 싶다. 뮤지컬도 그렇고, 댄스 가수는 못해도 노래는 계속하고 싶다. OST 참여 같은 것도 하고 싶고. 또 제 연기자로서 롤모델은 '라미란' 선배님이다. 어떤 역을 해도 정말 자기 것처럼 한다. 연기가 아니라 실제 생활처럼 보이고 배역에 따라 분위기도 바뀌고. 주연보다 더한 명품 조연이란 생각이 든다. 저도 주연이 되고 싶단 욕심보단 선배님처럼 담백하지만 여러 가지 맛을 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긴다면 조연이라도 기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팬이나 '사랑은 비를 타고'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ㄴ '사랑은 비를 타고' 정말 겨울에 어울리는 따듯한 공연이다. 대학로 와서 '사비타' 보시면 연인, 가족, 부부 누구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연습 중에 처음 씬을 나가는데 (황)만익 선배님이 '동현이야?'하고 묻는 장면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 7년간을 혼자 지내며 동생들 뒷바라지하며 동현이를 보고 싶어 해온 몸짓, 눈빛에서 외로움과 고독이 느껴지더라. 보면 눈물이 안 날 수 없는 따듯한 공연이고 저도 그것에 맞게 좋은 연기 보이기 위해 스트레스받을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 제 팬들도 '아찔한 연애' 이후 또 뵙는데 찾아와서 자리 빛내주시면 좋겠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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